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와 한국교육평가학회(회장 배호순 서울여대 교수)는 지난달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학입학 선발제도와 평가체제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춘계학술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교육혁신위 전성은 위원장은 이번 행사가 혁신위가 교육관련 학회와 공동 주최하는 첫 번째 세미나라는 점을 들어 "그만큼 교육혁신안에서 이 주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위는 현재 이와 관련한 여러 정책대안들을 연구 중에 있으며 특히 대학입학제도는 대학입학제도개혁특별위원회의 검토·심의를 거쳐 최종안이 확정되면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학선발의 패러다임 변화
▲김민남 경북대 교수(혁신위 선임위원)=평가체제 혁신을 위해서는 지역별 교육·학술 상시평가체제가 구축돼야 하고 동시에 학교의 교육기획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교원, 교육과정, 교과서, 대학에서는 선발·과정·졸업의 자율 등이 혁신돼야 한다.
지금까지 평가에서는 방법론적 다양화를 추구해왔으나 이것은 한계가 있다. 대입제도도 방법의 다양화보다 교육의 내용과 목표를 다양화하고 충실화하는 방향으로 개혁돼야 한다. 이러한 정책방향이 대학평준화로 오인되고 있는데 평준화가 아니라 오히려 각 대학을 차별화시키고 특성화시켜 대학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재고시키는 방향이다.
#지역단위 교육력 제고를 위한 평가체제
▲김회수 전남대 교수(혁신위 상임위원)=우리 교육은 교육목적이 시험에 매몰되면서 평가가 교육을 지배, 왜곡하고 있다. 또한 교사나 교육기관을 귀찮게 하는 효과 없는 기관평가가 계속되고 있고 각종 모의고사와 경시·경연대회 등 평가가 난개발된 상태다.
교사들은 대학입시와 같은 전국단위 평가에 의해 교육이 왜곡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교육활동을 평가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권을 학교와 교사에게 돌려줘야 한다. 초·중등 학생 평가는 대학선발과 분리해 본래 교육과정 원칙에 충실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개인경쟁을 격화시키는 전국단위 단일척도 평가를 폐지하고 지역단위 교육과정 완성도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고교 내신성적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백순근 서울대 교수=고교간에 엄연히 존재하는 학력차이를 대입 전형에서 인정하지 못하게 하므로 대학에서는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낮추고 있고 일선 고교에서는 '성적 부풀리기'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학교의 교과교육보다 수능시험이나 대학별 고사 준비에 집중하게 되고 결국 고교 교육의 부실화가 가속된다.
국가교육과정과 평준화 정책의 변화에 따라 학교차 파악을 위한 구체적 평가방안은 달라지게 된다. 현재와 같이 국가교육과정을 유지하고 평준화를 고수하는 경우,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거나 국가 공통 절대평가를 실시해 학교간 학력차이를 반영할 수도 있다.
#고교평준화 정책과 대학입학 전형제도
▲성태제 이화여대 입학처장=고교평준화는 학교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에 간단히 결론내릴 문제가 아니다. 획일성을 탈피한 최근의 다양한 대입전형제도는 평준화 정책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능력의 학생들을 선발하는 기능을 한다. 평준화에 따른 학력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학력의 영향력을 중요시하는 대입전형제도를 구안한다면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김성훈 동국대 교수=수능이 공정한 대학 선발에 공헌하려면 점수 비교가 가능해야 하며 문항개발과 시행이 공신력을 가져야 한다. 이미 대학 모집자가 지원자 총수를 넘어선 상황에서 많은 대학들이 선발의 타당성보다는 지원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고민할 것이다. 선택과목을 다양하게 해
횡적으로 비교하기보다는 과거와 같이 보편적인 능력점수를 산출하는 것이 더 타당한 선발일 수 있다고 본다.
수능시험은 고교 교육 정상화가 핵심목적 중 하나이므로 모든 교과를 시험범위에 포함시키고 EBS를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EBS 활용이 학생들의 사고력이나 탐구력 향상에 역작용을 할 가능성은 없는지, 학교교육에 헌신하는 교사들의 자존심과 권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등을 심각하게 따져봐야 한다. 한시적이라고는 하지만 한번 멍든 교육풍토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 점을 감안해 정책 결정과정에서는 가시적인 경제적 효과보다 창의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학교풍토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