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시민단체 근무 경력도 공무원 호봉에 반영하는 방안 시행을 밝혔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보수 규정 개정안을 공개하고,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따라 등록된 단체에서 상근(상근ㆍ하루 8시간 이상 근무·유급)한 경력을 호봉으로 산입(算入)ㆍ인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변호사 자격증, 박사 학위, 군 복무 경력 등 특수 경력이 있거나 민간 기업 출신으로 각 부처 업무와 직접 연관(비율 재산정)이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호봉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비공무원의 공무원 경력 인정은 업무 관련성에 따라 비율을 달리해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정부의 이번 시민단체 경력의 공무원 경력 산입 개정안은 업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시민단체 경력을 일괄적으로 호봉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의 시민 단체 경력의 공무원 경력 산정 대상 시민단체 1만3833곳(지난해 9월 기준)으로 밝혀졌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현직 전후(前後)에 시민단체 경력이 있는 사람은 일반 공무원뿐 아니라 청와대 행정관, 장관 정책보좌관, 국영기업체 임직원 등도 시민단체 경력이 있으면 혜택을 받게 된다. 공무원 경력의 제한적 인정을 기반으로 하는 현재 경력 산정 원칙에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시민단체 출신이 경력 채용 등을 통해 공무원 신분이 됐을 때도 경력을 적용해 호봉을 인정받게 된다. 현재 공무원 신분인 사람이 과거 시민단체 활동 경력이 있어도 해당 경력을 소급 적용해 호봉이 상향 조정된다.
벌써 정부의 방침에 대해서 우려스런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의 역차별, 현직 공무원들의 상대적 사기 저하, 시민 단체 출신들이 대거 포진한 현 정부의 코드 인사 산물, 비 관련 단체의 공무원 경력 산입 재고, 비정부단체(NGO) 경력 인정 모순 등 크고 작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시민단체 경력의 공무원 경력 산입 방안에 대해 시민단체에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힘쓴 경력도 공직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강변하지만, 사회적 갈등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사회적 갈등이 많았던 쟁점 사안에 대해서 강력 저항, 소송, 불법 시위 등으로 현행 제도와 법령, 정부 등에 맞섰던 세력(사람)들이 이 경력을 공무원 경력으로 인정받고 우대받는 비정상적 사태이다.
이는 결국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법령을 준수하고 납세하고 복무를 한 선량한 사람들이 역차별을 받는 것을 의미 한다. 과거 공무원 경력에 산입되는 비공무원 경력은 아주 제한적으로 비율에 따라 시행돼 왔다. 이를 무시하고 이념ㆍ정치적 성향에 따라 소위 ‘우리 편’ 챙기기식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 현 정부와 법령을 위반한 사람(세력)들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우대받는 상황은 비정상적인 것이다.
특정직 공무원인 교육공무원(교원)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직전 경력, 비공무원 경력은 비율에 따라 아주 엄정하게 인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에 따라 비공무원 경력이 공무원 경력으로 산입돼 이익을 받는 자, 상대적 손해를 받는 자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정권 차원이 아니라 윤리와 상규(常規)에 관한 것이다. 유리와 도덕, 상규를 위반한 행정은 위험한 것이다.
비공무원 경력의 공무원 경력 인정과 산입은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사행돼야 한다. 그리고 그 폭도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현행 법령을 위반한 사람들이 우대받는 사회는 공정 사회, 정의로운 나라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특히 이번 정부의 시민 단체, 비공무원 경력의 공무원 경력 산입 방안 공표에서 안타깝고 우려스런 점은 단기적, 비공론화 일방적 발표라는 점이다. 이와 같은 국민적 관심사, 이해 관련자가 분명하게 갈리는 의제(agenda)는 반드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시행돼야 한다. 즉 공청회, 세미나, T/F 조직, 타국의 사례, 우리나라의 현실적 상황 등 다면적으로 분석하고 종합적인 판단 하에 법령화하고 공표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기간의 탁상공론식 행정과 일방적으로 대국민 공표는 재고돼야 한다.
결국 정부의 이번 방안은 재고돼야 한다. 정책적 숙과 성찰이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의 시민단체 경력의 공무원 경력 산임 및 호봉 반영은 재고되고 신중하게 고려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현직 공무원(교육공무원 포함)들과의 형평성과 상대적 박탈감을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반영 비율도 현행 비공무원 경력의 공무원 경력 산입 비율을 고려하여 증감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의 인사와 정책 결정, 행정 등은 공정성과 객관성, 형평성 등을 두루 고려하여 누구나 열심히 일한 사람이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도록 시스템(system) 구축에 정부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래야 현 정부의 인사와 행정을 소위 ‘캠코더(캠프, 코드, 여당)’라고 질타하는 사회 일각과 누리꾼들의 지적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무릇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법령을 준수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우대받고 잘 사는 나리이고 사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