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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자사고 재지정평가 기준ㆍ지표, 현실에 맞게 재검토해야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자사고) 재지정평가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자사고 감축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즉 자사고는 5년마다 평가를 받아 재지정 여부가 결정되는데 이 평가를 둘러싼 교육 당국과 자사고 간 마찰이 커지고 있다.

 

자사고(자립형 사립고 포함)는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환경을 제공할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로 지정된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을 결정하거나, 수업 일수 조정, 무학년제 운영(능력에 따른 학년의 구분 없음)등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즉 학교 경영, 교육과정 운영의 탄력성을 가진 고교다.

 

교육부는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 점수에 미달하는 자사고를 시도교육감(청)은 교육부 동의를 거쳐 일반고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런데 올해 자사고 평가 지표와 기준 점수 등이 갑자기 강화되면서 자사고들이 반발하고 있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아니라 자사고 죽이기 평가라는 혹평을 하고 있다. 자사고 죽이기가 본격 시작됐다는 의구심이 확산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자사고연합회와 서울 지역 자사고들은 최근 교육부에 공문을 보내 자사고 평가 계획, 특히 지표와 기준, 배점 등의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다. 자사고들은 재검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4년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자사고 6곳의 폐지를 추진해 3년 넘게 법적 다툼이 진행됐는데,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5년 만에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2010년 전국에 51곳이 설립된 뒤 전교조 등의 공격을 받아왔다. 진보 성향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은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싹쓸이하고 입시 위주 교육만 한다며 폐지를 추진해왔다.

 

현 정부 역시 '자사고·외고 폐지'가 대선 공약이었고 국정 과제로도 선정돼 있는 상태다.자사고 폐지 논란은 5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2014년 서울교육감은 자사고 6교의 폐지를 추진했다가 교육부의 폐지결정 취소로 무산된 바 있다.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은 자사고ㆍ외고 폐지를 공약했고, 당시 교육부는 자사고 우선 선발권을 폐지했다.

 

2018년 교육부와 시ㆍ도교육청은 자사고 평가 지표와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그리고 2019년 최근 자사고연합회와 서울지역 자사고에서 교육부와 시ㆍ도교육청에 평가 지표, 기준 전면 재검토 관련 공문을 발송했다.

 

현재 자사고는 전국적으로 43개교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는 43교 중 올해 평가 대상인 24곳에 '운영 성과 평가 계획'을 통보했다. 이에 따르면 전국 자사고 평가는 교육부가 만든 표준지표(88점 만점)와 교육청 재량지표(12점 만점) 등 총 100점 만점으로 시행진다. 과거보다 평가 지표와 기준이 대폭 변경ㆍ강화됐다.자사고 지정 취소 점수가 2015년 100점 만점에 60점 미만에서 70점(전북은 80점) 미만으로 크게 높아졌다. 지표나 배점도 수정됐다. 가령, 과거엔 감사 지적 사항을 최대 5점까지 감점했는데, 올해는 최대 12점으로 대폭 확대했다. '학생 전출 및 중도 이탈 비율' 지표의 만점 기준도 '이탈률 5% 미만'에서 '3% 미만'으로 대부분 높였다.

 

 서울교육청 등에서는 과거에는 부모 직장 등 학생이 학교를 떠난 이유가 납득할 만한 경우는 예외로 해줬는데, 올해 편가에서는 이런 예외 규정을 없앴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의 경우 교사들의 전문성을 평가하는 지표에서 과거엔 교원 1인당 연수를 40시간 이상 받으면 만점을 줬는데, 올해는 60 시간 이상 받아야 만점이다.한편 '사회통합전형' 지표도 자사고에 강화됐다.

 

교육부는 자사고에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 배려 대상자를 전체 입학생의 20%씩 뽑도록 하고 있지만, 지원자가 적어 대부분 미달한다. 그런데 올해 해당 전형 충원율 항목 배점을 3점에서 4점으로 높였다. 특히 일부 자사고(과거 자립형사립고)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뽑아야 하는 법적 의무 자체가 없는데도 평가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와 같은 논란으로 자사고들은 이번 자사고 평가를 자사고 살리기가 아니라, 자사고 죽이기 평가라고 반발하고 있다. 현실에 맞지 않는 자사고 폐지를 교육부와 시ㆍ도교육감(청)에서 밀어부친다는 하소연이다. 차라리 자사고를 폐지하려면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령과 규정을 고친 후 유예 기간 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갑자기 지표와 기준을 강화해 재지정 탈락을 유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 당국은 이번 자사고 평가 기준과 지표 강화가 ‘경쟁력 향상’이라는 입장이지만 자사고측의 ‘폐지 수순’이라는 의구심을 불식시켜야 한다. 자사고측의 반발이 심해지자, 최근 강원, 울산, 전북 등 일부 시도에서 지표와 기준 완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부 상상고의 경우 재지정 커트라인 80점을 70점으로 완화하는 것으로 전북교육청과 합의했다.

 

결국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교육 경쟁력 강화와 공교육 정상화라는 두 꼭지를 기준으로 시행돼야 한다. 자사고는 자사고대로 일반고와 다른 학교 경영과 교육과정 운영으로 특성화를 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지 않고 일반고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 즉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일정 기간 전에 지표와 기준이 제시돼야 하고, 그 기준이 당위 학교에서 정상적인 학교 경ㅇ여과 교육과정 운영으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행정이 ‘교육 눈높이’에 알맞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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