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선생님이 겨울방학 때 하브루타 연수를 받은 후 3월부터 이 기법을 사용하여 수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한 학기가 끝나기도 전에 선생님이 휴직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태를 전한 제자에 따르면 문제는 그 반에 있던 아주 반항적이면서도 설득력이 강한 한 학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하브루타 기법에 따라 ‘짝 토론’을 실시하면서 이 아이를 거쳐 간 다른 아이들이 점차 그 아이처럼 변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두어 달이 지나자 반 전체 아이들이 그 아이처럼 변하여 선생님과의 갈등이 고조되었다. 더 이상 학생들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선생님은 병가를 내고 잠시 학교를 떠났다. 이는 하나의 극단적인 예이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배웠던 기법을 적용하여 수업과 학급경영을 하다가 실패하여 중도 포기한 선생님들의 사례는 많다.
교수법이 만능도깨비 방망이는 아니다
어떤 교수법을 배워 적용했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면 즉, 학생들의 변화, 지식습득, 역량 강화에 실패했다면 왜 그리되었는지 분석을 해봐야 한다. 먼저 살필 것은 사용한 교수법과 교육내용 및 목적, 교사, 학생, 상황 등과의 적합성이다. 즉, 해당 교수법의 목적과 적용, 전제 조건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어떤 하나의 교수법이 만능 도깨비방망이일 수는 없다. 먼저 교육내용 및 목적에 적합한 교수법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일 어려운 기본 개념을 이해시키고자 한다면 발전된 형태의 강의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발견학습법은 소프트웨어 사용법 등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한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학습법이다.
이어서 고려할 것은 교사의 특성이다. 자신이 활용하고자 하는 교수법이 자신의 특성에 부합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기본 개념을 이해시키고자 할 때에는 판서를 하면서 가르치는 것이 PPT를 보여주면서 가르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글씨가 엉망이고 글씨 쓰는 속도도 느리지만 PPT 제작이 뛰어나다면 이를 활용하면서 학생들의 즉시인출을 유도하는 것이 낫다. 여기서 말하는 즉시인출이란 배우고 있는 내용을 자신의 뇌를 활용해 정리하고, 질문 등 떠오르는 생각까지를 노트에 정리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학생수 등을 포함한 상황 여건에도 부합해야 한다. 개별화 학습이 바람직하다고 하더라도 학급당 학생수가 20여 명을 넘고, 보조교사도 없으며, AI 학습 프로그램의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개별화 학습 시도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상의 문제가 아니라면 교사와 학생이 해당 교수법에 익숙하지 않아서 실패한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브루타 기법을 적용하려면 학생과 교사가 이 기법의 목적,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 적용을 위한 전제 조건, 적용 시 유의점, 실패 요인 등에 대해 몇 번에 걸쳐 함께 공부해야 한다. 공부를 위해서는 하브루타에 대해 알 수 있도록 교사 주도로 설명을 하고, 그 과정 중에도 학생들로부터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그다음으로는 학생들이 이 기법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지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거꾸로학습을 하려고 했더니 “그냥 하던 대로 하지 왜 괴롭히느냐”며 저항하더라는 선생님의 하소연도 있다. 새 기법이 성공하려면 교사만이 아니라 학생도 새로운 기법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공감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생각을 나누고 모아가면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학년 수준에 맞게 질문 용어는 바꾸어야 할 것이다.
● 이 교수법이 목적으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 이 교수법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요?
● 이 교수법의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는 무엇인가요?
● 이 교수법이 성공하기 위해 교사, 학생이 갖추어야 할 지식과 역량은 무엇인가요?
● 이 교수법을 성공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과 환경, 여건은 무엇인가요?
● 이 교수법은 어떤 과목(혹은 주제)에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 이 교수법을 적용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해야 할 훈련(연습)은 무엇일까요?
● 이 교수법 적용 시 자주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일까요?
● 그 문제를 줄이기 위해 어떤 준비나 노력이 필요할까요?
● 앞의 질문들을 고려할 때 이 교수법을 우리 수업에 적용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이 질문들에 대해 교사와 학생 개개인이 답을 시도한 후에 두 사람이 짝을 이뤄 생각을 나누게 하고, 이어서 전체가 생각을 나누는 과정을 거치면 교사와 학생은 이 기법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위의 질문을 기준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써보게 하면 이 기법을 좀 더 잘 알고 기억하게 될 것이다.
교수법은 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신의 비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머리(뇌세포)가 기억한다고 하여 몸(근육 세포)이 이를 자연스럽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새로 배울 때 처음에는 동작 하나하나를 의식하면서 행한다. 이 단계에서는 동작이 자연스럽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에너지 소비도 크다. 몸에 익어 자연스럽게 실행할 수 있는 수준 즉, ‘적응무의식 상태’에서 실행할 수 있으려면 많은 연습을 해야 한다. 우리가 그 수준에 이르면 개별 동작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해당 활동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된다. 걷기, 말하기, 춤추기, 타이핑하기, 혹은 특정 운동하기 등등 그 예는 참으로 많다. 우리 일상의 삶 대부분은 적응무의식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교수법을 이 정도로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을 때 해당 교수법이 의도한 효과를 맛볼 수 있다. 어떤 좋은 연장을 구했을 때 이를 곧바로 사용하기보다는 사용법을 읽고 이해한 후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고, 가벼운 연습을 통해 연장을 다루는 데 익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수법 혹은 학습법에 대해 선생님만이 아니라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이를 습득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새로운 교수법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새로운 교수법을 배워서 자연스럽게 적용하기까지는 많은 실패와 노력이 필요하다. 실패했다고 바로 포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교수법 적용은 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신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신은 이 비밀의 문을 쉽게 열어주지 않는다. 끈기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야 그 문이 열린다. 2007년 노벨 화학상 체카노바 교수의 말처럼 실패에서 좌절감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다. 실험은 99% 실패하는 것이 정상이므로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실패는 ‘성공적이지 않은 실험’일 뿐이다(헤츠키 아리엘리·김진자, 2014: 186). 그 다음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왜 성공적이지 않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적용 과정에서 방법이나 절차가 잘못된 것은 없었는지, 실수한 것은 없었는지, 부족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분석해야 한다. 성공적이지 못한 이유를 모두 적고 하나씩 고쳐가는 방식으로 수업을 재구성해가다 보면 수업 내용과 목적, 그리고 자신과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수법을 재구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