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음악의 힘은 위대하구나!”
지난 25일 오전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 6층 강당에서 ‘한마음 콘서트’가 있었다. 나는 대안학교 교사이기에 학교장의 초대를 받고 기꺼이 참석했다. 아울러 사진촬영 부탁이 있었다. 리포터 활동을 하고 있기에 사진 촬영은 기본이다. 더욱이 내가 가르치는 대안학교 학생들이 출연한다고 하니 교사로서 그들의 활동을 보는 것도 교육적이다.
대안학교 교사로서 공연 참관하고 사진 촬영
10시 30분 시작인데 30분 전에 도착하였다.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려면 주위 환경에 익숙해야 한다. 돌아가는 상황 전반을 알아야 한다. 이게 발로 쓰는 기사다. 강당에 도착하니 리허설이 한창이다. 플루트 팀, 우클레레 팀이 연습하고 있다. 눈에 익은 서호경로당 사물놀이팀 지인들이 눈에 띤다. 대안학교 학생들도 몇 명이 눈에 보인다. 강당 위 타이틀을 보니 오늘 행사 제목이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문화나눔 한마음 콘서트’다.
행사 주최는 수원시, 주관은 소리모아(대표 임해주). 후원은 사단법인 모던생활음악협회(대표 이현숙), 수원시장애인부모회 우크누리 앙상블(단장 옥선비)이다. 방명록에 기재를 하고 조금 있으니 수원문화원 부원장, 전 영통구청장, 서호새마을금고 이사장, 국회의원 보좌관을 만났다. 객석 좌석을 살피니 모두 90석이다. 여기 복지관을 찾는 장애인이 관람객이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은 휠체어를 이용해 이곳까지 이동한다. 몇 달 전 나는 이곳에서 포크댄스를 지도한 적이 있어 환경이 낯설지가 않다.
첫 프로그램은 사물놀이가 문을 열었다. 누가 출연했을까? 서호경로당 어르신 열 분, 대안학교 학생 여섯 명이다. 어르신과 학생들과의 나이 차이는 무려 50∼60세. 나이 차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평소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어르신들은 연습에 임했다. 학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신 분들이다. 그 동안 노소(老少)가 교류를 했고 오늘은 공연 발표회다. 상쇠의 신호에 맞추어 북, 장구, 칭 등이 연주를 한다. 중간엔 민요 아리랑이 나온다. 이들은 콘서트 서막을 멋지게 장식했다.
다음은 색소폰 앙상블인데 여성 10인조 알토색소폰 연주다. 첫 곡은 ‘젊은 연인들’인데 같은 음 연주가 아니라 이중주를 하니 듣기에 편하다. 이어 ‘그 때 그 사람’ ‘돌아와요 부산에’를 연주한다. 관람객 나이를 고려한 것이다. 관람객은 손뼉을 치며 음악을 함께 즐긴다. 50대 이상이라면 모두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다. 콘서트는 연주자 고려보다는 관람객 고려가 우선이다. 연주가 아무리 좋아도 관람객의 호응이 없으면 불합격인 것이다.
표정이 아름답고 연주 수준도 높은 우크누리 앙상블 단원들
우크누리 앙상블의 ‘가을이 오면’을 들었다. 계절감도 맞고 연주하면서 노래를 하는데 화음이 아름답다. 출연자의 외모와 의상도 아름답다. 더 아름다운 것은 출연한 21명의 얼굴 표정이다. 표정이 온화하고 세상 근심 없는 밝은 표정이다. 팝송‘I have a dream'도 들었다. 모두 멜로디가 귀에 익는다. 이들은 미리 도착하여 연습실에서 연습하는 것도 보았다. 공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처음엔 주부들이 생활에 여유가 있어 노래를 취미로 익히고 봉사하는 줄 알았다.
나의 착각은 마이크를 잡은 단장의 말씀을 듣고 금방 깨지고 말았다. 이들은 바로 수원시장애인부모회 회원들이라는 것. 2014년 독지가로부터 우클레레 악기를 기부 받아 결성되었는데 음악을 공유하면서 자녀 양육의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지역사회에 재능기부를 하니 힐링의 시간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나는 특수교사 자격증도 있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얼마나 고통에 시달리는지 조금은 안다. 그러나 이들에게서는 그런 그림자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어찌된 일일까? 이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 아닌가 싶다.
이어진 프로그램은 네 명의 플루트 연주로 ‘엘 콘도르 파사’ 와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모두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긴다. 대안학교 학생과 우클레레 앙상블이 함께 하는 연주도 들었다. 그러니까 학생들은 어르신과도 어울리고 부모 뻘 되는 분들과도 함께 연주한 것이다. 우리는 주위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 그게 인간사회다. 혼자서 살아갈 순 없다. 상부상조하며 살아야 한다. 그래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 것 아닐까?
무용에 인생이야기와 음악이 합쳐지다
특이한 무용 순서다. 출연진은 남녀 두 명인데 온앤오프 무용단이다. 단상에 마이크 두 대를 설치한다. 무용에 마이크라? 새로운 장르를 처음 보았다. 무대 위에서 이야기와 배경음악과 노래, 춤이 펼쳐진다. 관객과 대화도 나눈다. 우리가 작은 이야기 주제로 나눈 것은 행운, 사랑, 바다. 신나는 예술여행에 인생 이아기가 합쳐진 것이다. 관객들은 처음 보는 것이니 당연히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이어진 프로그램은 색소폰 앙상블의 ‘열정’‘여행을 떠나요’에 이어 출연진 모두 함께하는 ‘행복의 나라로’ 합창이다. 대단원의 막이 내리는 것이다. 이 자리에 모인 출연진과 관객이 모두 한마음이 되어 행복의 나라로 출발하는 것이다. 출연진이 모두 무대에 올라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사로 출동한 나는 모두 100장이 넘는 기록 사진을 남겼다.
이웃사랑과 음악의 위대한 힘을 보다
리포터로서 취재를 하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무엇일까? 소외계층을 사랑으로 감싸는 따뜻한 손길이다. 가진 사람이 못 가진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사람들이 역경을 이겨내고 주위사람들에게 사랑을 내미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았다. 필자는 현역시절 교육청에 근무할 때 지역형편이 비교적 안 좋은 학교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학생 돕기 하는 것을 감동적으로 본 일이 있었다. 그때 이웃돕기는 두둑한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 연주단체 ‘우크누리 앙상블’ 단원들을 새롭게 보았다. 자기 자식이 지적장애인아라는 것을 아는 순간 그 스트레스 수준은 배우자 사망과 같다고 한다. 부모는 절망 속에서 현실을 부정하고 이어 분노와 타협, 그리고 우울과 수용의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수용의 단계까지 가더라도 하루에도 몇 번씩 처음 단계를 거쳐 우울의 늪에 빠지기도 한다는 것. 그러나 오늘 앙상블 단원들은 그 모든 것을 이겨낸 분들처럼 보인다. 마치 인생 달관의 세계에 도달한 듯. 이게 음악 연주를 통한 인간승리가 아닐까? 작은 콘서트에서 인생을 배운 소중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