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출범했다. 국민적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작은 정부, 민간 주도'를 공언해 왔다. 또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유세 때 마다 민주정치, 시장 경제를 입에 달고 다녔다. 기업과 회사가 자생력을 길러서 민간이 주도하고 스스로 돌아가야 한다는 자본주의의 기본을 중시한 철학이었다. 정부는 민간이 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하고 민간이 혁신 성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 시절의 엠비(MB)노믹스'처럼 '작은 정부, 민간 주도, 큰 시장'을 지향했다. 즉 윤석열 인수위는 '작은 정부', ‘효율적 부처·민간 주도 혁신’을 핵심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수위 주변에 과거 이명박(MB)계 인사들의 중용도 예사롭게 보지 않고 있는 시각도 있다.
윤 당선인의 작은 정부는 MB식의 대규모 부처 개편과 유사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수의 친이명박계 인사들이 인수위에 포진해있는 점도 이러한 기조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조직된 인수위 구성에서도 MB맨들이 대거 등용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MB 때의 인수위는 기존 정부 조직 부처를 18부 2처에서 13부 2처로 축소했다. 그리고 여성가족부, 통일부 등의 기능을 축소했다.
당시 이명박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는 정책 방향으로 결정해야 할 최우선 과제 중 하나를 정부조직개편을 꼽았다. 이에 '13부2처'로의 슬림화된 정부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며 여성가족부, 해양수산부, 과학기술부, 통일부 조정 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었다.
특히 당시 이명박 대통령도 현재 윤석열 정부의 인수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여가부 폐지를 추진하다 중단했다. 당시 "여가부는 여성 권력을 주장하는 사람들만의 부서"로 권력형 페미니즘이라며 여가부 폐지 카드를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 반대 여론에 부딪혀 여가부 폐지는 무산된 선례가 있다. 대신 가족 관련 업무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고 여가부의 업무를 일부 조정하는 방안으로 마무리됐다.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는 통일부의 무용론을 이유로 들며 외교통상부와 통일부를 통합한 '외교통일부'으로 개편을 주장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편 해양수산부를 폐지하면서 그 기능을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로 이양했다.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는 유사 기능을 고려해 '과학기술통신부'로 통합시켰다. 결국 당시 정부조직법 개편을 통해 3부처 2처 1실 5위원회가 폐지되고, 부처 간 유사중복 기능의 통합과 간소화, 민간이양, 업무조정 등으로 국가공무원도 3427명 감축한 바 있다.
이번에 출범한 윤석열 당선인의 인수위가 위원장, 부위원장, 기획위원장, 7분과, 국민통합위, 코로나19대응·지역균형발전특위로 조직돼 업무를 시작했다. 윤석열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위원장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강조하며, 현재 정부 조직 18부 4청 18처가 비대하다고 지적한다. 지나치게 방대해 역할을 다한 정부조직의 폐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사 부처 간의 통합, 기능 이전 등을 통해 '슬림화 조직'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무원수 116만명도 과다하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의 인수위 출범에 즈음하여 우려되는 것이 교육부 위상이다. 아직 출범 초기이지만, 인수위 내외에서 교육부 홀대 조짐이 드러나고 있어서 우려스럽다. 작은 정부, 민간 주도 혁신의 기조 아래 교육부가 자칫 덤터기를 뒤집어 쓸 우려가 농후하다. 최근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각각 성명, 입장문을 내고 인수위의 교육 내지 교육부 홀대를 지적한 것도 인수위의 이러한 행태에 대한 우려다.
우선 인수위 구성에 교육전문가가 전무하다시피하다. 24명의 인수위원, 그리고 과학기술교육분과 3명의 인수위원 중 교육 전문가가 없다. 과학기술교육분과에 교육 몫으로 한양대 교수인 김창경 전 과기부 제2차관이 임명됐다. 그러나 그는 금속공학 전공자로 과학, 기술 분야 인수위원으로 봐야지, 순수한 교육 분야 인수위원 몫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교육계 지적이다. 실제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과학, 기술 쪽의 교과부 제2차관을 역임한 바 있다. 새 정부의 미래 5년, 한국 교육 100년 출범의 청사진, 로드맵을 짜는 인수위에 순수한 교육전문가가 전무하다는 점이 매우 뼈아픈 현실이다. 냉철하게 말해서 이번 인수위는 교육전문가가 한 명도 없이 출범한 기형적 모습이다.
주지하다시피 국민의힘 유석열 당선인은 투표일을 수일 남겨두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공동정부를 매개로 후보 단일화를 단행했다. 안철수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자신을 과학, 기술 대통령 후보라면서 ‘과학 기술 강조’와 ‘교육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이번 인수위의 과학 기술 교육분과 편제도 안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후담도 있다. 교육부와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과학기술 기능을 통합한 '교육과학기술부' 부활 가능성도 점쳐진다. 교육을 과학, 기술에 끼워넣는 것이야말로 교육 홀대다. 과학 기술을 강조한다고 교육을 홀대하고 교육부를 축소하는 것이야말로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매한 정책이다.
여하튼 인수위의 교육 홀대, 교육부 축소 조짐은 재고돼야 한다. 교육은 정치, 정제, 사회, 문화 분야 등 국민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적 영역이다. 무한 경쟁의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을 국정의 중심에 둬야지 변방으로 몰어붙여서는 절대 안 된다.
자고로 교육은 국가백년지대계이고, 교원들은 국가 건설자다. 국가의 흥망성쇠를 가름할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대계인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현재 부총리인 교육부장관의 위상도 그만큼 교육이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새 정부에서 교육 내지 교육부의 위상을 강조해야지 거꾸로 가는 것은 ‘미래 인재 육성을 강조’하는 세계적 트렌드와도 역행하는 처사다. 오히려 폐지된 청와대의 교육수석비서관을 부활해 교육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더구나 이번 대선 후 국민 여론 조사에서 새 정부에서 해야 할 가장 화급한 과제가 ‘국민 통합’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당선인도 ‘통합의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라는 당선 사례 현수막을 내건 바 있다. 국민 통합의 첫 걸음은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다.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억지 공약을 강행하는 것보다 현실에 맞고,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을 우선 실행하는 것이 급선무다.
아무리 공약이라도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정책과 제도는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 즉 속도보다 방향에 우선 방점을 찍어야 한다.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산층을 더욱 두텁게 한다는 기본 방향은 맞다. 하지만 그 과정은 녹록치 않다. 게다가 현재 인수위가 추진 중인 정부조직 개편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거대 야당을 상대해야 하는 만큼 협치가 필수적이다. 약 180석의 압도적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이 반대하면 사실상 정부조직 개편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새 정부와 거대 야당의 협치가 조직 개편과 정부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어렵기는 하지만, 인수위와 새 정부는 여야 협치라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정권과 정부는 유한하지만, 역사와 교육은 영원하다. 국가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새 정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인수위 단계부터 교육 홀대와 교육부 축소의 우려를 불식하고 교육을 국정의 중심에 두고 미래 인재 육성에 매진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의 국정 중심에 두고 강조하는 세계적 흐름에 반해서는 안 된다. 교육을 강조하고 교육부에 힘을 실어주는 데서 새 정부 국정 성공의 열쇠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게 국민 통합의 첩경이다. 직전 정부가 '내로남불식 독선, 불통, 아집'의 정책으로 일관해 정권을 놓쳤다는 점을 새 정부에서는 전거가감, 타산지석으로 삼기를 고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