올해 새 교장 선생님이 부임하셨다.
부임 첫 날부터 지인들의 방문이 거의 하루도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인품이 훌륭하신 분이란 것은 예전에 임시 교사로 같이 근무할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면모를 확인하니 더욱더 감동이 밀려왔고 절로 존경의 마음까지 생겼다.
오랜 교직생활을 하면서 훌륭하신 분들을 많이 만나고 헤어졌지만 새로 부임하신 교장 선생님은 거의 최상급에 가까울 정도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다. 학생들에게는 늘 자애로운 분이다. 어느 날인가는 어디서 피자 냄새가 진동해서 출처를 알아보니 교장실이다. 교무부장이라 업무상 자주 뵙는데 그 날은 방송반 아이들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피자를 먹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좋아 보인다. 그 뿐이 아니다. 전교어린이회에서 결정된 모든 안건은 가급적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업무 수첩에 일일이 깨알같이 적고 곧바로 시행하신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다양하다. “축구골대 네트를 고쳐주세요. 연못에 물고기를 다양하게 넣어주세요. 정문이 위험하니 차량 출입을 통제해주세요.” 등 모두 아이들의 복지와 정서 그리고 안전에 연결된 현실적인 문제다.
며칠 전, 첫 눈이 왔다. 교정에도 하얀 눈이 수북이 쌓였다. 교장 선생님은 손수 빗자루를 들고 아이들이 등교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눈을 깔끔하게 치우셨다. 아이들과의 아침 맞이는 교장 선생님이 담당하신다. 새롭게 변한 학교 분위기가 처음에는 구성원들에게 어색했지만 이제는 점차 익숙해졌다. 관리자의 작은 배려와 봉사의 리더십이 학교 현장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교직 생활을 한지도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교직이 다른 직업에 비해 안정되어 있고 스트레스도 별로 없는 직업이라고 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교직은 매우 힘들고 외로운 직업이다. 몇 해 전, 어느 교수님께서 쓰신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 라는 책을 읽어보니 교사들은 아이들과의 상호작용, 동료 교사와의 관계 그리고 관리자와의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한다는 보고를 본 적이 있다. 그러기에 동료 교사나 관리자와의 원만한 인간관계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작은 친절과 관심에 민감하고 그러한 것 때문에 힘이 생기고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칠 수 있다. 늘 존중과 배려로 교육 공동체를 대하는 우리 학교 교장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