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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나오는 GDP성장률이 도대체 뭘까?

한국은행이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2%로 낮췄다고 한다. 우리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치나보다(사실 성장률은 정부가 한국은행의 기대치다. 그만큼 올려보겠다는 목표치 같은). 반면 미국은 올해 GDP 성장률이 2.4%로 예상된다. 우리보다 경제가 더 좋다는 뜻이다. 그런데 도대체 GDP가 뭐길래, 이게 높으면 경제가 좋다고 할까? GDP 성장률은 어떻게 계산할까? 어렵지 않다.

 

과거에 국가의 부(WEALTH)는 무엇을 소유하는가의 관점이었다. 그러니 금이나 땅, 군대나 노예를 많이 소유한 나라가 부자나라였다. 하지만 지금은 거래를 기준으로 한다. 누군가 더 팔고 누군가 더 구입해야 부자나라다. 왜냐면 누군가의 소비는 누군가의 소득이니까! 그러니 ‘부자 나라가 되는 관건’은 뭐든 많이 팔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스위스는 팔리는 게 많은 나라고, 시에라리온은 팔리는 게 적은 나라다. 그럼 그 나라 안에서 구체적으로 얼마나 팔리나? 이걸 수치화한 게 국내총생산(GDP)이다. 그리고 그 GDP가 1년 만에 얼마나 늘었는지 계산한 게 ‘GDP 성장률’이다.

 

부국이 되려면 뭐든 많이 팔아야 한다

우리나라 안에서 거래돼야 한다. GDP(Gross Domestic Product, GDP)는 우리 국토 안에서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의 합계다. Domestic에서 눈치 챘듯이 우리나라 안에서 생산된 재화(자동차나 운동화, 갤럭시노트 10 같은) 또는 서비스(미용실에서 파머를 하거나, 한정식집에서 낙지볶음 팔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영화 같은)의 합계다. 그러니 손흥민 선수가 영국에서 벌어온 수백만 파운드는 우리 GDP에 잡히지 않는다. 영국의 GDP를 올린다(손흥민 선수가 대부분의 돈을 환전해 우리나라로 가져올 텐데, 이런 이전소득은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두산 베어스의 린드블럼이 받은 연봉은 우리 GDP에 포함된다).

 

국내에서 생산한다고 해서 모두 GDP에 포함되는 건 아니다. ‘거래’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팔린 것’만 GDP에 포함된다. 그러니 시골에서 어머니가 오이를 길러 오이지를 해서 보낸 것은 비록 생산했지만,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 만약 어머니가 이 오이지를 시장에 내다 팔아 10만 원을 벌었다면, 우리 GDP는 정확히 10만 원 오른다.

 

만약 내가 단팥빵을 만들어 100만원어치를 팔았다면 GDP는 100만 원이 올라간다. 그런데 내가 파는 빵에 들어간 단팥은 펭수가 만들어 우리 빵집에 30만 원에 납품한 것이다. 그럼 펭수도 30만 원의 GDP를 올린 것일까? 이렇게 계산하면 생산한 가치가 중복된다. 그래서 ‘생산한 가치(ADDED VALUE)’가 중복되지 않게, GDP는 최종 판매되는 가격만 더해서 만들어진다. 현대차 그랜저에 수많은 가치가 더해져 최종 판매 금액이 만들어지는데, GDP는 1대 팔릴 때 1대의 가격만 더해진다.

 

그런데 내가 단팥빵을 만들어 100만 원 어치를 팔아서, 그걸 사 먹은 소비자들이 배가 불러 그만큼 밥이나 짬뽕 또는 계란후라이 소비를 줄였다면? 전체 GDP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러니 뭐든 만든다고 또 팔린다고 GDP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나 항공의 국내 매출이 올라, 그만큼 대한항공의 매출이 줄어든다면 우리 GDP는 사실상 오르지 않는다. 유니클로는 국내에서 매년 1조 원 이상 팔리지만, 우리 GDP 성장에 꼭 1조 원만큼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유니클로가 없다면, 우린 다른 브랜드 옷을 입으니까. 그런데 유니클로가 안사고는 못 참을 멋진 옷을 만들어 낸다면(그 옷의 추가 구매로 이어진다면) 우리 GDP는 그만큼 올라간다.

 

방법이 있다. 단팥빵에 슈크림을 넣어보았다. 슈크림단팥빵이 1천만 원 어치가 추가로 팔렸다. 맛이 너무 판타스틱해서 배가 부른 소비자들이 또 사 먹었다. 이 경우 1천만 원 만큼 추가로 우리 GDP가 오른다. 단팥빵에 ‘슈크림’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를 부가가치(ADDED VALUE)라고 한다. GDP는 결국 이들 ‘부가가치의 총합’이다.

