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인천시의회가 ‘인천시교육청 학교 구성원 인권증진 조례안(이하 조례안)’을 23일 통과시켰다. 인천교총(회장 이대형), 학부모·교육시민단체 등은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다수의 교육계, 학부모,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처사”라고 규탄했다.
인천교총은 즉시 성명을 내고 “학생, 학부모, 교원 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조례 내용에 대해 찬반 등 다양한 의견이 분출하는 상황에서 공청회 등 민주적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지난달 23일 제출된 조례안을 3월 23일, 불과 한 달 만에 통과시킨 것에 대해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례안은 학생의 권리와 책임,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권의 균형, 학생과 학부모, 교원 등 교육 구성원 간의 권한 다툼 문제, 학교 실정에 맞는 학칙제정의 무력화, 교실 붕괴 및 교권 추락의 부작용 등 교육 현장에 미치는 수많은 고려사항이 있어 충분한 논의 과정과 시간이 요구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인천교총 등 교육계는 이미 상위법에서 이미 규정하고 있는 인권을 조례의 범위에서 다루는 것, 학교에서 학생, 학부모, 교원이 학교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학칙에 담을 내용조차 조례로 강제하는 것도 그간의 학교자치를 강조하는 흐름에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시교육청이 ‘학부모 조례’, ‘교권보호헌장’을 별도로 제정해 존재하고 있음에도 이번 조례안을 통과시켜 옥상옥 조례 구조를 만들게 됐다는 게 교육계 지적이다. 특히 법률도 아닌 조례에 근거한 막강한 권한 및 역할을 가진 ‘인권보호관’을 도입해, 이들이 학교와 교원들을 옥죄는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학교 안에서의 정치적 의견 개진과 공표 등도 나타날 수 있어 이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인천교총은 “조례 명에서 나타나듯이 권리만 내세우고 학교의 책임만 강조했지 교육 구성원의 의무와 책임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고 있다. 학교는 헌법에 근거해 국민(학부모)으로부터 위임받은 학생의 학습권을 지키는 교육기관이자 작은 사회인데, 이러한 사명을 다하기 위한 여건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며 “조례안 제정 후 나타날 모든 부담은 오롯이 학교 현장에 남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천시 교육감과 인천시의회는 전국 최초로 학교 구성원 조례 제정을 자랑으로 내세울 것이 아니라 비민주적 조례 제정에 부끄러워해야 하고 교육 현실을 외면한 채 강행된 조례 제정으로 인한 권리와 의무 균형 붕괴에 따른 모든 책임을 역사적으로 져야 할 것”이라며 "단위학교의 자율성 존중과 인천교육 발전을 위해 해당 조례를 재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