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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사립대 등록금 인상, 대학 경쟁력 강화에 방점 찍어야

최근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가 2020학년도 대학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는 전국 153개 4년제 사립대총장들이 가입한 굴지의 단체다. 사립대총장협은 결의서를 통해 2009년 대학등록금 동결 정책 시행 이후 지난 11년 간 대학재정은 황폐화되었고, 교육환경은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2020학년도부터 법정 인상률 범위 내에서 등록금 자율책정권을 행사해 등록금을 인상하겠다고 공표했다.

 

현행법상 대학들은 직전 3년 기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의 1.5배 이하 수준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게 돼 있으나 정부와 타 대학 눈치를 살피다 보니 이 조항은 거의 사문화되었다. 사립대총장협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시설 확충과 우수 교원 확보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대학 총장들이 등록금 동결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와 같은 사립대총장협의 2020년 등록금 인상 추진에 대해서 교육부는 즉각 제동을 걸었다. 만약 사립대가 등록금 동결 방침을 어기고 인상을 추진할 경우 재정 지원을 감축하고 적립금 실태 감사를 하는 등 적정한 통제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대학의 미래 문제 중 첫 번째로 대학의 구조 조정을 꼽고 있다. 수년 내에 고졸자수와 대입자수(정원)가 역전되는 것이다. 이제부터 대학이 자율적 구조 조정을 하지 않으면 결국 도태될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한국의 대학들은 현재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구조조정 위기를 헤쳐 가며 세계 대학과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현재 대학은 지금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질적인 혁신을 요구받고 있으나 그런 혁신이 일어날 여건은 마련되지 않았다. 등록금은 11년째 동결돼 2008년과 비교해 0.6%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사립대 연간 등록금은 평균 718만 원으로 드러났다, 학생·학부모들에게는 엄청난 부담 금액이다. 물론 대학 등록금을 일률적으로 통제할 것이 아니라 국가 장학금 확충 등 교육예산 확충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지난 11년 간 대학 등록금 동결로 대학의 교육 여건과 환경이 현저하게 피폐해졌다는 주장에도 일견 이해가 된다. 대부분 사립대의 경우 그동안 유능한 교수 인력의 영입은 차치하고 연구·개발 예산과 도서 구입비 등 기초적 비용조차 줄인 상황이다. 전체 사립대의 연구·개발 예산 규모는 2017년 4470억원으로, 2011년(5397억원)보다 되레 감소했다. 재정이 어려워짐에 따라 초래된 불가피한 결과다.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판국에 국내 대학들은 생존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한국 대학의 국제 경쟁력은 더욱 더 떨어질 수 밖에 업는 현실이다.

 

미래학자들과 교육 전문가들은 인구절벽시대를 맞아 사회적 변화와 함께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한국 대학이 2030년께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즉 앞으로 10여젼 뒤에는 한국 대학의 3분의 1에서 4분의 1 정도는 운영이 심각해지고, 심할 경우 폐교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므로 대학은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가 당면한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대학 등록금 인상과 교육환경 개선은 단선적 연계가 아니다. 대학의 감싸고 있는 다양한 조건과 요소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위기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 대학 교육 및 운영 혁신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등록금 인상만이 유일한 해결책 인 양 주장하고 있다. 대학 재정은 올 8월부터 도입된 소위 강사법(고등교육법시행령) 시행으로 더욱 악화되고 잇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 전문가 초빙이나 빅데이터 연구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사립대총장협은 2020학년도부터 법정 인상률 범위 내에서 등록금 자율책정권을 행사하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교육부는 고졸자수와 대입자수(정원) 역전을 앞두고 감축해야 할 대학 정원이 정부가 손대기 어려운 규모라며 구조조정을 시장에 맡기겠다고 발표했다. 대학 생존은 부실 대학은 도태되고 경쟁력 있는 대학들은 학사운영과 학생 선택권 등에서 자율권을 갖고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데서 결정된다. 인위적인 등록금 동결과 책정 등 교육부의 온갖 규제 아래서 꼼짝하지 못하며 재정 지원이라는 피상적 먹여주기식 지원으로는 한계가 있다. 급변하는 시대 대학의 공공성 강화와 책무성을 담은 미래 비전이 중요하다. 대학의 비리 및 비위 행위에 대한 반성과 성찰도 선행돼야 한다. 대학 스스로 혁신의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21세기 미래 인재 양성의 기지이어야 할 대학의 경쟁력 추락은 곧 국가 경쟁력의 동반 추락을 의미한다.대학이 시대 조류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면 미래 희망은 없다. 대학 교육의 혁신과 함께 대학 재정 운영의 투명성이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 정부 정책에 역행하여 등록금만 인상한다면 대학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더 높아질 것이다. 정부의 재정 투자도 확대될 수 없다. 대학 등록금 인상 주장이 교육 환경 개선이라는 등잔불 밑에서 벗어나 대학 경쟁력 강화와 미래 인재 육성이라는 망망대해를 지향해야 한다.

 

이제라도 사립대총장협은 교육부와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유념해야 할 점은 4년제 사립대 등록금 인상은 곧 4년제 국공립대, 전문대 등 모든 고등교육기관의 등록 인상과 연계된다는 점이다. 학생·학부모들의 무담을 줄이고 대학경쟁력, 교육경쟁력 등을 강화할 수 있는 묘안찾기에 함께 노력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대학은 교육환경을 넘어 교육경쟁력 강화를 지향해야 한다.  획기적인 고등교육 정책 혁신 방안과 대학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한 뒤에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확대를 요구해야 하고, 나아가 대학 등록금 인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동의를 얻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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