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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 일과 따지는 일과 푸는 일

1. 묻는 일

사람들은 어떤 것을 궁금하게 느끼면 어떤 것에 대해서 묻는 일로 나아간다. 사람들은 궁금하게 느끼는 것이 많을수록 묻는 일 또한 많아진다.

 

사람들이 어떤 것에 대해 묻는 일은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어떤 것이 무엇인지 묻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것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묻는 일이다. 사람들은 어떤 것이 무엇인지 물어서, 어떤 것을 무엇으로 알게 되면, 그것을 바탕으로 어떤 것을 어떻게 하는지 묻는 일로 나아간다.  

 

한국말에서 ‘묻다’는 ‘뭇’, ‘무리’, ‘무릇’, ‘무엇’과 뿌리를 같이 하는 말이다. 사람들이 어떤 것에 대해서 ‘묻는 일’은 먼저 ‘어떤 것이 무엇인지 묻는 것’에서 비롯해서, 다음으로 ‘어떤 것이 무엇인지 무리를 나누어보는 것’을 거쳐서, 끝으로 ‘어떤 것이 어떤 무리와 같은 것인지 알아보는 것’으로서 매듭을 짓는다.

 

‘묻다’는 ‘묻다=묻+다’로서, ‘묻’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묻다’에서 ‘묻’은 ‘뭇’, ‘무릇’, ‘무리’, ‘무엇’과 뿌리를 같이 하는 말이다. ‘묻다’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묻’과 ‘뭇’, ‘무릇’, ‘무리’, ‘무엇’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한국말에서 ‘뭇=무+ㅅ’은 사람들이 어떤 것들을 하나의 모두로서 싸잡아 일컫는 말이다. 예컨대 한국사람은 한자 낱말인 ‘중(衆)’을 ‘뭇 중(衆)’으로 새겨 왔는데, 이때 ‘뭇’은 모두를 일컫는 말이다. 중생(衆生)은 ‘목숨을 가진 모든 사람’ 또는 ‘목숨을 가진 모든 생명’을 하나로 아울러서 일컫는 말이다.

 

한국말에서 ‘무릇=물+읏’은 사람들이 어떤 것들을 하나의 모두로서 싸잡아 일컫는 말이다. 예컨대 한국사람은 한자 낱말인 ‘범(凡)’을 ‘무릇 범(凡)’으로 새겨 왔는데, 이때 ‘무릇’은 모두를 일컫는 말이다. 범인(凡人)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런저런 사람’을 하나로 아울러서 일컫는 말이다.  

 

한국말에서 ‘무리=물+이’는 사람들이 어떤 것들을 하나로 아울러서 갈래를 나누는 말이다. 예컨대 한국사람은 한자 낱말인 ‘류(類)’나 ‘륜(倫)’을 ‘무리 류(類)’, ‘무리 륜(倫)’으로 새겨 왔는데, 이때 ‘무리’는 모두를 일컫는 말이다. 인류(人類)는 모든 사람을 하나로 아울러서, ‘사람’이라는 갈래로서 일컫는 말이다.

 

한국말에서 ‘무엇=무+엇’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것을 이런저런 무리로 갈래를 나누어 놓는 것들 가운데서 아직 갈래를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람들이 ‘뭇’, ‘무릇’, ‘무리’, ‘무엇’을 바탕으로 삼아서 무엇에 대해서 ‘묻는 일’은 무엇이 어떤 ‘무리’에 속하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에서 비롯한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 일’은 사람들이 무엇을 어떤 ‘무리’로서, 갈래를 나누는 것을 바탕으로 삼아서, 무엇을 어떤 ‘무리’와 같게 여겨서, ‘무엇’을 어떤 ‘무리’로서 풀어내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묻는 일’의 결과는 사람이 무엇을 어떤 ‘무리’와 같게 여겨서, “무엇은 ~것이다”라고 일컫는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사람들이 무엇을 어떤 ‘무리’와 같게 여겨서, 무엇을 어떤 ‘무리’로서 알아보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사람들이 무엇을 ‘어떤 것에 속하는 것’으로 알아보는 것이다. 예컨대 사람들은 무엇을 사슴의 무리에 속하는 것으로 알아보면 “이것은 사슴이다”라고 말한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에 속하는 것”으로 알아보는 것이다. 예컨대 사람들은 무엇을 ‘밀어서 닫는 것’에 속하는 것으로 알아보게 되면 “이것은 밀어서 닫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2. 따지는 일

