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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가 무섭지 않은 아이들… “샘, 맘대로 하세요”

요즈음 학교에서 교사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가장 큰 문제는 학생 생활지도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의 일탈적 행동 속도는 선생님의 지도력을 항상 앞지른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기 전에는 교사 중심의 생활지도로 선생님들의 위상과 권위가 높았지만 이제는 학생의 인권을 존중해 주는 학생 중심의 생활 지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학생과 교사 간 이해 의 폭이 점차 달라짐으로써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학교와 교사에 대한 학생과 사회의 시선도 예전과는 너무나 많이 달라 졌다. 선생님에 대한 공경과 존중은 커녕 잔소리가 듣기 싫다고 복도에 있는 소화기를 들고 교실로 와서 선생님의 입에다가 발사해 버린 경우도 있고, 선생님 바로 앞에서 “OO, X같네”라는 육두문자를 거침없이 뱉어 버리기도 한다. 선생 님의 멱살을 잡고 달려드는 학생,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선생님을 손찌검하는 학생, 선생님과 말싸움하는 학생은 부지기수다. 더 심한 경우 반성문이나 진술서를 적으라고 하면 창문을 열고 뛰어내려 도망가거나, 유서를 쓰고 자살한다고 위 협하는 학생도 있다. 학생들의 이런 불손하고 거친 행동이 만연하고, 음주와 흡연 등의 일탈도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가정의 붕괴로 인해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문제도 심각하다. 학생들은 밤거리 또는 PC방에서 밤을 새우다가 학교에 와서는 잠만 잘 뿐이다.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에 물든 이들은 적절한 교육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학교에서 하루하루 시간을 때우고 있다. 이렇게 교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학생들의 일탈적 행동과 학부모들의 거친 항의와 반발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학교와 이에 대해 무관심한 우리 사회의 모습은 교사들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린다.


교내 봉사에 “학원가야 한다” 툴툴… 교사가 더 스트레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는 어떻게 학생들을 교육하고 지도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 질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는 예전과 다르게 학생들의 말에 귀기울여주는 개별 상담을 많이 하고 있다. 학생 지도 차원에서도 체벌과 억압 대신 이해와 공감의 방법 으로 선진화되며 인권 친화적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이러한 교육적 방법의 하나로 징계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현재 학교에서의 징계는 「초· 중등교육법」 제18조, 동법 시행령 제31조와 학교에서 제정한 학생선도 규정에 의해 선도위원회라는 학교 자체 기구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의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여 학생 인권을 존중하며, 학생의 평소 품행, 행위의 동기, 과정 등을 참작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 징계제도는 민주적 절차에 따른 교육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을 보다 올바르게 선도하자는 목적으로 이루어 지며, 주로 교권 침해, 수업 방해, 음주, 흡연, 절도, 근태불량(무단 지각, 조퇴, 결석 등), 시험 부정행위, 불건전한 이성 교제 등 학교폭력을 제외한 다양한 사안을 다루고 있다.


학교에서 조치를 내리고 있는 ‘학교 내의 봉사’는 보통 10일 이내로 하고 조회시간, 방과 후, 점심시간 등을 이용하거나 수업의 일부를 제한하여 봉사를 하게 하는데, 최근에는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라는 교육청의 권고로 거의 방과 후 1~2시간동안 봉사하게 한다. 문제는 학교 내 봉사를 시키려 해도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예전같이 화장실 청소를 시킬 수도 없고, 창틀이나 복도 벽 닦기를 시키면 마구잡이로 걸레질을 해 놓아서 오히려 주변이 더 지저분해진다. 잡초 뽑기 등 조금이라도 힘든 것을 시키면 빈둥거리다가 학원에 가야 한다면서 짜증을 낸다. 오히려 이런 아이들 뒤를 따라다니면서 임장지도하는 선생님들이 더 스트레스 받는다.


학교 밖 사회봉사 역시 고민거리다. 원칙이야 학생을 지역 행정기관, 사회복지관 등에 위탁하여 전일제로 사회봉사를 하게 하는 것인데, 무슨 특별한 교육적 사명감이 있는 봉사기관이나 단체가 아니면 그런 학생들을 받아주는 곳이 많지 않 다. 학생들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렵게 봉사기관을 찾았다고 해도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이 봉사기관에 가서 또 그곳의 지도 선생님과 다툼을 벌이고 나면, 봉사기관으로부터 다음부터는 받지 않겠다는 통보가 온다. 일부 아이들은 사회봉사 명령이 귀찮고 힘들다며 차라리 출석정지를 시켜달라고 한다. 어차피 학교 안 나오는 것은 매한가지라고 생각한다. 즉, 징계에 대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특별교육이수는 10일 이상 교육감이 설치, 운영하는 교육기관에서 위탁교육을 이수하게 하는 것인데, 무용지물에 가깝고 사장된 징계제도의 한 부분이다. 특별 교육기관을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설사 찾았다 할지라도 학생의 위탁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교의 징계 날짜에 맞춰 기다리고 있다가 교육해줄 기관을 찾기 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위탁교육기관 마땅찮고 생활기록부 기재도 안 먹혀

출석정지는 현재 초·중학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징계인데, 출석정지를 받을 정도의 학생들은 주로 가정에서도 소외된 학생으로 누군가의 돌봄과 치유가 필요한 학생들이다. 이런 학생들에게 보호 장치가 없는 출석정지를 내려 봐야 학생 들은 속으로 ‘잘됐다. 학교 가기 싫었는데’라고 생각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 게 학생 스스로 반성과 자기성찰의 시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사고결석이 잦은 아이에게 출석정지를 내리면 이는 자칫 학업중단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말 로 생활지도가 어려운 위기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출석정지도 의미가 없다. 학교에서는 이와 같은 징계 조치를 통해 학생들의 행동에 긍정적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지만, 요즘 중학생들은 이러한 징계 조치에 대해 겁을 먹고 행동을 조심한다거나, 자기반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적다.


