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에 여러 컴퓨터 지원 기능을 추가한 지능형 단말기인 스마트폰의 사용이 일상화된 시대에 접어들 무렵, 사람들은 ‘책’의 효용 가치에 많은 의문 부호를 붙이며 문자가 아닌 영상이 대세임을 기정사실화했다. 물론 교육현장에서도 ‘영상매체’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문자를 읽는, 해독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16년 6월 모의평가 국어영역 시험지’를 받아본 후였다. 꽤 오랫동안 고등학교 3학년 담임으로 학생들을 지도했고, 누구보다도 문제풀이에 자신 있었다. 그런데 6월 모의평가의 11번과 12번 문제는 용언의 활용에 대해 질문하며, 학생 간의 대화와 자료 인용을 활용한 독특한 형식의 문제였다. 그동안 다뤄졌던 보기 자료를 참고하여 선지 1~5번의 맞고 틀림을 가늠하는 형식의 문법문제와는 전혀 다른 형식의 문제유형이었다. 형식의 새로움도 놀라웠지만,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푸는 것 = 문법’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독서지문 읽기 수준의 문제내용은 모의평가를 보던 수많은 고3 학생들과 그들을 지도했던 교사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고전시가와 관련된 25~27번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형식에 당황했고, 부족한 시간에 아찔했던 이 일을 겪으며 국어교과의 본질과 국어교사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또한 모든 것을 검색할 수 있는 스마트한 세상이라지만, 검색을 통해 찾아낸 수많은 내용 중에 올바른 정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어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문자 읽기’가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 _ 진로별 모둠 책 읽기 및 책 대화 나누기
이렇게 시작된 고민은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수업형식이 막 알려지던 시기와 겹치면서 나름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송승훈 선생님의 독서교육연수를 들으며 ‘한 한기 한 권 읽기 수업’을 궁리해보았고, ‘진로’에 초점을 맞춘 ‘모둠 책 읽기 수업’을 계획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