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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학문적 성과는 현장에서 나타나야…교사 참여가 핵심”

<초대석> 강선보 한국교육학회장

좋은 이론이라도 교실서 외면하면 무용지물
‘교원분과위’ 창설 등 학회 조직 개편 나서
선생님들 실천적 학술 세미나 정례화 할 것
              ---------
은사님 연구실 물려받아 행복…부담도 커
교육의 본질은 ‘사람다운 사람’ 기르는 것
‘연구와 실천 상호존중’이 교육학회 과제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기억에 남는 은사는 누구인가요?”
 
스승의 날이 보름 남짓 지났다. 강선보(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학회장을 만난 지난달 29일. 진부한 질문이지만 스승과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올해는 아직 선생님을 찾아뵙지 못했는데…’ 했던 마음 속 부담감은 곧 죄책감으로 바뀌었다. 
 
“대학원 시절 교수님 연구실에 들렀는데, 좌판에서 액자 두 개를 사 오셨더군요. 하나는 지휘자가 눈을 감고 지휘봉을 들고 있는 모습, 또 하나는 발레리나가 허리를 숙여 슈즈를 여미는 장면이었습니다. 교수님은 ‘무대에 서기 전 최선을 다짐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면서 앞으로 강의 전에 이 사진을 보며 다짐하겠다고 하셨죠. 지금도 강의 준비가 덜 됐거나 몸이 피곤해 대충할까 생각하면 예외 없이 교수님 말씀이 떠올라요. 학부시절 수업보다도 연구실에서 잡담삼아 무심코 들은 이야기가 평생 남았죠. 바로 잠재적 학습이라는 건데, 학생에 대한 교사의 열과 성은 최고의 교육내용이자 방법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인터뷰가 진행된 사범대 본관 208호 연구실. 이곳은 강 회장의 은사 김정환 고려대 명예교수가 40여 년 전에 쓰던 연구실이기도 하다. 스승의 연구실을 물려받은 기분은 어떤 것일까. 그는 이곳에서 스승처럼 열과 성으로 제자들을 길러내고 있었다. 
 
-제자들을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됨됨이’죠. 인간성 다음이 공부입니다. 인간 됨됨이 바탕 위에서 학문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전통적인 교육방식을 보면 도인이 자신을 찾아온 문하생에게 1년이든 2년이든 청소나 설거지 등 허드렛일만 시키잖아요. 일정 시간이 지나야 제자로 받아주죠. 그 과정에서 사람 됨됨이를 보는 건데, 지금도 유효한 이야기라고 봅니다. 교육의 본질이 바로 ‘사람다운 사람’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에 따라 인간다운 인간이 될 수도, 인간답지 못한 인간이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한 겁니다.”
 
강 회장은 2017년부터 한국교육학회를 이끌어 오고 있다. 그는 최근 학회에 교사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교육의 질을 진정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학문적 연구와 현장연구 사이에 괴리를 없애고 이론이 현장에 다양한 방식으로 스며들게 해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교수들의 학문적 연구와 교사들의 현장연구 간에 많은 괴리가 있어온 것이 사실입니다. 말하자면 ‘이론 따로, 현장 따로’였죠. 학술세미나는 교수들의 전유물이 되다시피 해왔습니다만 학교현장에서도 학위를 취득한 교원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현장을 접목할 수 있는 교두보가 확보된 셈이죠. 우리 학회에서는 이론과 현장이 접목 될 수 있는 다양한 멍석을 깔아주려 합니다. 이론연구면에서는 현장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현장에서는 다양한 이론들을 수용하려는 상호긍정적인 마인드를 형성하자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무리 좋은 이론이 있어도 결국 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들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군요. 
 
“군대에서 새로운 소총을 개발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사용법을 최전방 소총수들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겠죠. 이론도 현장에 침투돼 다양하게 나타나야 한다고 봐요. 교원들의 학회 참여가 늘어나면 실제와 이론을 접목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겠죠. 교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장을 모르고 이론만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우리 학회도 시대적 소명의식을 갖고 교육이론과 교육현장간의 괴리 극복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교사들이 학회에 거리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참여를 이끌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지난해 학회조직을 개편해 교원분과위원회를 창설했어요. 위원장과 위원들을 유초중등 현장교원으로 구성해 자율적으로 행사를 기획하도록 했습니다. 지난해 연차학술대회부터 교원분과 세션을 배정해 현장교원들이 주축이 돼 현장연구물을 발표하고 교수들이 토론자로 참여해 상호간 교육정보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연차 학술대회는 22~23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데 역시 교원분과 세션을 배정해 많은 현장교원들이 발표와 토론을 할 예정이죠. 아울러 제주도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교원분과 세션도 배정돼 제주지역의 많은 교원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에는 현장교원들이 참여할 경우 직무연수로 인정받을 수 있게 했답니다.” 
 
