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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위기 맞은 자유학기제

박근혜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출발한 자유학기제, 입시위주교육, 성적지상주의 교육을 타파하고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운다는 취지로 시작 되었지만 예산이 줄어 들면서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어쩌면 자유학년제로의 확대를 마냥 환영할 일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예산 없이 운영한다면 자유학년제의 기본취지와 달리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계속 예산이 감축되어 교부된다고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비해 예산이 대략 20%정도 감축되었다. 아직은 그래도 운영 할만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도 않다. 일단 예산에서 30%까지만 개인위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외부강사를 활용하는데 그 이상의 예산을 쓰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2500만 원의 예산을 받았다면 30%인 750만 원만 개인위탁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다른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 운영비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 일단 전문성을 갖춘 강사를 활용한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이 쉽지 않다. 강사를 활용할 수 있는 일부 프로그램 외에는 모든 것을 교사들이 직접 지도해야 한다. 자유학년 프로그램은 주제선택활동, 예술활동, 체육활동, 진로활동, 동아리활동 등이 있다. 따지고 보면 서로 유사성이 있다. 동아리활동에서 체육, 예술, 진로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분류하여 운영을 해야 하니, 교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교과수업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어렵다. 굳이 그렇게 할려면 자유학년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운영 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교과시간을 줄이면서 자유학년제를 하고 있는데, 교사들에게 부담만 가중된다면 결국은 예전의 동아리활동을 확대해 놓은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물론 교사들이 전문성을 쌓아 놓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들이 있다. 중등의 경우 교과 외의 전문성을 갖춰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추후에 예산지원이 되지 않을 때를 대비하여 운영하라는 취지는 이해가 되나 예산없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업무폭주에 자신의 교과수업을 위한 연구, 연수활동 시간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유학년제 운영을 위한 프로그램의 전문성까지 갖추라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 일선학교에서 매우 잘 운영되고 있는 스포츠클럽의 예를 보더라도 만약에 예산이 지원되지 않으면 지금처럼 잘 운영될 수 없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강사비기 매년 지원되기에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중학교 3학년에서 스포츠 클럽할동을 2시간 해야 하는 학교들이 있다. 1시간은 창의적체험활동을 순증하여 활용하고, 나머지 한 시간은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교사들이 직접 지도를 하는데, 전문성이 없지만 주당 평균시수가 적은 교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당연히 파행적인 스포츠클럽활동이 되고 있으며 시간 채우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자유학년제 프로그램 운영도 이런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예산 없이 운영하라고 하면 운영은 될 수 있으나, 프로그램의 질은 장담하기 어렵게 된다.

 

무조건 30%까지만 예산을 활용해야 하는지 교육청에 문의를 했다.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보다 더 강사비로 지출하면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돈은 있으나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일부 프로그램의 운영비에 나머지 예산이 대폭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잘 하는 학교들도 많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들이 더 많다고 본다. 결국 운영비를 교부해주고 이제와서는 없어질 수 있으니 교사들이 직접 하라는 것인데 교사들이 그렇게 까지 전문성을 갖추고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제약조건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진로교과를 줄여서 자유학년제 시간을 확보하지 않도록 하라고 한다. 물론 특별한 경우에는 가능하다는 단서조항이 있긴 하지만 강제성이 있어 보인다. 자유학년제에 진로활동이 별도로 편성되고 진로교과 연계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별도의 진로프로그램도 운영하는데, 무조건 진로교과를 줄이면 안된다고 한다.

 

학교의 상황이 다 다르고 1학년의 교육과정에서 감축교과를 찾기 어려운 교육과정이라면 진로교과 활용은 필수적이다. 진로교과를 안 줄이면 어떤 교과를 줄여야 할지 난감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들이 분명히 있다. 이런 학교들까지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최소한의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 마저도 훼손하는 것이다.

 

다양한 수업, 다양한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도 교사들로서는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기고사를 치르지 않을 뿐 준비하고 평가하고 해야 할 일들은 다른 학년보다 결코 적지 않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당초의 자유학년제 취지는 시험부담, 학습부담에서 벋어나서 자신의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한 학기는 신나는 시간을 보내라는 것이었다.

 

몇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당초 취지는 사라져 가고 있고, 학생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자유학년제의 기본취지가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결국 학생들의 부담, 교사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제도라면 존재 가치가 크지 않다. 예산 지원을 계속하고 학교에서 자유롭게 예산을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기본적인 것만 규제하고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 교육과정도 마찬가지다. 최소한의 기본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학교에서 직접 설정하여 운영하도록 해야한다. 모든 학교의 자유학년제가 똑같이 운영되는 상황에서 무슨 꿈과 끼를 기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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