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미세먼지 불안에 학교 현장 및 학부모들의 대책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각 시‧도교육청들이 공기 정화설비 보급 등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전체 학교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27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 내 공기정화 설비 설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전국 초‧중‧고교의 공기정화 시설 설치율(학급수 기준)은 20.47%에 불과하다. 학교 5곳 중 4곳은 미세먼지에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교육청의 대응은 미미하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9억23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단설유치원 21곳과 초등 돌봄교실에 우선적으로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기로 했을 뿐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9822개 공사립유치원 공기청정기 임대 예산 47억 원을 편성했지만 올해는 아직 별도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 제주도는 지난해 53억원을 책정했지만 40억원 이상 삭감돼 초등 1, 2학년 교실에만 우선 보급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4월 중 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어떤 형태의 기기를 어떤 규모로 보급할 것인지, 예산 확보 방안은 무엇인지 검토 중이라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추경 177억 원을 투입, 도로변이나 산업지역, 공사현장 주변 지역 660여 개 초등교에 공기정화장치를 시범 설치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학교는 이런 시설이 없다.
교육부는 지난달 20일 김병욱 의원이 주최한 ‘깨끗한 학교 실내 공기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통해 교실 내 미세먼지와 공기정화장치의 효과성에 대한 연구 용역 결과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조영민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교실 내 공기정화장치를 가동하면 미세먼지가 30% 가량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 단일 공기청정기보다는 환기장치, 습식형 청정기, 창문형 필터 등 복합적으로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할 경우 미세먼지는 최대 70%, 초미세먼지는 40%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단순 공기청정기 확대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교실에 특화된 사양의 공기청정기 개발 및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실은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보다 활동량도 많고 수업활동도 다양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먼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까지 단일 기계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연구에서도 학생들이 없을 때보다 있을 때 정화장치 효과가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여러 업무와 수업으로 바쁜 교사들이 청정기나 환기장치를 수시로 조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향후에는 학생들의 움직임이나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인공지능 기기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모든 교실에 똑같은 청정기를 보급하기보다 학교 위치와 주변 환경, 교실 높이, 교실 구조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기기를 보급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윤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기청정기만 설치한 교실과 환기설비를 설치한 교실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공기청정기만 설치한 교실은 기계 가동 시 이산화탄소 농도가 1915ppm, 미가동시 1586ppm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환기설비를 설치한 경우 가동 시 859ppm, 미가동 시에는 2651ppm로 큰 차이가 났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3000ppm을 넘어갈 경우 두통, 현기증 등의 증상이 나오고 장시간 노출 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단일 공기청정기로는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 다른 문제들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며 “환기설비도 같이 설치해야 전반적인 실내 공기질을 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