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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당신, 꼬막 다시 사와야겠네?”

우리 가족 요리 ‘시금치 꼬막 무침’ 도전기

일주일 전 정월대보름 나물을 먹으면서 이야기가 나왔다. 시금치 꼬막 무침을 만들어 먹자고. 왜 갑자기, 하필이면 이 맘 때 꼬막일까? 집에 도착한 공무원 연금지 2월호를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이 꼬막 제철이고 건강에도 좋다는 것이다. 조리 방법을 보니 준비물도 몇 가지 아니되고 간단하다. ‘이 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말이 씨가 된다. 꼬막철은 시기가 정해져 있다. 오늘 도전해 보기로 했다. 딸과 누나를 불러 재미와 추억을 함께 하려 연락을 취했다. 딸은 개인 일정이 있고 누나는 저녁에 합류하기로 했다. 누나와 같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았다. 시금치는 국거리용과 나물용 모양새가 다르다는 걸 알았다. 겨울을 이겨낸 시금치가 싱싱하기만 하다. 참기름도 샀다. 고소한 참기름과 그냥 참기름 가격차가 크다는 것을 알았다.

 

꼬막 구입은 전통시장을 이용했다. 수산물 가게에 가니 소쿠리에 담긴 꼬막 2kg 7천원, 1.2kg 1만원 두 종류가 있다. 차이점은 씨알 굵기의 차이다. 어느 것을 살까? 싼 것 사가면 아내의 지적을 받기 십상이다. 아내는 먹는 재료만큼은 좋은 것을 택하려 한다. 값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또 처음 도전인 만큼 맛있는 요리가 탄생해야 한다. 양은 적으나 값이 비싼 것을 택했다.

 

요리 시작이다. 작업 분담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우선 내가 시금치를 다듬는다. 주의사항은 뿌리째 먹도록 하는 것. 아내는 꼬막을 씻고 끓는 물에 삶아 낸다. 이후 시금치를 데쳐낸다. 누나는 꼬막을 벌려 알맹이만 추려낸다. 입을 다문 꼬막이 몇 개 보인다. 내가 꼬막 밑부분에 숟갈을 대고 돌리니 쉽게 벌어진다. 이것 인터넷에서 공부했다. 속살이 탱글탱글하다. 맛을 보니 간간하다. 그냥 먹어도 좋다.

 

아내는 양념장을 만든다. 재료는 멸치액젓, 설탕, 식초, 참기름, 고춧가루 등이다. 데친 시금치는 먹기 좋게 5cm 간격으로 잘랐다. 누나는 시금치와 꼬막 속살을 섞었다. 맨 위에다 통깨를 뿌리니 완성이다. 나는 깍두기를 그릇에 담는다. 아내는 바쁜 그 사이에 아들이 먹을 돼지고기 볶음을 만들었다. 냉장고에 있는 멸치볶음, 절임양파, 김을 꺼내 놓으니 한상 차림이다.

 

식탁에 앉은 우리 가족 네 명. 밥 한공가를 뚝딱 해치운다. 입맛이 까다로운 아들도 탈을 잡지 않는다. 이 정도면 ‘시금치 꼬막 무침’ 첫 도전 성공이다. 1.2kg 꼬막 양이 많았나 보다. 밥그릇은 비웠는데 꼬막이 조금 남았다. 깨끗이 해치우려고 밥 한 숟갈 씩 추가로 더 먹었다. 누나 왈, “서울에서 먹는 꼬박 비빔밥보다 더 맛있고 내용물이 알차다”고 소감을 밝힌다.

 

다음 날 아침, 누나의 카톡이다. “그대 덕분에 아직도 속이 든든합니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도 어제 저녁 꼬막 식단이 떠오른다. 입안에서 맴도는 그 맛 여운이 남아 있다. 요리 주역을 맡았던 아내가 고맙다. 아내에게 넘겨주었던 공무원연금지를 다시 펼쳐 보았다. 피드백하면서 앞으로 나 혼자 도전하고픈 생각에서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잡지에 나온 것은 우리가 어제 해 먹은 ‘시금치 꼬막 무침’이 아니다. ‘시금치 꼬막 겉절이’다. 우리는 시금치를 날 것으로 먹은 적이 없다. 시금치 하면 으레 데쳐 나물로 먹거나 국거리로 먹는 것이 습관화 되었다. 또 한 가지 사실은 그 잡지를 내가 두 차례 보고 아내가 한 차례 보았는데 자세히 읽지 않고 건성으로 자기 멋대로 해석해 읽었다는 것.

 

아내의 말이 걸작이다. “당신, 꼬막 다시 사오고 누나 다시 초대해야겠네. ‘시금치 꼬막 겉절이’ 제대로 만들어 다시 먹어야지.” ‘도전은 즐겁다’와 ‘실행이 답이다’가 생활철학인 나. 이번의 ‘시금치 꼬막 무침’은 가족 합동작품, 첫 작품 요리, 도전정신에 의미가 크다. 1주일 이내 다시 도전할 날 시금치와 꼬막 속살의 환상적인 맛을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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