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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하는 투자

금융으로 다지는 탄탄한 은퇴 ❺

[권순채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책임연구원]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확장 통화정책과 지원책을 쏟아내면서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증가해 주식시장이 급등세를 보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모두 작년 3월 급락한 이후 연말까지 약 두 배 올랐고 같은 기간 미국은 S&P500 지수가 약 60% 이상, 나스닥지수는 거의 90% 가까이 상승했다. 시장 전체적으로 상승세가 이어졌기 때문에 주식투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고 투자를 하지 않던 사람들도 뛰어드는 경우가 늘어났다. 과연 이들 모두는 투자에 성공했을까?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연간 개인투자자 거래대금 규모는 약 8644조원으로 전년 대비 2.5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작년 3월부터 10월까지의 주식거래자료를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 약 20만 명 중 약 46%가 투자손실을 기록했는데, 특히 기존투자자(39%)보다 신규투자자(62%)가 손실을 본 비율이 더 높았다고 한다. 상승장에도 불구하고 손실을 본 투자자 비율이 높은 것은 왜일까? 연구원은 본인 판단이나 정보에 대해 과한 믿음을 갖거나 주식투자로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이 자주 거래하는 경우가 많으며, 잦은 주식 매매는 저조한 투자성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투자의 어려움, 천재들의 실패

 

투자는 누구에게나 어렵다. 이론에 빠삭한 교수도, 실무경험이 많은 금융회사 직원도 마찬가지다. 물론 지식이나 경험이 실패할 확률을 줄여줄 수는 있겠지만 아예 없애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대학 시절 투자이론 수업을 들었을 때 교수님 말씀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내가 이렇게 너희들 앞에서 투자이론을 강의하고 있지만 사실 나도 주식 잘 못 해. 시장은 이론대로만 굴러가진 않거든.” 
 

실제 이론의 천재와 경험의 고수들이 모여 만든 헤지펀드가 한순간에 몰락한 유명한 사례가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로버트 머튼’과 ‘마이런 숄즈’, 당시 최정상급 채권투자 대가였던 ‘존 메리웨더’가 중심이 돼 만들었던 헤지펀드 ‘Long Term Capital Management(LTCM)’ 이야기다. 천재들이 모인 이 회사는 1994년 설립 이후 매년 20~50% 이상의 수익률을 거두며 순항했다. 199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과 아시아 외환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LTCM은 러시아 국채가 저평가, 미국 국채가 고평가 됐다 판단하고 미국 국채를 매도, 러시아 국채를 매수하는 투자에 나섰으나 1998년 러시아가 국채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고 미국 국채 가치가 계속 상승하면서 위기에 빠졌고, 결국 무너지게 된다. 이 사례는 ‘누구라도’ 투자에 실패할 수 있으며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고 투자위험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투자위험 등 투자 전 미리 알아야 할 사항들과 투자 시 갖춰야 할 태도는 무엇이 있을까.

 

투자의 태도-과신 금물, 맹신주의

 

투자 시 가장 중요한 태도는 바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말고, 외부정보를 맹신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최근 같이 금융시장이 상승세일 때 자기과신(Overconfidence)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거둔 수익이 시장의 상승세가 아니라 자신의 투자능력 때문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능력을 과신하게 되면 그동안의 수익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게 되고 투자위험도 계속 높아진다. 특히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면 짧은 시간 내 주가의 상승·하락을 예측해 여러 번 사고파는 일명 ‘단타’에 빠지게 되는데 지속적으로 성공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 앞서 언급한 자본시장연구원이 지적한 내용이 이에 해당된다. 
 

투자대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투자상품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 혼자 파악하기는 어려움이 많으며, 금융회사나 지인, 주식리딩방 등 외부경로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외부정보를 맹신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주식리딩방=주식공부 시간이 없는 경우 정보를 얻는 하나의 통로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결국 투자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이 져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특히 과거에 높은 수익률을 얻은 사실을 광고하면서 단기간에 큰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종목을 추천해준다는 주식리딩방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최근 ‘주식리딩방’ 관련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주식리딩방 정보를 맹신하고 투자하거나 더 좋은 정보를 준다면서 유료서비스로 유도당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특정 주식을 미리 매수한 뒤 해당 주식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홍보하면서 매수를 유도해 주가를 올리고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매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주변 지인=나쁜 의도가 없더라도 투자 여부는 주의하는 것이 좋다. 지인이 추천하는 상황은 보통 자신이 해당 상품을 통해 수익을 얻었거나, 주변에서 좋은 정보라고 들은 정보를 전해주는 경우가 있다. 전자는 과거에 수익을 얻었다 해도 미래에 수익을 얻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고, 후자는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정보인데다 특정 상품에 대한 투자여론을 조작하는 경우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지인으로부터 얻는 정보는 성공사례만 들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람들이 실패한 경험보다 성공한 경험을 말하기 더 좋아하기 때문으로, 전문용어로는 ‘생존편향(Survivorship bias)’이라고 한다. 

 

 

펀드 등 간접투자 주의사항

 

주식투자가 어렵다면 펀드처럼 전문가(펀드매니저)가 만드는 상품에 투자할 수도 있다. 주식투자와 같이 개인이 직접 고르고 투자하는 것을 직접투자, 펀드처럼 전문가가 만든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간접투자라고 한다. 간접투자는 전문가가 개입하기 때문에 개인이 직접 하는 것보다 전문성 측면에서 더 뛰어나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맹신은 금물이다. 금융소비자가 금융투자상품 가입 시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법(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판매과정을 규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판매 문제는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2019년 DLF사태 당시 고객의 투자성향보다 위험한 상품임에도 판매하거나 최대 100% 원금손실이 가능한 상품을 ‘손실확률 0%’를 강조해 파는 등의 불완전판매가 이뤄졌다. 금융회사 직원이 작정하고 속이면 고객 입장에서 알아채기 쉽지 않겠지만 너무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는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위험한 상품인데 손실 위험이 (거의)없다고 강조하거나 예금이나 채권도 아닌데 일정 수익을 꾸준히 보장한다고 하는 경우 등은 주의해야 한다. 판매과정에서 금융회사의 잘못이 인정되더라도 손해를 100% 보상받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투자는 어렵고 자신이 투자했다면 결과에 대해서는 누구도 대신 책임져주지 않는다. 결과가 다디단 수익 일수도, 쓰디쓴 손실 일수도 있다. 달콤한 열매는 누구나 쉬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투자 전 투자하려는 상품에 대해 최대한 많이 파악하고 이해한 다음 혹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투자하도록 하자.

 

<참고> 금소법상 금융상품 판매규제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서 펀드 등의 상품을 구입하는 경우 맨 처음 고객의 정보를 확인해 ‘투자성향을 파악한다. 투자성향이란 투자자들이 얼마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데 가장 안정적이고 원금손실을 싫어하는 ‘안정형’부터 원금을 많이 잃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공격적인 투자를 추구하는 ‘공격투자형’까지 5등급으로 나뉜다. 
 

금융회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할 때 고객의 투자성향에 적합한 상품을 권유해야 한다고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금융소비자보호법 제17조:적합성 원칙). 물론 투자성향이 안정적이라도 더 위험한 상품에 투자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 고객 자신이 투자성향과 상품의 위험을 인지하고 투자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제18조:적정성 원칙). 금융회사는 적합한 상품을 권유하거나 투자자가 설명을 요구하는 경우 상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데(제19조:설명의무) 만약 이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받게 되며,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투자자에게 보상해야 한다(제44조: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의 손해배상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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