 

폴더폰을 쓰던 한민족이 몇 년 만에 수천만 대의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된다면? 우리 국민이 기존 폴더폰에 100억 원을 소비했지만, 이제 스마트폰에 1조 원을 소비한다면, GDP는 대략 9천9백억 원만큼 올라간다. 그러니 죽은 스티브잡스는 도대체 온 지구의 GDP를 얼마나 올려놓은 것일까?

 

GDP와 국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

이렇게 GDP는 우리 국민이 소비한(판매한) 값의 합계다. 그런데 소비는 소비자만 하는 게 아니다. 기업도 공장을 짓고, 종업원의 월급을 주면서 소비를 한다. 이런 기업의 소비를 ‘투자’라고 한다. 따라서 기업의 투자도 GDP에 포함된다. 여기에 국가도 재정을 집행(국민들에게 거둬들인 세금을 쓰는 것)하며 돈을 쓴다. 이 재정도 GDP에 포함된다. 결국 ‘GDP=①국민의 소비+②기업의 투자+③국가의 재정지출’이다. 이렇게 1) 우리 국민이 지난해 소비한 돈과 2) 기업이 투자한 돈, 그리고 3) 정부가 지출한 재정을 다 합쳐보니 지난해 1,893조 4,970억 원쯤 됐다(대충 우리 국민의 소비가 50%, 정부 재정지출이 20%, 기업의 투자가 30% 정도 된다).

 

대한민국의 GDP는 달러로 1조 7천억 달러 정도(2018년 기준) 된다. 미국은 20조 4천억 달러, 중국은 13조 6천억 달러쯤 된다. 그럼 우리는 얼마나 잘사는 걸까? 영국이 2조8천억 달러니, 우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 땅덩어리 넓은 캐나다나 러시아 호주 모두, 우리보다 GDP가 낮다(2018년 기준). 우리는 경제력으로만 보면 이 대국들보다 큰 나라다.

 

이렇게 소비를 늘리면 GDP가 높아진다. 하지만 인간은 합리적으로 소비한다. 그 가게의 매출을 올려주기 위해, 또는 우리 GDP를 올려주기 지갑을 여는 소비자는 없다. 필요하거나(치약이나 바디로션처럼) 아니면 괜히 사고 싶어야(스타벅스 다이어리처럼) 소비가 늘어난다. 무턱대고 재화나 서비스를 만든다고 해서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 만약 짐바브웨의 GDP를 높이기 위해 ‘에버랜드’를 건설해 주면 어떨까?

 

이 놀이공원에서 즐기기 위해 소비자들이 줄을 서고, 소비만큼 짐바브웨 에버랜드의 매출이 늘어난다. 놀이공원에 고용된 수천여 명의 짐바브웨 직원들이 급여를 받아 다시 소비하면서, GDP는 더 높아진다. 매출이 늘면 짐바브웨 에버랜드는 신규 놀이기구를 설치하면서(투자) 또 GDP가 높아진다. 돈을 번 놀이공원이 세금을 내면 짐바브웨 정부는 이 돈으로 학교를 지으면서(재정지출 ) 또 GDP가 늘어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짐바브웨 국민들은 에버랜드에 갈 돈이 없다. 에버랜드로 연결되는 도로도, 에버랜드까지 타고 갈 승용차도 없다. 그러니 수요도 없고, 수요가 없으니, 짐바브웨 에버랜드에 투자할 투자자도 없다. 그래서 짐바브웨 에버랜드는 탄생할 수가 없고, 그래서 짐바브웨 GDP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이 국내총생산(GDP)이 1년 만에 얼마나 늘었는가를 ‘경제성장률(Economic growth rate)’로 표현한다. 우리 경제가 올해 2% 성장한다는 말은 지난해 우리 국민이 100만 원 어치의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생산)했지만, 올해 102만 원 어치의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생산)했다는 뜻이다. 우리 경제가 2%만큼 더 키가 커진 것이고, 그렇게 2%만큼 우리가 더 부자가 된 것을 의미한다. 물론 GDP나 GDP 성장률로 진정한 그 나라의 부를 측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가죽 염색공장이 생겨 매출을 100만 원 올려도, GDP는 그로 인해 강이 썩어가는 것은 측정하지 못한다. GDP는 또 그 나라의 행복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우리는 캐나다나 호주보다 행복한 나라인가? 우리보다 GDP가 8배나 되는 중국을 우리보다 행복하다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정부는 내년 재정 지출을 늘려 GDP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기업의 투자도 계속 유도할 계획이다. 이 모든 게 GDP를 0.1%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사실 다른 나라도 이 방법 말고 별 방법이 없다. GDP 계산법은 인류가 현재 알고 있는 ‘국가의 부를 측정하는 가장 근접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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