학부모들도 처음에는 긴장하는 듯하지만 징계 조치가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 않아 학생의 진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을 알고나면 선도위원회 참석을 요청해도 회사 일이나 이런 저런 핑계로 출석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만 덩그러니 앉은 채 진행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청소년기 아이들을 올바르게 교육하고 지도하려면 가정, 학교, 사회가 함께 손발을 맞추어 삼위일체가 되어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가정에서는 이미 밥상머리 교육이 먼 나라 이야기가 되었고, 가정에서부터 잘못 교육된 학생들은 학교에서도 지도가 상당히 어렵다. 징계 대상인 학생들의 부모와 상담을 해보면 ‘가정에서부터 학생들의 기본 생활교육이 잘못됐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우리 사회는 이제 복지 수준이 높아지면서 지역 사회의 돌봄센터 같은 곳을 중심으로 부적응, 비행 학생들을 돌봐 줄 수 있는 분위기가 마을 단위로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초보적인 단계이고, 징계 조치를 받아야 하는 학생들을 수용하기에는 전 문성이나 재정적 인프라가 매우 미흡하기 때문에 보다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문제 학생 ‘학교장 추천 전학’ 검토해 볼 만

이러한 징계 조치의 교육적 목적을 잘 달성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보면, 먼저 학생을 위해 초·중학교의 ‘학교장 추천 전학 조치’가 가능하도록 교육적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학생들도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고 학부모들도 그렇게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학은 학생의 주소지 이전으 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용이하지 않다. 실제적 효과가 있는 방안임에도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것이다. 학교장 추천 전학은 의무교육 대상자의 학업을 중단시키는 것보다는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해 부적응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의미가 있다. 혹시라도 학교에서 골치 아픈 학생들을 솎아 내는 방법으 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요즘은 정보망이 잘 발달되어 있고 절차 하나하나가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악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낮다. 또 교육청 징계조정위원 회에 재심을 청구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사회봉사 이상의 징계에 대해서는 생활기록부에 기재하여 그 학생의 기록이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는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낙인을 찍자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의 행동 특성을 이력 관리하여, 학생의 개인적 특성을 이해하는 생활지 도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학생들과 보호자들도 학생의 건전한 학교생활에 관심과 경각심을 가지고 징계 조치에 대한 반성과 자제력을 길러, 같은 사안이 재발되지 않도록 조심하게 될 것이다.


세번째로 보호자의 책무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학교폭력 사안 사후 처리와 동일 하게 학생의 보호자도 법에 의해서 학생 생활지도 교육 등을 받게 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교육부에서 기본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과 관련해서는 학생 들 간 사소한 시비로 싸움이 일어난 것까지도 엄격하게 처리하고 보호자 의무까지 특별 교육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교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학생과 상습적 절도, 음주 등 이러한 중대한 잘못을 하는 학생 사안에 대해서 학생에게만 책임을 지게 한다면 이는 보호자의 의무에 대해 교육적 외면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네 번째로 특별교육이수를 적극적으로 활성화(대안학교 설립 및 징계 조치로서 의무교육 이행)해야 한다. 공교육 시스템에서 지도할 수 없는 특별한 학생들은 보다 사려 깊은 돌봄과 심리적 치유가 필요하다. 예민하고 위험한 시기의 청소년들 에게는 적절한 맞춤식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의 질과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가 떠안아야 할 책임의 몫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예산을 확보하고, 전문가를 보내 미래의 국가를 책임질 청소년의 교육과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한 명이라도 교육적으로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국가가 책임을 질 때 비로소 교육의 품격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교 현장과 교육청에서는 학생 사안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교사와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지금의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생활지도부, 생활상 담부와 같이 학생 사안을 담당하는 부서 근무를 기피한다. 그러다 보니 새 학년이 되면 새롭게 전입 온 남자 교사나 처음 교직에 발을 들여놓은 신규 교사에게 생활부 업무를 거의 반강제적으로 맡게 한다. 이는 교육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신규 장학 사나 연차가 낮은 장학사들이 주로 골치 아픈 학생생활 관련 업무를 맡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러니 학교나 교육청의 생활부 관련 선생님들이 자주 자리를 이동해 학생 생활지도의 노하우나 원활한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학생과 보호자 로부터 계속 악성 민원에 시달리게 되어 이중으로 힘들어진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학교마다 생활지도 담당 교감직을 추가로 배치하거나, 생활지도 수석교사, 또는 생활지도 전문교사를 양성 위촉하여 학생지도의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이 해결되고 학생들에게 보다 더 깊은 관심과 사랑을 가질 때 학교 교육은 보다 선진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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