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기, 무리한 ‘교육 대못 박기’ 정책에 대한 현장의 우려가 고조 되고 있다. 짜 맞춰진 시한과 내용에 따라 절차적 요식만 거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고교학점제가 그렇고, 정파적 민주시민 교육과정 개편이 대표적이다.
특히, 2022 교육과정 개정은 앞으로 10여 년간 초·중·고 학생에게 가르쳐야 할 교육의 핵심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없이 중요하다. 마땅히 사회적으로 합일(合一)된 가치를 담아야 하나, 한쪽으로 기운 답이 정해져 있는 듯하다. 지난 4월 여당 의원이 교육기본법의 ‘홍익인간’ 교육이념을 삭제하려 했고, 동시에 교육부의 수탁 연구에도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민주시민교과 신설 등 관련 교육을 의무화하는 ‘민주시민교육촉진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일부 국회의원이 정부수립 이래 대한민국 교육을 관통해 온 ‘홍익인간’ 이념을 어떠한 사회적 논의도 없이 훼손하려는 움직임에 국민적 저항도 거셌다. 교원의 73.4%도 특정 정파에 경도된 민주시민 교육이념 설정에 반대했다.
"불평등, 혐오를 노래하라"
그럼에도 정치 진영논리에 경도된 민주시민의 가치는 이번 교육과정 개편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적 가치에 입각한 민주국가에서 관련 교육의 중요성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교육의 정치사회적 맥락에서도 중요한 어젠다가 분명하다. 문제는 사회적·교육적으로 공감하고 합의된 모두의 ‘민주시민’이 아니라 편향된 ‘민주시민’ 교육이 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도 교육과정 각론 수준에서 이미 민주시민교과의 신설을 제안하고 사회와 도덕교과 외 모든 과목에서 배울 수 있도록 교과서를 재구조화하는 연구 용역이 진행되고 있다. 연구의 교과별 예시안을 들여다보면, 수학의 ‘확률과 통계’에서는 선거 투표율 변화 등 민주시민 교육 관련 자료를 제시토록 한다. 음악에서는 인권, 혐오와 차별, 사회 정의와 불평등, 비판적 사고와 실천 등 민주시민교육 관련 내용을 다루는 노래와 작품을 감상 또는 직접 부르게 한다. 미술의 ‘표현’과 ‘감상’의 영역에서는 앞선 내용에 대한 그리기, 만들기, 디자인하기 등을 권장하는 식이다.
모든 교과에서 그들이 생각하는 대립적 민주주의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기승전 민주시민’과 같은 이념의 과잉이자 마치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볼 듯한 세뇌 수준의 교육에 가깝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 세대 요구 ‘공정’ 외면 안 돼
교육부는 올 상반기에 민주적 숙의 과정이라고 홍보하며 10만여 명이 참여한 ‘국민참여형 교육과정’ 설문조사를 했다. 국민들은 초·중·고등학교에서 강화해야 할 교육영역으로 인성교육(36.3%), 독서 등 인문학적 소양(20.3%), 진로·직업 교육(9.3%)을 꼽았다. 민주시민교육(5.1%)은 6번째였다. 결과 그대로 교육과정의 주요 가치로 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국민의 바람과 너무나 동떨어졌다.
교육부와 세력화한 ‘이념 교육감’ 등은 30~40년 전 경험에 고착한 민주 가치를 미래 세대가 그대로 따라주길 주길 바란다. 지극히 꼰대적 발상이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젊은 세대가 바라는 ‘공정’ 등 변화된 사회적 가치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된 바람과 가치를 전혀 담아내지 못하고 경도된 특정 가치만 주입에 가깝게 교육하는 것은 파쇼만큼이나 위험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