-회장직을 맡고 지금까지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는 학술적 차원의 접근을 통해 정부가 실천적인 교육대응을 하도록 촉구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학술대회의 주제를 지난해에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한국교육의 전망과 과제’, 올해는 ‘융‧복합 시대의 공교육’으로 설정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학교교육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 흐름에 비해 교육현장의 변화는 매우 더디다는 지적이죠.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학생들은 앞으로 인공지능 로봇과 경쟁도 하고 함께 살아가기도 해야 합니다. 새로운 시대의 도래와 함께 새로운 교육뿐만 아니라 새로운 윤리도 필요한 시점이죠. 하지만 우리 입시체제는 아직도 3차 산업혁명 시대에 묶여있습니다. 학생들은 입시에 발목이 잡혀 미래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지식습득에 쓸데없는 시간을 투자하고 있어요. 비판적 사고력, 통찰력, 공감과 소통능력, 창의성, 융복합 능력, 인간성 등을 함양 시키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특히 교육부는 인공지능 시대의 급격한 변화를 직시하고 이에 능동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자임해야 할 것입니다.”
 
-입시체제 개편이 핵심이겠습니다만.
 
“정답이 정해진 교육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선뜻 바뀌기 어려운 것은 학생, 학부모들이 교육과정과 평가체제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입시체제 개편에 대한 대국민 설득 작업이 필요합니다. 수시, 정시 비율 등은 이론적으로 정하기 어려운 문제죠. 진보‧보수,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교육위원회가 필요합니다.”


 
-최근 ‘미래세대를 위한 인성교육’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특히 인성역량을 강조했는데요. 학교 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이 어디까지 가능하다고 보는지요.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은 인간입니다. 만약 인간적인 심성을 갖추지 못한 인간들에 의해 인공지능이 운용된다면 그 결과는 끔찍하겠죠.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우리 사회를 유토피아로 만들 것인가 끔찍한 디스토피아로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인성교육의 성패에 달려있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인성교육은 학교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오히려 인격형성의 기반이 되는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이 더 강화돼야 합니다. 학교와 가정의 교육적 공조체제가 새롭게 조명돼야 할 시점이 온 겁니다.” 
 
-교육학 박사 학위를 마르틴 부버(Martin Buber) 연구로 취득했습니다. 부버에 주목한 이유는요.
 
“현대사회가 앓고 있는 가장 큰 질병은 아마도 비인간화 현상일 것입니다. ‘가정과 학교와 사회의 본래적 교육기능이 상실된 오늘날의 교육은 과연 어디로 방향전환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던 중 마르틴 부버의 ‘만남의 철학’을 접하게 됐고 그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봤습니다. 부버철학의 중심이 인간성의 회복, 즉 ‘나-그것’의 비인격적 관계로부터 ‘나-너’의 인격적 관계로의 회복이기 때문입니다. 비인간화 교육을 인간화 교육으로 방향전환 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부버 연구에 천착하게 됐습니다.” 
 
-오늘날 교육에 부버 철학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특히 교사와 학생 관계에서의 혜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교육활동에 있어 교사는 그 자체가 교육내용이 될 수 있습니다. 교사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범이 돼야 한다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교사와 학생 간 관계에 대한 인간학적 접근이 필요한데 그 이유는 학생의 인간성이 인간적인 교사의 인간적인 교육방법에 따라 계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인간성이 결여된 교사에 의해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가르쳐진다면 학생들은 결국 비인간적인 ‘어떤 것’을 학습하게 되죠. 결국 인간화 교육은 교사가 학생을 수단시하지 않고 인격적 주체로 파악하는 상호인격적 관계 속에서 가능하다고 봅니다. 교사와 학생의 참된 관계는 교육내용과 방법에 선행한다는 것이죠.” 
 
-저희 ‘한국교육신문’ 논설위원을 오래 하셨는데, 첫 인연은 언제였나요.
 
“공교롭게 교육신문과의 인연도 은사님 덕분이었네요. 은사님은 정치나 언론, 방송에 일체 활동하지 않는 분이었어요. 유일하게 글을 썼던 매체가 딱 한 군데 있었는데 그게 바로 ‘새교육’이었습니다. 교사들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힘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무엇이든 돕고자 하셨죠. 그런 은사님의 뜻이 좋아 저 역시 ‘새교육’이나 ‘한국교육신문’ 만큼은 마다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 어릴 적 아버지가 교편을 잡으셨는데 그때부터 새교육을 봐왔으니, 어쩌면 더 오래된 인연이겠습니다. 지금도 그 책이 연구실 어디 있을 텐데…한국교총 사료실에 기증해야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네요.(웃음)”
 
-앞으로의 계획은요.
 
“이론과 현장간의 괴리를 좁히기 위한 또 다른 기획으로 11월 경 현장교원중심세미나를 개최해 이를 정례화 하는 것입니다. 6월 학회는 교수중심의 이론적 학술대회로, 11월 학회는 교원 중심의 실천적 현장연구학술대회로 자리매김하려 합니다. 교원 여러분들의 각별한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강선보 회장은…
고려대에서 부버 연구로 1989년 교육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강릉대 교수를 거쳐 고려대 교수로 부임. 이스라엘 벤구리온대와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교수, 고려대 교육문제연구소장과 학생처장, 고려대 사범대학장 겸 교육대학원장, 교무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고려대 사범대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교육학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마르틴 부버의 만남의 교육’, ‘교육의 역사와 철학(공저)’, ‘미래세대를 위한 인성교육’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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