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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빙하가 빚어낸 거대한 산맥과 평원, 파타고니아

 

배낭을 짊어지고 라틴아메리카를 한 달 정도 일정으로 다녀왔다. 인아웃 티켓만 끊어 놓고 자유롭게 다니는 여행이었다. 페루 리마로 들어가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웃하는 일정이었다. 현지 여행지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며 그들이 추천해주는 곳을 찾아 다음 교통편과 여행지를 결정했다. 그래도 꼭 가고 싶은 여행지는 몇 곳 있었다. 페루의 마추픽추와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은 꼭 다녀오고 싶었다. 여행을 다녀오고 벌써 8년이 지났다. 지금 기억에 남는 곳은 마추픽추와 우유니 소금사막이 아니라 파타고니아 고원 일대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너무나도 황홀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는 남위 40도 부근의 네그로강 이남 지역의 라틴아메리카 최남단을 가리키는 지리적 영역이다. 파타고니아는 칠레 남부와 아르헨티나 남부에 걸쳐 있고, 서쪽으로는 험준한 안데스산맥이 있으며, 동쪽으로는 고원과 낮은 평원이 자리한다. 파타고니아는 지금보다 추웠던 시기 대부분 빙하로 덮여있었다. 그래서 이곳의 지형 형성에는 빙하의 전진과 후퇴가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는 남극과 가까운 고위도 지역이라 해발 고도에 비해 빙하가 넓게 분포해 빙하 관련 지형과 이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지역이다. 최근에는 파타고니아라는 지역 이름을 딴 의류 브랜드가 인기를 얻으면서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볼리비아 여행을 마치고 곧장 칠레의 수도인 산티아고로 향했다. 산티아고에서 근교 도시인 발파라이소를 먼저 다녀왔다. 항구도시에서 해산물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 뒤 비행기를 타고 푼타아레나스로 향했다. 푼타아레나스는 배를 타고 남극 근처를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잠시 남극행 배를 타볼까 고민했지만,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어느 여행자에게 들은 파타고니아의 토레스 델 파이네로 향하기 위해 푼타아레나스는 잠시 스쳐 지나갔다. 공항에서 바로 버스를 타고 푸에르토 나탈레스에 도착했다.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파타고니아의 관문 도시쯤 되는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래킹코스, 토레스 델 파이네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적막감이 감도는 평온한 도시였다. 한적한 동네에 마을 주민들과 듬성듬성 보이는 여행객들이 배낭을 짊어지고 움직이는 게 전부였다. 이곳의 특징은 곳곳에서 트래킹 용품을 빌려주는 가게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게들이 푸에르토 나탈레스의 특성을 나타낸다. 파타고니아를 들르면 토레스 델 파이네를 꼭 가봐야 한다. 토레스 델 파이네는 세 자매 봉이 유명하다. 빙하가 깎아내린 아찔한 절벽과 에메랄드빛 호수가 펼쳐지는 그곳은 잠시지만 넋을 잃고 지켜보기에 충분히 아름답고 경이로웠다. 토레스 델 파이네는 짧은 코스로 가도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많은 여행객이 푸에르토 나탈레스에 들러 휴식을 취하며 트래킹을 준비한다. 그런데 토레스 델 파이네를 세 자매 봉만 보고 떠나기엔 아쉽다. 이곳은 전 세계 여행객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래킹코스로 알려진 곳이다. 어떻게 코스를 짜느냐에 따라 3박 4일에서 9박 10일까지도 가능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떠나는 비행기 편이 예약되어 있기에, 3박 4일 코스를 선택했다. 이 코스는 흔히 W트랙으로 불린다. 시간이 부족한 여행객이 토레스 델 파이네의 진수를 짧고 굵게 경험할 수 있는 일정이다. 토레스 델 파이네를 도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배낭에 텐트와 먹을 것을 챙겨 백패킹을 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배낭에 옷가지만 챙기고 식사와 숙소는 중간중간 있는 산장에서 해결하는 방법이다. 백패킹은 고되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기에 백패킹과 산장 숙박을 적절히 섞어서 3박 4일 일정을 짰다. 여행을 다녀와서 드는 생각인데 전체 일정을 산장에서 묵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든다. 워낙 압도적인 경치가 펼쳐지는 곳이라 몸이 조금만 더 편했다면 자연을 온전히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래도 힘들었던 것도 그 나름대로 추억이 되었다. 

