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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미·중 무역전쟁 어떻게?

10년 전쯤 일이다. 국가 경제를 비교할 때 흔히 중국과 일본은 우리 경제의 5배 정도라고 했다(그게 외우기 쉬웠다). 그런데 지금 일본경제는 우리의 3배, 중국은 9배다. 한나라 안에서 생산되는 GDP만 보면 중국경제가 일본경제의 3배다. 일본경제의 내리막과 중국경제의 오르막이 그만큼 가파르다.

 

 

2020년, 중국경제가 미국을 제쳤다

미 대선을 앞둔 지난달, IMF(국제통화기금)는 눈에 띄는 자료 하나를 내놨다. 구매력 기준 GDP(PPP)로 계산했을 때 중국은 24조 2천억 달러, 반면 미국은 20조 8천억 달러로 중국경제가 미국을 제쳤다는 내용이다. 두 나라의 경제를 피자 6조각으로 비유하면, 중국경제가 미국보다 피자 한 조각 만큼 더 커진 것이다.

 

그동안 각 나라의 GDP는 다시 미국의 달러화로 환산돼 계산됐다(다른 기준이 딱히 없으니까). 그런데 이 계산은 그 나라의 실질 구매율이나 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위안화는 특히 그렇다. 중국이 (수출에 유리하도록) 위안화 가치를 누르면서 위안화 가치는 달러에 비해 크게 저평가되어있다. 그래서 나온 게 구매력 기준 GDP인 PPP(Purchasing Power Parity)다. 심지어 미국 정보기관 CIA도 매년 국가의 경제평가를 앞으로는 PPP로 하기로 했다. 다음은 이코노미스트지의 설명.

 

PPP(Purchasing Power Parity)

1달러는 6.8위안쯤 된다. 그러니 뉴욕에서 6달러쯤 하는 빅맥을 상하이에서 사려면 40위안을 내면 된다. 하지만 실제 상하이에서 빅맥은 21.70위안에 팔린다. 위안화 가치가 크게 저평가돼있는 것이다. 이 비율대로라면 1달러의 위안화 실질 구매가치는 3.8위안이다. 이렇게 위안화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면 중국의 생산량(GDP)도 크게 올라간다.

 

사실 이 전망은 오래된 것이다. 스탠다드차타드는 2020년 중국경제가 미국을 따라잡고 2027년에는 2배가 된다고 전망했다(골드만삭스도2027년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점점 현실이 돼 간다. 그리고 이제 관건은 화폐다.

 

한나라의 경제가 커지면 지구인들은 그 나라 화폐를 더 쓰게 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화폐가 이른바 기축통화가 된다. 만약 중국 위안화를 더 쓰는 세상이 온다면 달러는 어떻게 될까? 연준(FED)는 더 이상 달러를 마음껏 찍어내지 못한다. 달러의 사용국가가 제한되면, 넘치는 화폐는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된다(우리가 맘대로 원화를 찍어 낼 수 없는 것과 같다). 달러를 마음대로 찍어내지 못하면 미 재무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살 돈도 없다. 국채가 팔리지 않으면 미국 정부 곳간의 돈이 마른다. 천문학적인 적자국가 미국은 버틸 방법이 없다. 그러니 악착같이 달러화의 지위를 지켜야 한다.

 

모든 제국은 화폐가치와 함께 융성하고 쇠퇴한다

G1이 되기 위한 진짜 이유는 ‘화폐’에 있다. 로마제국부터 영국까지 모든 제국은 화폐가치와 함께 융성하고 쇠퇴했다. 200여 년 전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는 포드자동차와 RCA 라디오, 그리고 보잉을 만들어냈고, 세계인들은 미국제품을 쓰기 시작했다. 미국의 영화를 보고 미국의 음악을 들었다. 그렇게 달러는 지구인의 화폐가 됐다. 반면 2차대전과 함께 파운드화 지위를 완전히 뺏긴 영국은 유럽의 늙은 나라가 됐다.

 

바이든 후보가 어렵게 당선됐다. 중국의 질주를 막아야 한다. 싸움은 더 품격있고 유연해지겠지만, 이 싸움에는 제국의 운명이 달려있다(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왕따시키자’라고 말한 적도 있다). 기축통화 왕좌는 하나뿐이다. 일본경제가 무섭게 미국을 치고 오르자 1985년 미국은 플라자합의(Plaza Accord)를 통해 일본경제의 발목을 묶었다. 엔화가치는 폭등했고, 그때부터 일본경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펼쳤다. 미국 우선주의로 관세장벽을 다시 세우고 보호무역 카드까지 빼 들었다. 중국과는 1대1 격투를 벌였다. 반면 바이든은 ‘교역이 줄어들면 모두가 손해를 본다’는 교훈을 믿는다. 다자간 자유무역체제를 복원하고 함께 발전하는 지구촌 경제의 복원을 원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미국 우선주의를 포기하는 건 아니다. 세계 최대 무역적자국은 더 이상 호혜주의 무역을 할 형편이 안 된다.

 

핵심은 통신과 반도체·IT 등 전자통신 분야다. 이들 기술은 이미 미국 턱밑까지 쫓아왔다. 이 기술은 특히 모든 방위산업에 동원된다. G1은 경제력뿐 아니라 군사력으로 결정된다. 공교롭게 이들 기술은 우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다. 미·중 무역전쟁이 우리에게 꼭 위기만은 아니다.

 

 

바이든의 미국, 다시 위대해질까?

중국경제가 미국을 따라잡는다고 해도, 곧바로 팍스 차이나 시대가 오는 건 아니다. 우두머리 국가는 리더의 자격이 필요하다. 아무리 글로벌 교역시장에 ‘MADE IN CHINA’가 범람해도 한 나라의 프로토콜이 전 세계의 기준이 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중국은 여전히 정치적으로 공산당 중심의 권위주의 독재국가다. 상품은 쉽게 수출해도, 문화와 문명은 쉽게 전이되지 않는다. 인민일보는 매일 미국의 엉터리 대선 시스템을 조롱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엔 ‘국민투표’ 제도가 없다. 중국이 우두머리 국가가 되려면 먼저 ‘민주주의’부터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당선자는 노동권을 보호하고 저소득층의 교육에 막대한 투자를 약속했다. 기후변화협약에 다시 가입하고, 친환경 산업에 4년간 2천 2백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경제를 떠나, 불과 몇 해 전까지 인류가 공동으로 지향했던 가치들이다. 흔들리는 미국경제를 가치사슬로 버틸 수 있을까.

 

미국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서비스업 중심 국가다. 미국경제는 코로나로 막대한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제조업 중심의 중국경제는 이미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 미국은 다시 위대해질까? 달러 기축통화는 지켜질까? 바이든의 친노동·친서민·친환경 정책은 미국경제를 살려낼 수 있을까.

 

볼테르는 망해가던 신성로마제국에 대해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답지도 않으며, 로마도 아니다”라고 했다. 지금 미국은 신성하지도 않고, 미국답지도 않고, 미국도 아니다. 궁금하다. 바이든의 미국은 진짜 다시 위대해질 것인가(Make America Great Again/트럼프의 선거 구호다)? 그래서 달러의 가치는 지켜질 것인가. 고령의 대통령에게 화폐가치를 지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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