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똥나무는 이름이 재미있는 나무다. 열매를 보면 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는지 짐작 할 수 있다. 가을에 달리는 둥근 열매의 색이나 모양, 크기까지 정말 쥐똥처럼 생겼다. 독특한 이름 때문에 한 번 들으면 쉽게 기억할 수 있다. 북한에서는 검정알나무라고 부른다는데, 북한 이름이 더 나은 것 같다.
이름과는 다르게 아름답고 은은한 향기의 쥐똥나무 꽃
좀 지저분한 나무 이름과 달리, 5~6월에 피는 흰 꽃은 제법 아름답고 은은한 향기도 아주 좋다. 유백색 꽃송이에서 나는 진한 향기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멈추게 할 정도 다. 산에서도 볼 수 있지만, 도심에서 울타리용으로 심은 이 나무를 흔히 볼 수 있다. 박민규 장편소설 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독특한 소설이 있 다. 프로야구 초창기 최하위 성적을 기록한 삼미 슈퍼스타즈 스토리를 바탕으로 경쟁 을 강요하는 사회와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소설에 쥐똥나무가 나온다.
소설 줄거리는 단순한 편이다. 인천에 사는 ‘나’는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삼미 슈퍼스타즈 어린이 팬클럽에 가입한다. 그러나 삼미는 1할2푼5리의 승률이라는, 전무후무한 패배기록을 세우고 머지않아 사라졌다. 다른 구단 어린이 회원들이 삼미 잠바를 입은 나를 보며 키득거리는 모욕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은 사춘기 소년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삼미를 통해 프로 세계의 냉혹함을 체감한 나는 열심히 공부해 일류대에 합격했다.
일류대에 들어갔지만 ‘정체불명의 이질감’을 느낀다. ‘나’는 삼미 슈퍼스타즈 팬으로, ‘최하위라는 심리적 문신’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생활이 겉돌 수밖에 없다. 그즈음 ‘나’는 홍대 앞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술을 좋아하는 2년 연 의 여대생을 사귄다. 그녀는 삼미 슈퍼스타즈 얘기만 해주면 ‘허리가 휘어질 정도’로 웃음을 터트리며 좋아했다. 둘은 술을 마시며 젊음을 탕진했다. 그즈음 일화에 쥐똥나무가 나오고 있다.
3월의 시작과 함께, 나는 첫발이 미끄러지듯 새 학기의 시작이 주는 쥐꼬리만 한 스트레스를 조르바에게 털어놓았다. (중략) 그래서 그날은 조금 과하게 술을 마셨다. 그 럴 수 있는 일이었고, 물론 그녀와 함께였다. 다음날엔 그녀가 졸업 학기의 시작이 주 는 쥐똥만한 스트레스를 나에게 털어놓았다. 이거야 원, 다음날 학교를 결석할 만큼의 술을 마시게 되었다. 그런 일들이 자꾸만 생겨났다. 나와 그녀에게 아무 일이 없으면 조르바가 쥐며느리만한 스트레스를 털어놓고, 마치 왈츠의 리듬처럼 그다음 날엔 조르바의 친구가 쥐방울만한 스트레스를 털어놓았다. (중략) 결국 한 그루의 쥐똥나무 만한 스트레스가 서로의 마음속에 자라나 버렸고, 급기야 서로가 어우러진 울창한 쥐 똥나무의 숲이 형성되어 버렸다. 결국 그해의 봄은 엉망진창이 되어갔다.
아마도 박민규가 여러 나무 중 쥐똥나무를 선택한 것은 재미있는 나무 이름 때문이 었을 것이다. ‘나’는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하고 가정도 꾸렸다. 여느 대기업 직장인처럼 ‘가정을 버려야 직장에서 살아남는다’는 책을 읽으며 새벽 5시에 집을 나와 자정 무렵 들어가는 생활을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IMF로 인한 실직에다 아내로부터 이혼 통보였다. 삼진아웃을 당한 것이었다. 그러나 친구는 그에게 삼진아웃을 당한 것이 아니라 포볼을 고른 것이라며 쉬라고 말한다. ‘나’는 다시 취직했지만 하루 6시간만 일하는, ‘나의 삶을 확보할 수 있는 직장’이었다.
이 소설에서 읽을거리는 프로야구와 삶을 대비시키는, ‘스포츠를 통한 인생론’이다. 삼미가 프로야구의 세계에서 꼴찌를 도맡아 하면서 사람들의 비웃음을 산 이유는 무엇일까. 삼미 선수들도 안타를 칠 만큼치고, 도루도 하고, 가끔 홈런도 쳤다. 그런데도 형편없는 성적을 기록한 것은 삼미가 평범한 야구를 했다는 것 즉, 프로의 야구가 아니었다는 점 때문이라고 작가는 보고 있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평범하게 살면 치욕을 겪고, 꽤 노력해도 마찬가지고, 무작정,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해야 중간인 3~4위 정도 하는 것이고,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 만큼 노력해야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분석하면서 ‘무한경쟁 시대, 경쟁력 강화만 들리는 시대’에는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는’ 세계에는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하고 있다. 요즘 말로 하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또는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것 같다.
자동차 매연에도 끄떡없는, 생울타리 나무
쥐똥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생울타리로 많이 심는 나무다. 막 잘라도 다시 가지에서 싹이 잘 나오고, 공해에도 강해 울타리용으로는 적격이다.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는 책 <궁궐의 우리 나무>에서 “쥐똥나무는 자동차 매연에 찌들어버린 대도시 도로에서도 거뜬히 버티므로 생울타리로 심기에 가장 적합하다”며 “아예 생울타리로 쓰이기 위해 태어난 나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쥐똥나무 외에도 사철나무, 화살나무, 회양목, 탱자나무 등이 생울타리로 많이 쓰이는 나무다. 사철나무는 주로 남부지방에서 자라지만, 요즘엔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꽃은 6∼7월에 연한 노란빛을 띤 녹색으로 피고 10~12월 붉은 열매가 달린다. 달걀 모양의 잎은 가죽처럼 두껍고 반질반질 윤이 난다.
화살나무도 울타리용으로 많이 심고 있다.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화살나무를 조밀하게 심어 울타리를 만들어 놓은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화살나무는 줄기에 두 줄에서 네 줄까지 달려있는 코르크질의 날개가 달려 있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나무 이름은 이 날개가 화살에 붙이는 날개 모양 같다고 붙인 것이다. 가을에 진한 붉은 빛으로 물드는 단풍도 아름답다.
회양목도 울타리 또는 조경용으로 흔히 쓰이는 나무다. 특히 어중간한 빈터를 녹색으로 가득 채우거나 낮은 울타리를 만들 때 많이 쓰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1년 내내 푸른 잎을 달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회양목 열매 하나에는 부엉이 세 마리가 들어 있다. 무슨 말이냐면 회양목 열매가 익으면 세 갈래로 갈라지는 데 각각 갈래의 모양이나 색깔이 영락없는 부엉이처럼 생겼다. 회양목의 별명은 도장나무다. 자라는 속도가 더딘 대신 목재 조직이 아주 치밀해 섬세한 가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