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 선언’이 넘쳐난다. 매년 6월이 되면 ‘학업중단’ 상담이 많았는데, 올해는 더 유난하다. 학업중단숙려제로 마음을 돌리고, 위탁학교로 보내거나 교내 대안교실에 참여시키는 방법으로 학업중단을 최대한 막고 있지만 쉽지 않다. 우리 학교만의 상황은 아니다. 2020년 코로나로 주춤했던 학업중단율은 ‘요요현상’처럼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학교가 정상화되면서 학교 다니는 것이 다시 힘들어졌을 터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두고 보기에는 좀 심각하다. ‘등교’ 자체를 하지 않는 학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3월과 4월에는 코로나 검사를 핑계로 학교를 안 나오더니, 일상회복이 된 5월부터는 아프다며 질병결석을 밥 먹듯이 했다. 급기야 6월엔 연락도 없다. 담임교사는 ‘모닝콜’하듯 아침마다 잠을 깨워 등교를 독려해보지만, 끝내 학교에 나타나지 않는다.
아직 1학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결석일수가 40일이 넘어서고 있는 아이들. 이 아이들은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학업중단’을 바라보는 관점은 교사마다 다르고, ‘학업중단’이 좋은 결정이었을지, 나쁜 결정이었을지 지금 당장은 모른다. 다만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학생이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조언해주는 일일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학업중단 위기에 놓인 아이들을 어떻게 상담하면 좋을지 알아본다.
1. 코로나 이후 강적이 나타났다
아이들이 학업을 중단하려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학교에 다니는 의미를 못 찾아서, 둘째, 학교라는 제도가 싫어서, 셋째, 친구관계 등 학교에서 좋지 못한 일들을 겪어서 학교를 그만둔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강적이 나타났다. 바로 ‘학교보다 밖에서 노는 게 너무 재밌는 아이들’이다. 더불어 2년 이상 불규칙한 등교를 하던 학생들이 ‘매일 학교를 나와야 하는’ 부담감으로 등교 자체를 거부하는 ‘백 투 스쿨 블루(back to school blue)’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학교 밖에서는 노는 게 제일 좋은 아이들
코로나로 불규칙한 등교가 이뤄지던 2020년과 2021년, 아이들은 다음 날 학교 갈 걱정 없이 새벽까지 친구들과 놀았다. 점점 귀가시간이 늦어지고, 부모님과의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했으며, 술·담배를 접하기도 했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외박하는 횟수도 늘어났고, 친구들과 계속 함께 있으니 당연히 학교에 오지 않고 또 놀았다. 이러면 안 된다는 사실은 알지만, 학교보다 학교 밖에서, 공부보다 친구들과 노는 것이 재밌으니까 쉽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했다. 며칠씩 몰려다니다가 돈이 떨어지거나 부모님이 화가 나서 핸드폰을 정지하면 그제야 집에 들어가고, 학교에 오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그렇게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간다.
어느덧 결석일수가 47일이 넘은 녀석이 제적예정통지서를 받고서야 한 달여 만에 나타났다. 담임교사는 “언제 또 학교에 나올지 모르니, 학교에 나온 날 상담을 해야 한다”며 ‘아무리 바빠도, 오늘, 꼭, 우리 아이를 부탁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준다. 나 역시 ‘오늘밖에는 없다’는 간절한 심정으로 상담을 시작한다. 부디, 학교를 계속 다니기를 희망하면서.
“얼마 만에 학교에 온 거야? 학교 안 다닐 거야?”
“음, 중간고사 보러 왔었던 것 같은데, 그게 언제죠? 학교는 다녀야죠. 오긴 해야 하는데,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학교 안 오면, 뭐 하는데?”
“친구랑 놀죠. 진짜, 나쁜 짓 안 하거든요. 그냥 친구네 집에서 놀아요. 친구랑 잠깐만 놀고 학교 가야지 하는데, 어쩌다 보면 하루가 지나가 있더라고요.”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 아이들은 ‘학교를 잘 다닐 생각’도 없지만, 그렇다고 ‘학교를 그만둘 생각’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그저 ‘친구들이랑 노는 게 너무 재밌을 뿐’이다. 또한 성향적으로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쉽게 흔들리고, 자기 의사결정력이 낮다. 그래서 ‘내일은 학교를 꼭 가야지’라는 결심은 친구의 ‘오늘 하루만 더 놀자’는 꼬드김에 쉽게 넘어간다. 오늘 마지막으로 신나게 놀고 학교는 내일부터 가면 되니까. 따라서 이 녀석들은 ‘선택’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학교 가는 것과 친구랑 노는 것 중에 친구와 노는 걸 선택했구나. 친구가 아무리 꼬드겨도 네가 학교 가는 걸 선택할 수도 있었잖아. 그런데 너 스스로 친구랑 노는 걸 선택한 거지.”
