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4일 오후 두 시, 수강생 7명이 모두 모였다. 여기는 권선구 구운동 코오롱하늘채 아파트 경로당이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스마트폰이 즐거워‘ 수업을 하기 위해서. 오늘이 4회차 수업인데 진도를 나갈수록 배움의 열기가 뜨겁다. 오늘은 또 무엇을 배울까? 손 안의 컴퓨터라는 스마트폰 활용법을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업이 있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이 기다려진다.
경로당 어르신들, 정보화 시대에 정보 소외 계층이다. 정보 사각지대에 놓였다.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교류를 해야 하는데 스마트폰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른다. 겨우 한다는 것이 전화걸기와 받기다. 초보를 간신히 벗어난 분은 문자나 카톡 보내고 받기 하는 정도다. 모르는 것 자식에게 물어보면 처음엔 가르쳐 준다. 다시 물어보면 자식이 답답해 하면서 면박을 준다. 결국 스마트폰 배우기를 포기하고 만다. 세상과 동떨어지는 출발인 것이다.
김재섭 경로당 회장은 수원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아파트 학교 네모의 꿈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여 지원 통보를 받았다. ’스마트폰이 즐거워‘ 수업을 11월 11일까지 총 10주간 20회차 40시간을 배운다. 경로당이 교실로 바뀌는 것이다. 지난 주에는 강사가 제시한 단락을 문자 복사하기와 붙이기를 하면서 완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사는 즉석에서 합격통보를 하고 미진한 것은 보완을 요구한다. 띄어쓰기와 문장부호까지 깐깐히 살핀다.
필자는 우리 아파트 경로당 스마트폰 강사로 뛰고 있다. 단체 카톡방에 문자로 인사를 하면서 수업을 시작한다. “행복한 추석 맞이하세요. 오늘 귀가 시 작은 선물 하나 가지고 닥으로 가세요. 강사 올림” 수강생이 질문한다. “강사님 한 글자가 틀렸습니다. ’댁‘을 ’닥‘으로 치셨네요” 우와, 예리한 관찰이다. “예, 잘 지적하셨습니다. 그러면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복사해 ’닥‘을 ’댁‘으로 고쳐 단톡방에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 과제를 수행하려면 수강생은 복사하기와 붙여넣기를 해야 한다. 이후 틀린 글자를 고치기 위해 커서를 틀린 글자 바로 뒤에 옮겨야 한다. 이후 지우기를 사용해 틀린 글자를 지우고 울바른 글자를 입력해야 한다. 이것이 끝나면 단체 카톡방에 보내 강사의 ’합격입니다‘ 회신을 받아야 한다. 이 실습 과정이 재미있는 것이다. 합격 회신을 받을 때 배움의 보람을 느끼는 것이다.
두 번째 과정은 ’추석 덕담 보내기‘. 강사가 예시 문장을 보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가족과 함께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한 추석 보내세요. 건승!” 수강생들은 어떤 덕담을 만들어 보냈을까? 띄어쓰기와 맞춤법은 제대로 되었을까? 인상적인 분이 보낸 것 소개한다. 89세 어르신은 “추석 맞이하여 송편 잡수시고 건강하세요”라고 보냈다. 수업 시작 후 폴더폰을 자식들이 스마트폰으로 바꾸어 주었다. 폴더폰을 전화로만 사용하신 분이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문자를 보낸 것이다. 야호, 획기적인 변화이고 교육 대성공이다.
이날 둘째 시간에는 글자 크기 조정하는 방법 배우고 실습하기, QR코드 인증에 대비하여 스마트폰에 띄우기, 쉐이크 기능 활용하여 간단한 방법으로 QR코드 검증하기, 나의 코로나 19 예방접종 확인서 찾기 등을 실습했다. 강사와 함께 한 단계 한 단계 배우면서 배운 후 혼자서 실습하는 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실생활에 적응하는 연습을 하는 것.
수강생은 그 동안의 수업 소감을 단톡방에 올리는 시간이 있었다. 어떤 소감이 나왔을까? “스마트폰이 즐거워. 소문자를 대문자로 붙여넣기 등 모르는 것을 배우니 마음이 기쁘네요. 앞으로 점점 더 어려운 것을 배워 손녀들한테 자랑하려고요”(한금옥 총무) “수업하면서 여러 가지 몰랐던 새로운 지식과 기능 예를 들면 잘못된 문자를 복사하고 정정기능과 벨소리를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하고 경로당에서 WIFI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기타 여러가지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김재섭 회장)
강사로서 감회가 새롭다. 띄어쓰기를 어떻게 하는 줄 몰라 모든 글자를 붙여쓰기를 하신 분이 드디어 띄어쓰기 자판을 발견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다. 마침표가 어디 있는 줄 처음 배운 분도 있었다. 이 세상에서 나만의 전화 벨소리 만들기도 하였다. 해외 있는 자식들과 카톡을 즉시 주고 받는 장면에서 자식들도 기뻐하는 효성을 보았다. 청춘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배우려는 사람은 언제나 청춘임을 실감하였다.
어르신들의 의식 전환이 시급하다. “이 나이에 내가 배워서 무얼 해?” “비싼 스마트 필요 없다. 전화 걸고 받기만 할 것인데” 이런 생각은 위험하다. 세상과 소외되어 우울감에 빠질 수 있다.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활용법 교육이 시급하다. 이번 '스마트폰이 즐거워' 수업은 어르신에게 자존감, 성취감, 자신감을 키워준다. 세상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이번 추석 행복한 자랑거리 하나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