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온라인 개학의 영향으로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은 줄었지만, 집단따돌림·사이버폭력 비중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총은 사이버폭력 비율이 급증한 것은 비대면 수업의 그늘일 수 있다고 지적하며 현장 의견을 반영한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교육부는 21일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매년 4월 전수조사와 9월 표본조사로 시행해왔으나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한 번으로 축소해 9월에 한 번 시행했다.
17개 시·도교육감이 지난해 9월 14일에서 10월 23일까지 초‧중‧고교(초4∼고2) 학생 약 357만 명을 대상으로 2019년 2학기부터 응답 시점까지의 학교폭력 피해‧가해‧목격 경험과 인식을 물었고, 대상 학생 중 82.6%인 295만 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전체 피해응답률은 0.9%로, 2019년 1차 조사 대비 0.7%p 감소했다. 학교급별로는 초‧중‧고교 각각 1.8%, 0.5%, 0.2%였따. 2019년 1차 조사 대비 각각 1.8%p, 0.3%p, 0.2%p 감소했다
전체 목격응답률은 2.3%로, 2019년 1차 조사 대비 1.7%p 감소했다. 학교급별로 초‧중‧고교 각각 4%, 1.6%, 0.8%로 2019년 1차 조사 대비 각각 3.9%p, 1.1%p, 0.6%p 감소했다.
학생 천 명당 피해유형 응답 건수도 지난해와 비교해 모든 피해유형에서 감소했다. 언어폭력(4.9건), 집단따돌림(3.8건), 사이버폭력(1.8건) 등의 순이었다.
피해유형별 비중은 언어폭력(33.6%), 집단따돌림(26.0%), 사이버폭력(12.3%) 순으로 2019년 1차 조사와 비교해 다른 피해 유형의 비중이 감소한 대신 사이버폭력(3.4%p), 집단 따돌림(2.8%p)의 비중은 증가했다. 집단따돌림은 초, 중, 고 순으로 비중이 높았고, 언어폭력은 초등학교에서, 사이버폭력은 중학교에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한효정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지표연구실 실장은 “2019년 1차 조사 결과와 비교해 학교폭력 피해‧가해‧목격 응답률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사이버폭력, 집단 따돌림의 비중이 증가한 점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교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이 감소한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수업 증가의 결과로 보인다”며 “하지만 피해유형 중 사이버폭력 비율이 급증한 것은 비대면 수업의 그늘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윤수 회장은 “원격수업 등 학생들의 생활공간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비대면 상황의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사이버폭력과 SNS를 통한 스토킹으로 분출될 우려가 있다”며 “올해도 비대면 상황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온라인 상의 폭력과 스토킹 등을 예방하는 보다 적극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교총은 “일찌감치 현장 교사들은 비대면의 지속으로 신체적‧정서적 억눌림과 무력감에 부딪힌 학생들이 그 반작용으로 과민반응, 폭언‧폭력 가해로 이어질까 우려해왔다”며 “언택트 교육 현실을 고려할 때, 학교 교육과정 상 몇 시간 예방교육 등 형식적 수준에 머무를게 아니라 비대면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과 심리적 치유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매번 조사에서 피해유형 1‧2위가 언어폭력, 집단따돌림으로 나타나고 있고, 저연령화 경향도 뚜렷하다는 것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학생언어문화개선 사업의 지속 추진, 가정교육 강화, 사이버예방교육 프로그램 확산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교총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학교폭력 피해응답률 감소에 결코 안도하거나 안일한 대응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며 “언택트 시대, 달라진 학교폭력 실태와 그 원인에 대해 현장 교사,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효과적인 학교폭력 예방 및 대응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