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깨치고 소통하는 수학 수업
미래 삶 살아가는데 자양분 되길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선생님 수학은 대체 왜 배워요?”
학기 초마다 받는 질문…. “수학은 단순히 산수와 연산을 배우는 걸 넘어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우는 과목”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학생들은 여전히 수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쉽게 수포자가 됐다.
제64회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은 조점자 대구 신기중 교사의 연구 ‘깨치고 소통하는 금쪽같은 수학 수업으로 수학역량 기르기(이하 깨소금)’는 학생들이 스스로 깨우치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수학, 지식을 넘어 미래 삶을 살아가는데 자양분과 밑거름이 될 진정한 수학을 가르치고 싶다는 열망에서부터 시작됐다.
“개념 설명하고 문제 풀이하는 수업으로는 진정한 깨달음 차원의 수학 수업에 다가가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학생들이 실제 상황에서,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배운 후 실천할 수 있게 해줘야 제대로 된 이해와 학습이 가능해진다는 생각으로 ‘깨소금’ 프로젝트를 고안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2015개정교육과정 수학과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재구성했다. 또 활동 중심의 협력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모둠을 조직하고 아이스 브레이킹, 팀 구호 만들기 등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수업은 크게 문제중심, 프로젝트, 스토리텔링 기반 학습으로 나눠 설계했다.
대표적인 활동은 중3 이차함수 단원의 ‘생활 속 포물선 모양 찾기’다. 교과서에서 배운 이차함수 그래프가 포물선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실제 생활 속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음을 느끼고 세상을 표현하는 힘을 가진 수학의 유용성을 깨닫는 것이 목적이다. 학생들은 모둠 활동을 통해 포물선 모양을 가지는 물체를 찾고 실제 사진으로 촬영한 후 좌표평면을 그리면서 곡선의 모양이 나타내는 이차함수의 식을 구해보는 활동을 했다.
또 통계 단원에서는 주변에서 수집할 수 있는 통계를 이용해 자료를 정리하고 대푯값과 산포도를 구해보면서 결과를 해석해보는 통계 포스터 만들기 수업을 계획했다. 빅데이터 시대인 요즘 통계 처리 과정과 그 결과의 해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능력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밖에도 부등식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놀이 학습 콘텐츠 개발하기, 나의 도형 사전 만들기, 스토리텔링과 연계해서는 연립방정식 풀이 비법서 제작하기 등을 통해 생활 속 수학 수업을 실시했다. 조 교사는 이 과정에서 그동안 피상적으로만 알았던 공식의 진짜 원리를 이해하게 되는 학생들을 많이 만났다고 설명했다.
“생활 속 포물선 찾기 수업에서 어떤 모둠은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모습을 찍어왔더라고요. 곡선이 비슷해서 포물선 같아 보이지만 그네는 사실 포물선이 아니라 진자운동이나 원운동입니다. 평소 학업성적이 좋은 아이였는데, 프로젝트 때 완전히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를 보면서 이 아이가 수학적 원리에 대해 진짜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학도 암기과목처럼 기계적으로 문제풀이만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이런 오류를 통해 내면적인 이해에 다다르면 영속적인 지식이 됩니다.”
연구 결과 수학적 추측과 정당화의 고등사고능력이 성장된 학생의 비율이 22.2%p 상승했으며 실제적 과제로 출발한 문제해결이 창의융합능력을 신장시켰다고 응답한 학생이 26.39%p로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사는 “지금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수업 준비가 힘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사 주도의 수업을 학생 활동 중심의 미래형 수업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지고 있다”며 “특히 수업 설계를 위해 책이나 TV, 뉴스 등 생활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것에서도 소재를 찾고 동료 교사와 소통했던 것이 수업의 완성도와 적용 가능성을 높여가며 연구의 질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