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80%, 학습격차 ‘커졌다’
부모소득, 생활환경 따라 차이
기초학력 평가 폐지 ‘깜깜이’
하윤수 회장
“일관된 학력 진단·평가 필요”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3월 신학기에는 초등 저학년의 등교수업이 확대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습결손과 학력 격차, 돌봄 문제 등이 부각 되면서다. 그러나 아직 모든 학교가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운 상황. 원격수업은 코로나19 1년이 지난 현시점 이후로도 우리 교육에 현재진행형인 과제다. ‘교육격차 해소 지금이 골든타임’에서는 4회에 걸쳐 당면한 교육격차 문제의 심각성을 진단해보고 대책과 미래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아이들의 학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은 물론 그 격차가 점점 커지는 게 가시적으로 보여요. 자기주도적 학습이 어렵거나 부모님이 챙겨주지 못하는 아이들은 학습되지 않은 부분이 갈수록 누적돼 대면 평가에서도 그 점이 크게 드러나고 있고, 가정에서의 생활 또한 흐트러진 상태죠.”
서울A초 교사는 현재 방학 동안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을 선별해 특별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가정에서의 관리 부족으로 온라인 수업을 소화하지 못해 학습 부진으로 연결된 경우가 많았다”며 “짧은 기간 대면 수업을 진행했는데도 실력이 빠르게 회복되는 것을 보니 원격수업에 따른 학력 격차를 체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초등뿐만 아니다. 등교 개학 이후 치른 6월 모의평가에서 중위권 학생 비율이 줄고 하위권 학생이 늘어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 것만으로도 이미 학력 격차가 상당히 벌어졌음을 시사한다. 고교 교사들은 방학 기간 진행돼온 보충이나 자습이 대폭 축소되거나 취소돼 기초학력신장 프로그램 자체를 할 수 없고 참여 독려도 조심스럽다 보니 분위기가 흐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대전B고 교사는 “중하위권의 학력이 전체적으로 떨어진 것을 체감한다”며 “올해부터 주요 대학의 정시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시준비의 어려움이 갈수록 심각한 문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온라인 수업에 자료를 잘못 올린 적이 있었는데 학생 한 명 빼고는 누구도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 한참 후에 알았다”며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정말 대충 듣는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밝혔다.
학력 격차는 부모 소득에 따른 돌봄여건뿐만 아니라 생활 지역, 학교 환경에 따라서도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지난해 학생 수가 적은 과학고나 지방 소규모 학교들은 등교수업이 가능했던 반면 도심 과밀학급은 불가능했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사교육 의존율이 높아져 교육 불평등은 더욱 심화 될 수밖에 없다.
실제 교사들은 학력 격차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실시한 ‘COVID-19에 따른 초·중등학교 원격교육 경험 및 인식 분석’ 조사에 따르면 응답 교사 5만1021명 중 79%가 원격수업으로 학생 간 학습격차가 커졌다(‘커졌다’ 46.3%, ‘매우 커졌다’ 32.7%)고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차이’(64.9%), ‘학부모의 학습 보조 여부’(13.9%), ‘학생-교사 간 피드백 한계’(11.26%) 순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난 1년 동안 잘하는 아이나 못하는 아이나 전반적으로 다 학력이 떨어진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얼마나 심각한지 측정하거나 파악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기초학력진단평가를 서열화, 일제고사로 폄훼하며 거부·축소했던 진보교육감들의 정책이 코로나 상황에 더해 학생들의 학력을 더욱 깜깜이로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교육격차가 겉잡을 수 없이 벌어지기 전에 지금이 바로잡을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한다.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제고시킬 교육방안과 플랫폼 구축, 소통과 상호작용을 보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총도 올해 교육계 화두를 ‘교육격차 해소’로 잡았다. 하윤수 회장은 지난 신년교례회에서 “맞벌이, 조손·한부모 가정 등 돌봄 사각지대에 방치된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현재의 교육환경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우려하며 정부와 교육청의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교총은 특히 “교원의 헌신, 열정에만 기대서는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며 “학력 진단과 평가를 거부하는 교육청 등의 무책임, 불통 행정을 바로 잡고 국가 차원의 일관되고 통합된 학력 진단·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