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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나이로 보는 교사의 삶

대학을 졸업하고 교직에 들어왔다. 20대였다. 그때는 소망하던 직업을 얻었기 때문에 가슴이 벅찼다. 자연스럽게 가르치는 일도 넘쳤다. 주변을 돌아볼 시간도 없이 앞으로 나가는 기쁨으로 살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교실에서 아이들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희미해진다. 그들의 호기심이 가끔은 다른 곳으로 향해 있다. 이전에 진리처럼 믿었던 내 방식에 생각할 거리를 발견하고, 급기야 의심을 품게 된다. 그것이 지금에 와서 더욱 깊어진다.

교직 사회에 선생님의 나이를 두고 회자되는 표현이 있다.


20대 교사는 교과서와 교과서 외도 모두 가르침

30대 교사는 교과서에 나오는 것만 가르침

40대 교사는 시험에 나오는 것만 가르침

50대 교사는 아는 것만 가르침

60대 교사는 기억에 남는 것만 가르침

개별적 특성을 무시하고 나이를 뭉뚱그려 접근하는 시각은 위험한 구석이 있다. 흔히 말하는 대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다. 그리고 위의 표현은 생물학적 차이를 폄하하는 느낌마저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집단에 대한 인식이 개인의 특성에 자주 드러난다. 실제로 내 경험을 돌아봐도 위의 말이 틀린 것이 하나도 없다.

과거에는 교실에서 아이들을 보면, 성과를 내려고 서둘렀다. 아이들을 보면, 강압적인 시스템을 투입하고 성장시킬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다. 그래서 그때는 아이들이 하나하나 보이지 않았다. 오직 내가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의지만 있었다. 그것이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돌이켜보니 아이들보다 은연중에 내 능력을 자랑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제는 아이들도 예전보다 더 예쁘다. 어떤 모습이든 다 품을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모두가 나이 먹은 덕이다.

교직 사회에 나이 다른 선생님들이 섞여 있는 상황을 두고 사람들은 세대 단절론으로 접근한다. 당사자들도 신구의 대립으로 소통이 막혀 있다고 푸념한다. 어른과 젊은이로 분류해 서로 유리한 관행으로 매달리기도 한다. 나이로 특권을 누리는 사람이 있고, 젊음을 중얼거리며 독자적으로 걷는 사람이 있다.

학교에서 세대 간에 단절이 깊어진다면 유대 관계는 느슨해지고, 공동체는 마침내물과 기름처럼 떠다닌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의무와 책무를 다하지 않으며 교육성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교사들은 특정 나이에 맞는 사회적 경험을 공유하면서 몸에 밴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있지만, 동시에 교육에 대한 집단주의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다르면서 다르지 않은 문화를 창출하는 세대가 교사들이다. 집단의 가치관을 가지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들은 다른 연령이면서도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든다. 이렇게 다양한 연령층이 만나는 풍경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다양한 연령층이 있다는 것은 개인의 삶을 성찰하게 하고 미래를 예견하는 축복이 된다. 서로 열정을 자극하며 걸어가는 교사들이 있기에 학교는 늘 아름답고 행복한 공간이 된다.

물론 경험의 차이가 다른 사람들이 작은 공간에서 늘 부딪히다보면, 갈등과 시기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삶의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스스로의 방식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전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선생님들은 서로 스며들면서 배운다. 먼저 간 길을 통해서 배우고 갔던 길을 되돌아보면서 배운다.

교사는 나이를 떠나 아이들 앞에 서는 존재다. 나이가 어리다 할지라도 그들은 이미 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따라서 신규 교사와 정년을 앞둔 교사나 동등한 자격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교직은 나이의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꼬고 있는 행태를 허락하지 않는다. 가르치고 배우는 행위는 명령과 복종으로 할 수 없다. 그래서 학교 조직은 교장 교감 이외에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전부 교사로 구성되어 있다.

세대가 다른 사람들의 만남, 그것이 인간의 삶이다. 젊다고 우쭐거릴 것도 늙었다고 위축될 것이 없다. 삶의 모습일 뿐이다. 나이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필연적인 구성이다. 그들이 나이에 관계없이 수평적이고 개방적으로 살아가는 것도 교육의 희망을 실천하기 열정의 동심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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