사람들이 무엇에 대해서 물었을 때 곧바로 답을 얻지 못하면 무엇을 따지는 일로 나아가게 된다. 묻는 것이 깊고 넓을수록 따지는 일 또한 깊고 넓어진다.

 

한국말에서 ‘따지다’라는 말은 사람들이 만들어 쓴 것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옛말에는 ‘따지다’라는 말을 찾아볼 수가 없다. 19세기 말부터 사람들이 캐묻는 일에 힘을 쏟게 되면서 ‘따지다’라는 말을 만들어 쓴 것으로 보인다.

 

‘따지다’는 ‘닿다’에 뿌리를 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따지다’는 ‘닿게 하는 것’을 뜻하는 ‘닿히다’가 ‘따지다’로 바뀐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지다’가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알아보려면 ‘닿다’가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옛말에서 ‘닿다’는 세 가지 것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첫째는 오늘날 ‘~에 닿다’라고 쓰는 ‘닿다’로서, 이것이 저것으로 나아가서, 이것이 저것에 닿아서 만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둘째는 오늘날 ‘~을 땋다’라고 쓰는 ‘닿다’로서, 사람들이 실이나 머리카락과 같은 것을 땋아서 하나의 가닥이 되게 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셋째는 오늘날 ‘~답다’라는 말과 비슷하게 쓰는 ‘닿다’로서, 어떤 것이 다 이루어져서, 어떤 것이 어떤 것답게 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닿다’에서 볼 수 있는 세 가지 뜻을 바탕으로, ‘닿다’의 뜻을 풀어보면, ‘닿다’는 “어떤 것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나아가는 일을 이렇게 또는 저렇게 온전히 다함으로써 어떤 것이 어떤 것답게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따지다’의 뜻을 살펴보는 일에서 매우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따지다’는 ‘따지다=땋+이+다’로서 ‘땋게 하는 것’을 말한다. ‘땋게 하는 것’은 ‘닿게 하는 것’과 ‘땋게 하는 것’과 ‘답게 하는 것’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는 일로서, 사람들이 무엇에 대해서 묻고 푸는 일을 이루기 위해서, 이렇게 묻는 일과 저렇게 묻는 일을 차례를 밟아서 하나가 되도록 온전히 함으로써 묻고 따지고 풀어서 알아가는 일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3. 푸는 일

사람들이 어떤 것에 대해서 묻고 따지게 되면, 어떤 것을 풀어가는 일로 나아가게 된다. 묻고 따지는 것이 깊고 넓을수록 풀어가는 일 또한 깊고 넓어진다.

 

한국말에서 ‘풀다’는 ‘풀’과 뿌리를 같이 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풀다’는 ‘푸는 일’로서, 뭉쳐 있거나 맺혀 있는 것이 풀처럼 풀려서 고루 자리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말에서 ‘풀다’의 바탕이 되는 ‘풀’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땅이나 물에서 나고 자라는 ‘풀’이다. 풀은 뿌리나 덩굴이나 씨앗을 통해서 이리저리 풀어져 고루 자리한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어떤 것을 다른 것에 붙이기 위해서 밀가루와 같은 것으로 만들어서 물에 풀어서 쓰는 ‘풀’이다. 사람들은 풀이 물에 풀려서 고루 자리하게 되면 이것과 저것을 붙여서 하나게 되게 할 수 있다.    

 

한국사람은 어떤 것이 ‘풀’처럼 풀려서 고루 자리하게 되면 어떤 것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사람들은 날씨가 풀리고, 몸이 풀리고, 일이 풀리면 뜻하는 일을 제대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들은 무엇을 묻고 따지는 일을 하나하나 풀어가면 무엇을 알아보는 일을 바르게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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