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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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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의 경제학' 긴급재난지원금 기부하실래요?

긴급재난지원금이 나왔습니다. 4인 가구 100만 원입니다. 액수는 시도별로 조금씩 다릅니다. 특이한 것은 기부할 수 있습니다. 자발적 기부를 통해 재정(정부의 예산 곳간)도 채우고, 또 ‘코로나19’라는 드라마 같은 상황에서 공동체의식 발현도 기대해봅니다.

 

기부의 경제학

시장경제는 필연적으로 ‘격차’의 문제를 불러옵니다. ‘샤넬 클래식 미디엄 백’은 715만 원이었습니다. 며칠 전 846만 원이 됐습니다. 120만 원이 올랐습니다. 이 핸드백을 알뜰하게(?) 사려는 줄이 매장마다 길게 이어졌습니다. 코로나19로 최악의 불경기라지만, 우리 주변에 715만 원짜리 핸드백을 쉽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살짝 드러난 순간입니다.

 

‘기부’는 그래서 중요합니다. 빌 게이츠(Bill Gates)는 기부를 ‘시장경제의 분배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도구’라고 했습니다. 빌 게이츠 부부는 지금까지 30조 원이 넘은 돈을 기부했습니다. ‘코로나19’ 백신개발에도 큰 관심과 함께 수천억 원을 기부했습니다. 그는 죽는 날, 빈손으로 떠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부자들에게 기부는 당연한 것입니다. 뉴욕 맨해튼 한가운데에 있는 UN 본부 땅도 록펠러 가문이 기부한 겁니다.

 

이렇게 기부된 돈은 시장을 돌고 돌아 소비를 일으킵니다. 돈은 많이 유통될수록 모두를 부자로 만듭니다(중요!). 돈은 유통되면서 스스로를 증식합니다. 그렇게 우리 모두를 부자로 만듭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마이클의 부인 세라는 시어머니 제시카에게 10만 원권 백화점상품권을 선물했다. 어머니 제시카는 그것을 큰며느리 앤에게 다시 줬다. 앤은 자신의 남편 빌에게 넥타이를 사라며 그 상품권을 선물했는데, 한 달 뒤 그 상품권은 동생 마이클의 지갑에서 발견됐다. 형 빌이 동생 마이클에게 선물한 것이다. 발행된 상품권은 10만 원권 1장인데, 3번 유통되면서 제시카의 가족들은 모두 40만 원의 효용을 체감했다. 만약 상품권이 화폐라면 본원통화는 10만 원이지만 시중 통화량은 이제 40만 원이 됐다.

 

시장에 풀린 돈은 이렇게 ‘거래’를 통해 부를 만들어냅니다. 정부가 시장에 재정을 공급하는 이유도 물론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중간에 시민 용팔 씨가 재난지원금을 받아 저축을 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돈이 은행에 잠깁니다. 제가 어릴 적 학교에서는 이렇게 배웠습니다. 그때는 1)시중에 돈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2)국민들이 돈을 벌어 은행에 저축을 하면 3)기업이 그 돈을 대출받아 공장을 세우고 투자를 합니다. 이렇게 경제가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돈이 넘칩니다. 10여 년 전까지 우리 기업들은 투자(I)한 돈이 저축(S)한 돈보다 많았습니다. 이제는 저축(S)이 투자(I)한 돈보다 많습니다. 그러니 용팔 씨가 저축을 더 한들 이 돈이 모두 기업으로 옮겨가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은행창고에 잠겨버립니다. 저축보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가 된 것입니다.

 

 

기부보다 과세?

유럽은 기부보다 ‘과세’로 격차문제를 해결합니다. 개인의 선한 의지에 의존하는 ‘기부’보다 시스템으로 부를 나누는 ‘과세’를 더 믿습니다. 유럽의 소득세율이 더 높은 이유도 이런 배경이 작용합니다.

 

공통점은 과세에 우리만큼 부정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금은 ‘비정한 세상을 넘어서는 위대하고 간단한 도구’라고 믿습니다. 2016년 3월 뉴욕에 사는 재벌 3~4세들이 쿠오모주지사(코로나19로 유명해진 바로 그!)에게 청원문을 보냅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뉴욕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고통 받으며, 뉴욕주의 부실한 인프라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런 문제를 모른 척할 수 없습니다. 뉴욕의 일부 지역에서 아동의 빈곤율이 50%를 넘는다는 사실에 우리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오늘도 8만 명이 넘는 노숙 가족들이 뉴욕주 전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지금은 우리 뉴욕의 친구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다리에 오를 수 있도록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할 때입니다.”

 

뉴욕주는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지난 2009년에 공정과세(Tax Fairness)를 도입했습니다. 기본 소득세와 별도로 상위 0.1% 정도 되는 부자들에게 최고 8.8%의 세금을 추가로 걷는 일종의 백만장자세입니다(대신 그만큼 저소득층의 세금을 인하해주도록 설계됐다). 이 과세제도는 2017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됐는데, 정작 그 세금을 내는 백만장자들이 이 과세제도를 연장해달라고 청원을 한 것입니다. 그야말로 ‘부자들의 품격’입니다. 그 청원문은 ‘우리는 세금을 더 내야하고, 더 낼 수 있다’는 말로 마무리됩니다.

 

물론 과세와 기부를 모두 실행해온 부자들도 많습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죽기 전에 자신의 재산 85%를 기부한다고 약속(the Giving Pledge)했고, 지금까지 28조 원 이상을 기부했습니다. 그는 2011년 뉴욕타임스에 자신의 직원들이 내는 소득세율이 최고 36%나 되는데, 자신처럼 자본투자(주가나 주식배당금 이익을 위한 투자)로 번 소득은 평균 17%만 과세가 된다며, 자본소득에 대한 세율인상을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시장경제가 안고 있는 격차문제를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어집니다. 과세제도의 개선과 함께, 시장 참여자의 선한 의지 역시 중요합니다. 코로나19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긴급재난지원금에 ‘기부’형식이 도입된 것도 같은 취지일 것입니다. 그 작은 움직임은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공동체의식의 척도입니다.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를 이겨내기 위해 빌 게이츠 등 전 세계 부자들의 손길이 이어집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궁핍으로부터 벗어날(freedom from poverty)수록 소비가 늘어납니다. 테슬라의 앨런 머스크 회장이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져야 내가 돈을 번다’며 재난지원금을 찬성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코로나 위기시대. 인류는 ‘과세와 기부’라는 신이 주신 발명품으로 이 위기를 또 극복해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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