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교사 양성과정 설치가 가시화된 가운데 13일 한국가정과교육학회 영양교사대책위(위원장 윤인경·교원대 교수)가 국회도서관에서 영양교사 백지화를 요구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어 전국가정교사모임 등 5개 단체가 연합한 한국가정교육단체총연합회(이하 가교련)를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움직임에 들어갔다. 이에 맞서 대한영양사협회 등 3개 단체도 같은 날 “영양교사 반대활동을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내 두 단체의 충돌을 예고했다.
토론회에서 영양교사 양성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연숙 고려대 교수(사범대 가정교육과)는 우선 “교육공무원 총정원에 영양교사 정원이 포함돼 실제 수업을 담당할 전체 교원 충원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공무원 중 교원비율이 높다며 정원 증원에 난색인 행자부와 기획예산처 때문에 현재 교원법정정원이 80% 대로 떨어져서 수업시수가 늘고 상치교사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영양교사를 4200명이나 양성하면 법정 교사 수는 늘어나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작 필요한 교과 교사를 늘릴 수 없는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새로운 교과를 추가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와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전제한 뒤 “영양사를 영양교사로 하자는 것은 조리사를 조리교사로, 서무직원을 행정교사로, 사회복지사를 복지교사로 해도 된다는 것으로 교원의 전문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식품학 및 영양학 교직이수는 정원의 10%에서 30%로 상향조정한 것은 교직과정의 점진적 축소 및 철폐가 필요한 시점에서 특혜”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영양사의 영양교사화는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로 정부와 교육부는 영양교사 관련법을 삭제하는 한편 각 대학의 영양교사 양성과정 승인을 철회하고 식품학과 영양학 관련 학부생의 교직이수 비율을 10%로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교현장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한 김소라 충남 대천고 교사는 “직무분석 결과 가정과 교사는 주당 평균 직무시간의 54%의 시간을 교수학습지도 및 연수활동에 할애하는 반면 영양사는 조리작업 및 배식관리, 위생 및 시설, 식재료 관리에 60%의 시간을 쓰고 영양교육 시간은 1%에 불과하다”며 “이처럼 본연의 직무가 다른데도 ‘교사’라는 명칭을 주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영양 및 식생활 교육은 현재도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기술·가정, 과학, 체육 등에 제시돼 있으며 가정교과서의 경우 식생활 영역이 26%를 차지할 만큼 주요하게 다뤄진다”면서 “학교에서 영양교육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면 7차 교육과정에서 줄어든 영양교육 시간을 늘려야지 영양교사를 양성해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 교사는 “영양교사 도입 이전 학교급식법 시행령에도 영양사의 직무에 ‘영양 및 식생활개선에 관한 학생지도와 학부모 상담’이 있었고 이는 교사화가 아니더라도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었던 일”이라며 “결국 영양사의 교사화는 영양교육이나 급식 향상보다는 처우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급식의 질을 높이려면 영양사를 영양교사화 하는데 예산을 쓸 게 아니라 먼저 비정규직 영양사의 정규직화로 신분안정과 처우개선을 도모하고 직영급식 확대와 학부모 부담 급식비가 식품구입비에 쓰이도록 투입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같은 날 대한영양사협회와 식품영양학과 교수협은 성명서를 내고 “가정교사의 역할 축소를 우려한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학교급식 발전을 저해하는 영양교사 제도 반대활동을 즉각 중단하라”며 가정과 진영의 논리를 반박했다.
이들은 “영양교사 제도는 1993년부터 10여 년 간 각계의 연구와 교육부의 공청회 등을 거쳐 필요성이 제기돼 공정한 입법 절차를 거쳐 이미 확정된 제도”라며 “이를 부정하는 가정교사 관련 단체들의 의견은 학교급식의 내실화 및 학생 건강을 저해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어 “영양교사는 새로운 교과를 담당하는 교사가 아니라 급식시간 및 특별활동시간 등을 활용해 영양교육을 맡을 뿐”이라며 “가정교사 등의 업무영역과 무관하며 교과목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므로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가중시키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교육대학원에 개설된 양성과정에 교육실습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은 이수 대상 영양사들이 이미 3년 이상의 현직 학교급식 전담 직원 경력을 갖고 있어 그 경험을 실습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양교사 임용이 신규 정교사 임용인원에 거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임용대상인 학교영양사의 대다수가 식품위생직 공무원 신분이므로 교사 전환에 따른 추가 예산확보만 하면 되고 영양교사 배치는 연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므로 신규 정교사 임용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영양교사 제도 정착을 계속 저지할 경우 전국 9만 8000여명의 영양사와 전국 133개 대학 식품영양관련학과 600여명의 교수 및 2만여 학생들의 역량을 모아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