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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민주시민 역량 교육의 중요성

전 세계에 코로나19로 인한 많은 인명 피해와 다양한 문제들이 쏟아졌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총선(總選)을 무사히 치러내면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공직선거법이 개정됨에 따라 만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선거권을 부여하게 됐고, 선거 연령이 낮아지면서 찬반 논란이 뜨거웠던 것도 사실이다. 만 18세는 고등학생이 포함된 집단으로 아직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가치관의 혼란을 겪을 수 있으므로 시기상조라는 반대의견이 있었다. 18세를 기준으로 혼인, 납세, 병역, 공무원 임용까지 가능하므로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지지만, 유독 선거권만 인정되지 않아 의무만 있고 권리가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찬성의견이 부딪치며 논란이 많았다. 

 

교과서 밖 민주 절차 경험

 

사회교사로서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교과서 속 정치 이야기를 할 때면 지루한 표정들과 동문서답이 공존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정치에 흥미를 느끼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어려워하고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아이들이 정치적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모의 학생회장 선거’, ‘지방 자치 제도 체험’, ‘실제 정치 관련 뉴스 댓글 쓰기’ 등의 수업을 진행했다. 교과서 외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복잡한 선거 준비 과정과 정책 마련, 체계적인 절차 등을 직접 체험하며 배웠다.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의 중요성을 경험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역시 실생활과 관련한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확인했다. 
 

그러던 어느 날, 뉴스를 보여줬다. 남북미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역사적 만남을 이룬 장면을 아이들은 숨죽여 지켜봤다. 마침 국제 정치와 관련된 내용을 공부하던 터라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 앞줄에 앉는 학생이 질문을 해왔다. 

 

우리 아이들, 어리지 않아

 

“남과 북이 이렇게 분위기가 좋은데 이러다 통일하는 거 아니에요?”, 나도 웃으며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그 학생은 “중국이나 일본 또는 미국도 우리 통일을 진정 바랄까요?”라고 질문했다.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연이어 그 학생은 “우리는 북한과의 관계에 따라 정치, 경제, 군사 모든 분야에서 영향을 많이 받지만, 솔직히 중국은 북한을 이용해서 미국, 일본을 견제하려고 하고 미국은 한국을 이용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거 아닌가요?”라는 본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나는 평화를 위한 모두의 소망은 비슷할 것이고 세계에서 같은 민족이 분단을 겪는 지역은 한반도가 유일하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지만, 단편적인 화제에 그치지 않고 정치와 세계 전반의 흐름을 살피며 다음 수를 생각할 수 있는 중학생이 있다는 것에 내심 놀란 기억이 있다.
 

우리 아이들은 더는 어리지 않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훨씬 빠르게 전달되고 흡수되기에 교과서만으로 세상을 배우지 않는 것이다. 그동안 교실 안에서 교과목으로만 정치를 가르쳤던 나를 반성해보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교사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 지금, 교과서 지식 전달만이 아닌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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