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육재정 문제의 중심에는 국가의 재정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학령인구수가 빠르게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교육재정의 안정적인 확보라는 전통적 목표’와 ‘국가 재정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당면한 목표’ 간의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산업·국방·SOC 등 재정이 투입되는 모든 부문에서 해당 부처와 이해관계자는 자기 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예산을 안정적으로, 더 많이 확보하려는 욕구를 가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부처와 이해당사자의 입장에서 재정을 바라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재정규모는 국가의 경제적 역량과 현재 및 미래세대의 부담 수준에 관한 사회적 합의로 정해지므로 분명한 제약이 있다. 지방교육재정 문제도 이러한 제약 하에서 재정을 각 부문에 합리적으로 배분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 빚을 누가, 어떻게 갚을지
먼저 지금과 앞으로의 재정여건부터 살펴보자. 현 정부의 확장적 재정기조 탓에 재정건전성에 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매년 적자재정이 이어지면서 국가채무 규모는 2017년의 660조 2,000억 원에서 2022년에는 1,075조 7,000억 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불과 5년 만에 63%나 증가한 것이다. 그 결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7년의 36%에서 2022년에는 5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2026년 말에는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GDP 대비 66.7%로 올라가는데, 그 증가 속도는 35개 선진국 중 가장 빠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아직까지는 재정이 건전하니 국가가 빚을 더 지더라도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라는 주장은 무성하다. 하지만 그 빚을 누가, 어떻게 갚을지에 대한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급격한 고령화 추세 속에서 인구는 조만간 감소하게 된다. OECD는 지금은 2% 대인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30년 이후에는 1% 미만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면 국가채무를 낮출 방도는 없게 된다. 재정지출의 합리화와 재정의 건전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방교육재정은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 지니는 가치와 상징성 때문에 다른 부문과 구분된 재정칸막이 속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 법에 의해 자동으로 이전되는 국세와 지방세 수입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재원으로 예산 대부분을 마련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 교육행정기관은 안정적으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정부와 시·도는 재정정책목표나 예산 사정과 관계없이 세수 일부분을 의무적으로 지방교육예산으로 배정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 공공서비스에 대해 칸막이를 설치해서 예산을 안정적으로 배정하는 방식은 상황에 따라서는 합리적일 수 있으나, 지금의 지방교육은 그런 부문으로 보기 힘들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나라 1인당 경상 GDP 성장률은 연평균 4.1%였으나 초·중등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두 배나 빠른 연평균 8.1%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런 결과는 수혜자를 고려할 때 다른 부문에 비해 지방교육부문 예산이 매우 빠르게 증가해왔음을 짐작케 한다. 이는 OECD 회원국들과의 비교를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는데, 2018년 정부지출에서 초·중등교육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3%로서 OECD 평균 7.8%에 월등히 높다. 또한 초·중등교육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1만 3,794달러로 회원국 중 6위이며, 평균(1만 454달러)의 132%에 달한다. 우리보다 순위가 높은 국가 중 미국을 제외한 룩셈부르크·노르웨이·오스트리아·아이슬란드는 인구가 37만~894만 명에 불과한 소국들임을 고려한다면 1인당 교육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여 년 전인 2010년의 1인당 교육비는 OECD 평균의 80%대에 불과했음을 생각하면 실로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지방교육예산의 빠른 성장은 최근 일선 학교 교육여건의 대폭적인 개선으로 반영되었다. 여건을 더욱 개선하고 미래교육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계속 투자를 증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충분한 재원이 투입돼, 다른 부문과의 형평성과 재정여건을 고려할 때 설득력은 떨어진다.
교육재정 내의 칸막이부터 해소
교육재정 내부의 칸막이도 합리적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재정은 크게 초·중등교육에 관한 지방교육재정과 대학 및 R&D를 포함하는 고등교육재정으로 구분된다. 고등교육의 상황은 초·중등교육과는 판이하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고등교육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초·중등교육의 1/5 수준인 연평균 1.6%(R&D를 제외하면 0.96%) 성장하는데 그쳤다. 2018년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1만 1,290달러로 OECD 평균인 1만 7,065달러의 66.2%에 불과하여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상반된 결과는 초·중등교육에 대한 법정예산의 빠른 증가로 인해 예산 사정에 따라 재량적으로 편성되는 고등교육예산의 증가가 억제되었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재정 간의 칸막이 때문에 한쪽의 여유재원이 다른 쪽에서 활용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추가적으로 검토해야 할 점은 지방의 일반 공공서비스와 지방교육서비스가 서로 다른 주체에 의해 다른 재원으로 공급되는 시스템의 적정성에 관한 것이다. 교육자치제도 하에서 지방교육은 교육행정기관이 전적으로 관할하지만, 과세권은 없으며, 교육수혜자의 부담도 거의 없다. 대부분의 예산을 정부와 지방에 의존하면서도 지방교육서비스를 배타적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은 연성예산제약 문제와 재정책임성에 관한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나아가 지방의 일반 공공서비스와 교육서비스 간 불균형과 중복투자 등 지방재정자원 활용의 비효율도 우려된다.
그간 지방교육재정은 재정칸막이 내에서 안정적으로, 꾸준히 성장해오면서 교육여건 개선과 교육의 질 개선에 크게 기여해왔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제도는 상황의 산물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상황이 변한다면 개선하거나 폐지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기 마련이다. 지금은 재정의 총체적 개혁이 요구되는 시점이며, 지방교육재정의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다.
먼저 교육재정 내의 칸막이부터 해소해야 한다. 초·중등교육부문의 여유 재원을 재원이 부족한 다른 교육부문으로 재배분하는 것이다. 교육은 인적자원의 증가를 통해 직접적으로, 그리고 기술·제도 발전과 형평성 제고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제성장을 촉진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고등교육·평생교육·직업교육 등에 대한 투자 확충은 초·중등교육 못지않게 시급한 과제이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지방공공서비스의 균형 잡히고 효율적인 공급을 위해 일반 지방행정과 지방교육행정의 연계도 필요하다. 각각 내국세의 일정률을 재원으로 정부가 교부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간의 연계가 먼저 필요하며, 시간을 두고서는 재정관계 자체의 개혁을 통해 지방재정과 지방교육재정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지방교육재정의 적정규모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KDI(2021)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총량을 경상성장률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증가시키되 학령인구 비중의 변화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면 2060년까지 매년 평균 25조 원 이상, 40년간 무려 1,047조 원의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고 추계한다. 이런 방식에 따른 재원규모 결정은 한 가지 대안이지만, 지방교육재정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기에 충분하다.
지금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다른 부문도 그렇지만, 지방교육재정 또한 시대 및 상황변화를 반영한 적정규모의 결정, 재원 배분방식의 합리화, 지출의 효율성 제고 등의 개혁 과제를 간과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