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가 내부형 교장 공모제 확대를 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교장 자격증 미소지자가 지원할 수 있는 '내부형 공모 학교'의 제한 규정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교장 공모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2018학년도부터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운영하려는 학교 중 15%까지만 교장 자격증 미소지자가 지원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현행 규정을 없애는 것이다. 내부형 공모제 확대 등을 담은 이 방안이 포함된 교육공무원임용령은 입법예고 등을 거쳐 2018년 9월 1일자 임용 교장 공모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사가 교장으로 임용되는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확대 시행하기로 함에 따라 특정 노조 출신의 공모 교장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2007년 처음 도입된 교장공모제는 승진 중심의 교직 문화를 개선하고 능력 있는 교장을 공모해 학교 자율화와 책임경영을 실현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이번 개선 방안은 현행 신청학교의 15%만 교장공모제를 시행할 수 있는 규정을 없애고 학교공모교장심사위원회 교원·학부모·외부위원 비율을 명시하는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안에 대해서 교직단체의 입장이 찬반 양론이 갈리고 국민적 여론도 둘 갈래로 양분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통교육을 담당하는 초ㆍ중ㆍ고교 교장 자격증은 교직 경력 20년이 넘는 교사가 교감을 거친 뒤 교장 자격 연수를 이수해야 얻을 수 있다. 교장 자격증은 교사로 출발하여 다양한 경력, 연수, 복무 등을 종합하여 얻는다. 즉 근무성적, 연수성적, 가산점 등을 종합하여 자격연수 대상자로 선정된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과정을 거치면 50세 초반에 교장 자격증을 얻고 교장으로 임용된다.
교육부는 교장공모제가 학교 혁신과 교육 개혁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기제라고 항변한다. 젊고 능력 있는 교장을 임용해 학교 현장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냉 수 있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유능하고 민주적 소양이 풍부한 평교사가 교장을 맡을 기회가 늘어나 학교혁신과 민주적 학교운영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숲을 못 보고 나무만 보고 있는 편향적 시각이다. 2012학년도 이후 5년간 전국적으로 73명의 무자격 내부형 교장이 임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해 학교가 혁신됐다고 보는 이는 많지 않다. 그 73명 중에 특정 노조 출신 교사가 무자격으로 교장에 임용된 것이 52명으로 비율이 71.2%이다. 특히 진보 성향 교육감이 있는 서울·인천·광주·전남 지역에선 무자격 공모 교장은 전원이 특정 노조 출신 교사였다. 교육감과의 친분 관계에 의해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 교장 공모제 확대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다.
교장공모제는 교육감 코드인사, 보은인사, 특정 노조 출신 교장 진입 통로이고 교육감 눈치만 살피고 포퓰리즘적인 교사가 교장에 임용되는 소위 ‘무자격 교장 공모제’라는 혹평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결국 내부형 공모제가 본래 취지와 달리 특정 이념ㆍ정치적 성향 교사들의 B코스 교장 진출 통로로 악용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특정 교직단체ㆍ노조 출신이 아니면 무자격 교장 공모제 통과는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진솔한 교육에 진력하기보다 특정 노조 활동에 전념하다가 15년 만에 교장이 되는 경우를 보면 상대적 박탈감이 지대한 것이다. 내부형 교장 공모제 확대는 평생동안 교육·연구 경력을 쌓아온 수많은 교원들의 미래 예측 자기 관리를 송두리째 흔드는 비현장 친화적 정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교육부의 입법예고인 무자격 내부형 교장 공모 학교 확대가 특정 교직단체, 특정 노조 출신 교사의 교장 진출 확대책이 아닌가 하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교육혁신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무자격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 입법예고를 철회해야 한다. 아무런 검증 없이 무자격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확대하는 것은 교육 혁신이나 개혁이 아니라 개악인 것이다. 학교 경역의 중핵인 학교장을 특정 이념ㆍ정치 성향에 매몰시키고 교육현장을 도외시한 비민주적 탁상행정이다.
이번 교육부의 입법예고는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로 교단 안정과 학교조직 근간 훼손, 교원승진제도 무력화, 직선교육감 끼리끼리 코드·보은인사, 특정 노조 출신 교장 지원 전락이라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현행 내부형 교장 공모제 비율 15%가 낮다는 입장이지만, 평생을 교단에 바친 상록수 교사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상대적 박탈감이 지대하다. 인사는 만사라 했다. 교원 인사도 평생을 교단에 봉직한 교원들이 수긍하는 인사가 바른 인사다.
학교장은 교직의 꽃이자 교육행정, 학교행정의 중핵(core)이다. 이러한 교장을 이념ㆍ정치적 성향으로 비정통적 교장 진출의 통로로 왜곡시켜서는 절대 안 된다. 이번 교육부의 무자격 내부형 교장 공모제 확대 관련 입법예고는 교단 안정을 위해 반드시 철회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