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오래 전부터 교육의 융복합화를 지향하며 수능의 통합교육 모색하고 있지만, 학교와 교육 현장과는 괴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문·이과 통합' 수능으로 치르는 방안을 발표했다. 즉 교육부는 현재 고교 1학년 학생들이 치를 2022학년도 수능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는지를 담은 기본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실제로 문이과 통합 수능이 아니므로 기존과 같이 계열별로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학원, 입시전문기관 등은 통합보다 계열별로 교과목 준비가 필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교육부 발표의 핵심은 지난해 8월 발표됐던 것처럼 문·이과 구분 없이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변화다. 국어·수학 영역에는 공통과목+선택과목 체계가 도입되고, 사회·과학탐구 영역은 17개 과목 중에 2과목을 고르게 된다.
교육부의 발표는 일단 외형은 통합 수능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학생, 학부모, 전문가, 입시업계 관계자들은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라는 취지는 퇴색됐고, 온전한 통합 수능과도 거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교과목의 계열 통합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주 교과목안 국어영역 선택과목은 '화법과 작문', 수학영역 선택과목은 이과는 '미적분' 또는 '기하', 문과는 '확률과 통계'로 대체적으로 나뉜다. 탐구영역 과목 선택은 문과는 사회 쪽, 이과는 과학 쪽으로 갈릴 전망이다.
교육부의 통합 수능 지향 정책에도 불구하고 학생, 학부모들이 의구심을 갖고 또 다른 계열별 수능을 고심하는 이유는 각 대학들의 입시 정책 때문이다. 틍히 이와 같은 통합 수능 장애의 가장 큰 원인은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자연계열은 수학과 탐구영역에서 특정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고 과목을 일찌감치 지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교육부의 통합 수능 정책에 역행하는 처사다.실제 자연계열 학생은 경희대·고려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 등 8개 대학에 지원하려면 수학에서는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해야 하고, 탐구영역에서는 과학탐구로만 2과목을 선택해야 한다.즉 현재 고교 1학년 학생들이 대상인 2022학년도 수능 제도대로라면 자연계열 학생도 수학영역에서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거나 탐구영역에서 사회 쪽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인(in) 서울 대학, 그리고 소위 상위권 대학에 지원하려면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이과 학생들은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하고, 문과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확률과 통계로 몰릴 전망이다.이와 같은 교육부의 통합 수능 정책, 각 대학들의 대학 입시 방침의 엇박자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큰 고심을 안게 됐다.이에 따라 사실 대입 수능은 공통과목 75%, 선택과목 25% 비율인데, 사실 수능 점수의 결정은 비율이 낮은 선택과목에서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탐구 영역 역시 교육부 방침에 따라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과목을 하나씩 교차 선택하는 게 가능해지긴 했지만, 수험생들이 그런 선택을 하도록 유인하는 요인이 미흡한 형편이다.
특히 2022학년도 수능에서 현재 상대평가인 제2외국어․한문 영역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는 데 이는 외국어 역량이 높은 외국어고·국제고 학생들로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것으로 사료된다.
결국 교육부의 정책대로 통합 수능을 지향하여 보통교육을 하는 고교 교육이 융복한 교육을 모색하려는 데 비하여, 대학은 문이과 계열별 중심 입시를 추구하는 것이 이와 같은 불일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교육부 방침보다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 ‘나(내 아이)의 좋은 대학 합격’이 최대 갈구하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통합교육, 융복합 교육 추구는 세계적 흐름이다. 현재 대학에 자율전공학부, 자유전공학과 등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타산지석이 돼야 한다. 한국 대학에서 복수 전공제, 부전공제 등도 대체적으로 양호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양 교과목의 다양화와 학점 확대 등도 같은 맥락이다. 또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목표도 종합적으로 ‘융복합적인 창의 인재 육성’이라는 점을 전제하면 교육의 통합화, 융복합화는 미래 교육의 대세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교육부의 통합 수능 지향과 각 대학의 계열별 신입생 유치 방친의 간극을 메워야 학생, 학부모들이 마음 편하게 통합 수능의 교과목을 선택하여 그 방향으로 수능과 대학 전공 등도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