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회장 하윤수·전 부산교대 총장)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특별위원회'가 지난달 30일 공식 출범했다. 학교폭력으로 학생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잇따르고 학교의 어려움이 가중됨에 따라 그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다. 특위는 학교폭력 관련 전문성을 가진 교사·관리자·장학사·변호사·연구원 등 총 10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오후 2시 화상으로 진행된 제1차 회의에서 하윤수 회장은 “학교폭력이 점차 저연령화, 흉포화되고 있지만 교육당국도, 사회도 무덤덤한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며 “반면에 학교는 학폭 예방과 대응에 갈수록 고충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4년 학교폭력예방법 제정으로 국가적 시스템은 갖춰졌지만, 여전히 학교폭력은 학교와 우리 사회의 큰 고민거리”라며 “교총은 현장 중심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본격 가동해 효과적‧현실적인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고 정부와 국회에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위는 위원장으로 임운영 경기 경일관광고 교사(한국교총 부회장), 부위원장에는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교사를 선출했다.
이번 회의의 첫 번째 화두는 지나치게 넓은 학교폭력의 범위였다. 학교폭력예방법에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등을 모두 학교폭력으로 규정해 학교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위원은 학원에서 일어난 사건 때문에 6개 학교가 공동위원회를 운영했던 힘든 경험을 털어놨다.
고광삼 서울 경신중 교사는 “학교 ‘내와 밖’이라고 하니 학생에 대한 모든 폭력이 학교폭력으로 해석되는 상황”이라며 “학교와 연관성이 있어야 하는 데 그런 기준이 없으니 가정폭력까지 학교에서 처리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기종 전북 전주송북초 교장(전북교총 회장)은 “학교밖에서 일어나는 일들까지 학교에 떠넘기고 있다. 학폭위를 교육지원청에 이관했지만, 업무 감소를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지체 없이 분리하도록 한 법률 조항에 대한 개선요구도 이어졌다. 김갑철 서울보라매초 교장(한국교총 부회장)은 “가·피해자 분리는 탁상공론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학교 공간 사정 등을 고려하지 않은 법 때문에 교사와 학생만 고생이 심하다는 지적이다.
박정현 만수북중 교사는 “인지 후 3일 안에 분리하라는 지침 때문에 학교 현장의 혼란이 크다”며 “교총은 법령 개정에 시간이 걸리므로 우선 혼란을 막을 수 있도록 교육부에서 명확한 지침을 내려달라고 교육부에 제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승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확한 판단 없이 가·피해자를 분리하는 것은 위험하다. 학교의 책임으로 돌아갈 수 있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안에 대해 분리 조치를 할 것이 아니라 보복행위나 반복적 폭력 등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폭력행위를 대통령령에 명확히 담아 해당하는 경우에만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최우성 경기수원교육지원청 장학사도 “즉시 분리 조치는 학교폭력예방법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고, 실효성도 낮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은 "차기 회의부터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등 학교폭력 관련 쟁점 사안에 대한 세부 검토를 통해 학교 현장의 부담을 덜어낼 방안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