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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쉬는 시간] 조용한 전파자가 되자

코로나19로 어수선한 시기. 일선 학교에서는 매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요. 상황에 따라 바뀌는 등교 수업 일정. 온라인 수업을 보완하기 위해서 물밑에서는 여러 시도를 하고, 학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피드백을 주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지요. 때에 따라서는 뒤처지는 아이들을 교실로 불러 따로 가르치기도 하고, 벌어지는 학력 격차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방법을 찾고 실행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하지만 매번 방역 단계에 따라서 등교 일정을 발표하고 앞으로의 교육정책을 뉴스로 들을 때면 허탈하기도 해요. ‘이럴 줄 알았으면 뉴스를 괜히 기다렸네’하는 마음까지 들지요. ‘탄력적 운용’이라는 다섯 글자로 학교에 책임을 전가하고, ‘촘촘하게’라는 수식어로 뭔가를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요. 하지만 학교에 돌아오는 지원은 체감하기가 어렵더군요. 교육에 관해서는 최상위급 기관인데, 실질적인 방안을 듣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교육 자체보다는 다른 일들에 더 신경을 쓰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10월 중 공포 예정인 ‘교육공무원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 규칙 일부 개정안’ 에 따르면 교육감 재량으로 1차, 2차 성적의 반영비율을 교육감이 정할 수 있어요. 2차 시험 구성 과목과 배점도 교육감이 정할 수 있게 되지요. 이렇게 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많은 분이 예상하는 것처럼 학교도 이제 정치판으로 변하게 될까요? 교사 임용시험에 교육감의 성향이 개입할 소지가 다분하니까요. 아니면, 교원 지방직화를 위한 포석일까요? 선발은 교육감이 하는데 어떻게 교사가 국가공무원이 될 수 있느냐, 라는 여론을 만들기도 좋으니까요. 어떻게 작용할지는 몰라도 현직 교사에게도 예비 교사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에요. 
    

문제는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에요. 5월에는 초·중등 교육법을 일부 개정해서 입법 예고하기도 했지요.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를 학교의 고유 사무’로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해서 말이지요. 말도 안 되는 정책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해요. 정신없는 코로나 시국을 틈타 스리슬쩍 법을 개정하려는 시도가 많더군요. 다행히도 교총을 비롯한 교원단체와 학부모 단체의 반발에 슬그머니 철회됐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찔해요. 학교는 교육기관이지 보육기관이 아니니까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학교 복합화’라는 정책을 발표했다가 교사와 학부모의 반발에 슬그머니 없던 일이 되기도 했어요.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9월에 여론 조사를 실시했어요. ‘교사자격증은 없지만 현장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초중고 교사로 일정 비율 초빙하는 정책’을 말이지요.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화를 앞두고 교원 임용 제도를 개편하려는 속내가 아닐까 싶어요. 교총에서 반발한 이후에 교육부 관계자가 언론을 통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계획은 없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교사초빙제도 우리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실현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요즘은 왜 이런지 모르겠지만 우리도 모르게 바뀌는 것들이 많아요. 그나마 교원단체에서 선생님들에게 알려드리면서 내부에서 공론화가 되고 반대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건 다행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아무리 반대를 하고 교육적이지 않다고 주장을 해도 거대한 권력은 꿈쩍하지 않을 때가 많아요. 마음 같아서는 파업이라도 불사하고 싶지만, 학교에 있는 이상 그렇기는 쉽지 않죠.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이 우리의 업이니까요.

 

대신 주변 분들에게는 많이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여론을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현안에 대해서, 교육적이지 않은 변화에 대해서, 근간을 무너뜨리는 시도에 대해서 무엇이 좋지 않고, 교육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조곤조곤 알려주세요. 그러면 다들 놀라더라고요. “정말 그런 게 있어요?” 하는 때가 많거든요. 우리들의 주변부터 움직여야 여론이 바뀌고, 여론이 바뀌어야 부당한 시도에 저항할 수 있어요. 조용한 전파자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 현안에 대해 주변 분들의 인식부터 바꿔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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