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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쉬는 시간] 선생님의 하루, 빛나는 콘텐츠가 됩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보면, 주인공 동백이가 부러워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어요. 바로, 기차역의 분실물 센터 직원이었지요. 사람들은 분실물 센터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가며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건네고 가요. 동백이는 그게 부러웠어요.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게 말이지요.

 

그 장면을 보면서 공감이 되더군요. 학교에서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아이들에게나 학부모님들에게 “선생님 고맙습니다” 한마디를 들으면 왠지 뿌듯해요. 보람도 느껴지지요. 그런데 문제는 요즘에는 학부모님들에게 고맙다는 말보다 화를 내는 전화를 받는 빈도가 높다는 것이에요. 
    

온라인 수업 때문에, 도서관 책 반납이 연체되어서, 학교폭력 때문에 속상해서, 또는 이런저런 이유로. 어떤 학부모님들은 담임 선생님에게 화나는 마음을 그대로 전하기도 해요. 답답한 노릇이지요. 본인의 화를 여과 없이 전하는 것은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니까요. “선생님, 속상해요”라고 말해준다면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줄 수 있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나 봐요.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드라마 주인공 동백이처럼요. 생각해 보니 저만의 분실물 센터가 있어요. 매일 아침 글을 쓰는 블로그. 학교 이야기, 아이 키우는 이야기, 교사로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블로그를 통해서 여러 학부모님들에게 전하고 있거든요. 그럼, 아침마다 많은 분들이 답글로 ‘고맙습니다.’ 한 마디를 남겨줘요. 그게 그렇게 뿌듯하더군요. 감사하기도 하고요.

 

그 마음 하나로 하루를 버텼어요. 아이들이 우유를 쏟아도, 급식판을 엎어도, 친구랑 싸우고 선생님에게 화를 내도, 온라인 수업 때문에 화를 내는 민원전화를 받아도, 누군가 학교폭력 때문에 신경질을 내며 전화를 해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더군요. ‘고맙다’라는 세 글자는 그렇게 힘이 세요. 
    

이야기를 정리하는 새벽이 조금(?) 고생스럽기는 해요. 그런데, 그렇게 꾸준히 쌓인 시간이 책이 되더군요.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도 듣고, 책도 나오고, 강연으로도 이어지고, 심지어 교사 연수가 되기도 하고요.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시작한 하루하루의 소소한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콘텐츠로 변하는 마법같은 일이 생겨요. 책을 쓰는 사람으로서 출판사의 편집자님들이나 다른 콘텐츠를 만드는 분들을 만나면서 듣는 말이 있어요. 

    

“선생님들은 참 좋겠어요. 학교생활은 힘들어도 그런 생활 하나하나가 다 콘텐츠가 되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키워요. 교육에 대해서 고민하지요. 선생님들이 뭔가 말하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돼요. 그것이 자녀교육이든, 공부법이든, 그 어떤 것이라도 학교와 관련된 것은 말이지요. 그래서 선생님들이 전해주는 작은 이야기는 그저 작은 이야기가 아니에요. 빛나는 콘텐츠이지요. 매일 우리가 겪는 소소한 일상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돼요. 그리고 그런 콘텐츠를 꾸준하게 기록하고 정리하게 되면 자신감도 생겨요. 기록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더 공부를 하게 되니까요. 전문성이 쌓이기 때문이지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어요. 물론, 구슬을 꿰는 데는 노력이 들겠지만, 최소한 선생님은 이미 서말의 구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시면 좋겠어요. 선생님은 모두 교육전문가이시니까요.

 

선생님의 소소한 하루는 빛나는 콘텐츠가 된다는 것. 누군가의 마음에는 별처럼 빛난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고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는 것. 교직을 생각하며 자긍심을 가질 자격이 있다는 것. 그런 것들을 우리가 마음 깊이 느낀다면 질풍노도와 같은 학교의 민원 생활도 충분히 인내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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