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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순수의 기대

풀섶 위 부서져 내리는 햇살이 이슬에 방울방울 맺힌 유월, 초록으로 장식했던 청소년처럼 신선하고 순수했던 유월이 또 다른 칠월을 데리고 온다. 빨리 밝아오는 하루, 노랑지기 뻐꾸기 울음소리는 둠벙에 맴을 그리고 산딸기에 익어간다. 바쁜 하루를 챙기는 아침 종종걸음을 놓으며 경찰서 담벼락에 그려놓은 어린 왕자의 벽화와 조형물, 글귀를 보면서 순수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며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정확하게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돈 버는 일도, 밥 먹는 일도 아닌,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그 마음을 얻는 빠른 걸음은 아이들이 가진 순수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일이다.

 

누구나 가진 어릴 적 순수는 성장할수록 달의 뒷면이 된다. 그러나 볼 수 없다고 해서 알 수 없거나 잊은 것은 아니다. 기꺼이 스스로 성찰의 시간을 갖고 내면을 깊숙이 보려 노력한다면 언젠가 달의 뒷면까지 도달 할 수 있다. 어른도 한때는 순수함을 품은 아이였다. 하지만 세상과 마주할수록, 자신이 포함되는 일에 우선과 이익을 원할 때 어른들은 숫자의 보상이나 겉모습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순수는 실종되고 만다. 사람과의 관계도 정치인이나 장사꾼처럼 오로지 숫자를 통해서만 속속들이 계산하고 알려고 한다. 이러한 순수와 대비되는 세상의 이기심과 올바르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집단의 도덕성에 휘말려 꽃을 피우지 못하고 죽어가는 네로와 파트라슈를 통해 세상을 꼬집은 동화가 플란다스의 개이다. ‘우리는 가난하단다. 신이 준 대로 받아들여야 해. 힘들어도 받아들여야지 가난한 사람은 선택할 수 없단다.’ 네로 할아버지가 마을의 제일 부자 코제트 씨의 딸 아로아의 파티에 초대 받지 못한 네로에게 하는 말이다. 비록 동화지만 가난한 사람은 선택할 수 없다는 말은 지금의 우리 현실과 너무 닮았다. 그렇지만 네로는 어려운 현실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아름답고 불가능하며 순수하고 자아롭고 이기심 없는 꿈을 꾸면서 행복하게 걸어간다. 그러나 그 끝은 죽음이었다. 돈을 좋아하는 냉혹한 집주인은 집세로 냄비와 주전자는 물론이고 나뭇조각 하나, 돌 하나까지 놔두고 당장 오두막을 비우라고 한다. 네로에게는 자기 몸을 덮고 있는 낡은 옷가지와 나막신 한 켤레밖에 없었다. 뼛속까지 시린 추위 속에서 날카로움 얼음에 발이 찢기고 쥐가 온몸을 이빨로 갉아먹는 것처럼 굶주림으로 고통스러웠지만 계속 앞으로 갔다. 그렇게 네로와 파트라슈의 목숨은 사랑이 보답받지 못하고 믿음을 실천하지 못하는 세상으로부터 신은 충실한 사랑과 순수한 믿음을 거둬간다. 이 한편의 동화에 눈물을 흘리지만, 과연 눈물로 순수하지 못한 이 세상을 정화할 수 있을까?

 

동화 어린 왕자. 어린 왕자는 별을 여행하고 떠날 때 어른들은 정말 이상하단 말을 남긴다. 사람들은 급행열차를 타고 가면서도 자신이 정작 무엇을 찾으러 가는지 모른 채 안절부절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면서 빨리 간다는 착각 속에 있다고 한다. 우리가 보는 어른들의 모습은 마치 영원할 것 같은 착각 속에 우리 사회를 움켜쥐고 목 조르면서 뒤흔드는 현실에 빠져있다. 순수함이 결여된 것이다.

 

어린 왕자는 세상 돌아가는 일은 신기한 꾸밈없는 순수함 속에 있다. 그 순수함은 만남 속에 길들여져 관계를 맺어야 하며 이런 관계를 맺으려면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책임이 따라야 한다면 쉽게 파기할 수 없다. 참다운 관계는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겉모습 보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 감동을 불러일으킴을 말하고 있다.

 

인간관계에 있어 길들여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서로가 서로에게 정성을 쏟고 관심을 가져 줄 때만 서로 특별한 존재가 된다. 마치 아이들이 인형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인형과 보낸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책임져야 한다는 순수한 약속인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행복한 사람이다. 순수를 잃은 집단은 그 의견에 동조하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며 집단으로 행동할 때는 바르지 못한 행동도 죄의식도 사라지기에 도덕적 순수를 판단할 수 없다.

 

산다는 것은 신기루와 같은 그리움의 순수한 수평선을 향해 끝없는 갈망 속에 영혼의 배를 띄우는 것이다. 삶의 깊이를 느끼고 싶은 날은 한 잔의 커피와도 친구가 된다. 그리고 어린 왕자와 플란다스의 개를 기억하는 사람은 웃을 줄 아는 별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장마 기간 중에 간간이 하늘이 보인다. 우중충한 날씨지만 마음속에 순수의 환한 꽃잎 햇살이 가슴으로 뛰어 내리고, 아이적 꿈 한 벌로 색동저고리를 입는다면 번거로운 일상이 가볍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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