 


압도적 경치가 펼쳐지는 곳, 페리토모레노 빙하 트래킹
토레스 델 파이네를 돌면 한쪽으로는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낸 에메랄드빛 호수가 펼쳐지고, 다른 한쪽에선 빙하가 깎아낸 험준한 산지가 눈앞에 들어온다. 감탄의 연속이다. 3박 4일쯤 걸으면 익숙해질 만도 한데, 매시간 다채로운 경관이 슬라이드 쇼처럼 들어와서 따분해질 겨를이 없었다. 백패킹으로 가든, 산장 예약으로 가든 내가 머무를 자리는 사전에 예약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행을 떠나기 최소 6개월 전에 국립공원 사이트에 들러 산장을 예약하고 여행 일정을 계획하길 추천한다.


토레스 델 파이네 여행을 마치고 파타고니아 빙하의 정수를 느끼기 위해서 아르헨티나의 엘 칼라파테로 향했다. 엘 칼라파테는 페리토모레노 빙하를 체험하기 위해서 꼭 들러야 하는 전초기지이다. 빙하는 위험해서 반드시 현지 업체의 가이드를 받아야 한다. 토레스 델 파이네의 산장만큼은 아니지만, 이곳 또한 예약이 치열하기에 여행을 떠나기 전에 예약해두길 추천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파타고니아 여행은 사전에 계획했던 것이 아니었다. 정말 운이 좋아서 두 곳 모두를 다녀올 수 있었다. 현지 업체에 빙하 트래킹을 예약하면 숙소 앞까지 새벽 일찍 버스가 픽업을 온다. 버스를 타고 새벽 공기를 뚫고 페리토모레노 입구에 도착한다. 눈에 보이는 광경이 정말 압도적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여행을 다니며 빙하를 보았지만, 이렇게 커다랗고 역동적인 빙하는 처음 보았다. 전망 데크에서 빙하를 관찰하고 있으면 집채만 한 빙하가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빙하가 호수에 떨어지며 일으키는 소리는 천둥소리와 비슷했다.

 

 

빙하 위를 걷는 것은 위험하다. 빙하의 ‘하’는 한자어로 강을 의미한다. 빙하는 얼음이 흐르는 지형이다. 그래서 유동적이고 고체지만 천천히 깨어지고 있다. 빙하에는 곳곳에 틈이 있다. 이를 크레바스라 부른다. 크레바스에 빠지면 아무리 안전장비를 튼튼히 갖추고 있어도 몸이 성하기 힘들다. 그래서 가이드의 인도 아래 서로가 서로의 몸을 줄로 연결하고 조심스럽게 탐험을 한다. 


정말로 이곳은 탐험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곳이었다. 빙하 위를 한참 걸으니 남극대륙 한가운데 서 있으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극보다 위도가 높은 곳이라 훨씬 덜 추웠지만, 주위에 펼쳐지는 경관은 남극이라 생각해도 괜찮을 정도였다. 가이드를 따라 걸으면 다양한 빙하 미지형을 관찰할 수 있다. 빙하 투어가 끝나면 위스키에 빙하 얼음을 띄워서 한 잔씩 나눠준다. 추웠던 몸이 알코올에 사르르 녹으며 오감을 만족하는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파타고니아의 하이라이트라 불리는 토레스 델 파이네와 페리토모레노만 다녀온 짧은 여행이었다. 전체 여행 일정을 이곳에 투자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까지 들었다. 학교에서 근무하며 파타고니아 상표가 달린 옷을 입은 학생들을 종종 만난다. 그럴 때면 “선생님은 파타고니아에 직접 다녀와 봤어요”라고 자랑을 하곤 한다. 멀리서 파타고니아가 그려진 옷을 볼 때면 그때의 여행이 떠올라 추억에 잠기곤 한다. 코로나를 이겨내고 해외여행이 다시 자유로워진다면 파타고니아로 떠나고 싶다. 지난 여행에서 다녀오지 못한 파타고니아 구석구석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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