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학교폭력 유형 가운데 사이버폭력이 늘어나고, 이로 인한 보복행위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현행법으로는 피해학생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에는 사이버폭력이란 용어가 없고,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보복행위 등도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학교폭력예방법(학폭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배 의원의 개정안에는 학폭법에 명시된 학폭 유형 중 ‘사이버 따돌림’을 ‘사이버폭력’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정의를 재정립 제고 방안을 담았다. 이와 함께 △가해학생에게 금지된 보복행위에 ‘인터넷,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경우 포함’ △사이버폭력 책임교사와 전문상담교사 등의 연수·지원 신설 △가해학생 ‘대안 교육기관’ 교육이수 근거 신설 △학교의 장은 피해학생이 지속적으로 학교폭력을 당하는 경우 가해학생에 대해 ‘전학’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심의위원회에 요청 가능 등이 포함됐다.
교육계는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최근 사이버폭력이 증가하고 있지만 현행 학폭법은 ‘사이버 따돌림’으로만 한정돼 실제적으로 사이버폭력 전체를 규율하는 등 법과 현장의 거리가 있다는 의견이 수년째 이어졌다. 인터넷, 휴대전화 등 IT기구를 이용한 학폭과 그에 따른 보복행위에 대한 법률이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는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교육부가 1월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피해유형별 비중 가운데 ‘신체폭력’은 5년 간 감소 추세인 반면 ‘사이버폭력’은 증가세다. 2019년 조사에서 전년대비 1.9%p 줄어든 8.9%로 잠시 주춤했던 사이버폭력은 지난해 3.4%p 늘어난 12.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단 따돌림도 증가했다.
그 이유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대폭 증가한 영향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학교생활문화과 관계자는 “사이버폭력과 집단 따돌림의 비중이 증가한 점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가해학생 조치 중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에서 ‘대안교육기관’ 추가 근거 신설, 학교의 장은 피해학생이 지속적으로 학교폭력을 당하는 경우 가해학생에 대해 ‘전학’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심의위에 요청 가능한 신설안 등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게 교육계 입장이다. 대안교육기관의 추가의 경우 그 필요성 여부, 전문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의 장에게 지속적 학폭 가해자에게 전학 조치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의 경우는 교육지원청에 학폭대책심의위를 둔 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그에 앞서 ‘지속적 가해’에 대한 개념조차 불분명해, 현실적인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은 “피해학생 보호 중심주의 학폭 예방 및 대응에는 동의하나, 교육지원청에 학폭대책심의위를 두도록 한 개정 취지에 안 맞는 부분 등은 더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