“맞죠. 제가 선택한 거죠.”
“그럼, 너 스스로 선택한 거니까, 넌 또 다른 선택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선택인데요?”
“학교 그만 둘 생각은 없다며? 그럼 학교를 다니는 걸 선택하면 되지.”
“아, 맞죠. 아는데, 잘 안 돼서….”
“○○아, 학교 대신 놀러 가는 걸 선택할 때, 처음엔 고민 많이 했지만 서너 번 지나니까, 고민 없이 선택하게 되고, 이제는 별생각 없이 놀고 있지? 노는 것 대신 학교 오는 걸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야. 처음엔 고민 많이 될 거야. 엄청난 유혹을 이겨내야겠지? 그런데 서너 번 지나면 고민 없이 오게 될 거야. 물론 훨씬 힘들 거야. 왜냐하면 노는 건 재미있고, 학교 오는 건 재미없는 선택이니까.”
물론 매일같이 정상 등교를 하지는 못할 것이다. 몸에 달라붙은 습관을 바꾸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처음엔 늦게라도 학교에 무조건 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온갖 유혹을 이겨내고, 학교에 오면 그 자체를 칭찬해주고, 계속해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멋진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하다 보면, 분명 교실에서 마주치는 일이 점점 많아질 것이다.
● 대인관계 부담감으로 공황장애까지 오는 아이들
‘백 투 스쿨 블루(back to school blue).’ 2년 이상 불규칙한 등교를 하던 학생들이 ‘매일 학교를 나와야 하는’ 부담감을 느끼는 심리적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나는 올 6월, 이 말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6월 한 달 동안 무려 5명의 학생을 만났다. 그중 3명이 자퇴를 했고, 1명은 위탁교육기관으로 갔으며, 1명은 아직도 무단결석 중이다. 나도 옛날 사람인지라 학생들의 학업중단을 끔찍이도 싫어한다. 그래서 되도록 졸업을 하도록 설득했다. 그런데 ‘백 투 스쿨 블루’상태에 있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학교만 생각하면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지옥처럼 느껴지고, 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상황이라도 끝까지 참고 견디는 것 과연 학생에게 좋은 것일까? 라는 질문에 확신을 내릴 수 없었다.
“학교에 오면 집중할 수가 없어요. 친구들과 함께 있어도 벽이 느껴지고, 혼자 외톨이가 된 느낌이 들어요. 성적이 떨어지면 부모님은 실망하실 테고, 저 역시 제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겠죠. 그것도 너무 불안해요. 마치 수십 개의 눈이 저를 감시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조여오고, 그럴 때마다 죽고 싶어요.”
전교 등수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던 이 학생은 결국 자퇴를 했다. 자퇴원을 쓰던 날, ‘그동안 감사했어요. 그리고 죄송해요’라며 축 쳐진 어깨로 인사를 하는 아이에게 ‘너의 선택은 좋은 선택이었어’라며 응원해 줬다. 나의 좌우명 중 하나는 ‘후회하면 지는 거다’이다. 그래서 나의 선택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 나를 세뇌시키곤 한다. 학업중단숙려제를 마치고 최종 자퇴를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너 진짜 후회한다. 고등학교도 안 나와서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려고’라는 악담은 절대 하지 않는다. 대신 마음 편하게 학교를 떠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2. 학교를 대신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학교밖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인 꿈드림센터’는 전국에 220개가 있다. 프로그램도 좋고, 학교밖청소년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것은 학교의 역할을 대신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학교라는 테두리가 얼마나 안전한 곳인지 느끼지 못한다. 엄선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며, 생활을 점검해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 학교이다. 자퇴를 하고 나면 소속된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자칫 계획한 것들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이럴 때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는 훌륭한 지원군이 되어 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학업중단숙려제 상담을 하면서 학생이 자퇴를 최종 결정하면, 반드시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를 방문해서 ‘인증샷’을 보내야 학업중단숙려제 상담 출석으로 인정하는 방법으로 아이들을 관리한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를 보면 학교 밖 청소년의 58.3%는 학교를 그만 둘 당시 검정고시 준비 계획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을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로 연계하면 센터에서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혼자서 또 다른 미래를 설계하는 것보다 체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학교라는 제도가 싫어서’ 자퇴를 하는 학생들은 자칫 하다가는 유야무야 시간만 흘려보낼 수 있기 때문에 꼭 연계해야 한다.
3. 학교에 다니는 의미?
최근 여가부가 발표한 ‘2021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를 보면 학교 밖 청소년의 58.1%는 ‘학교를 그만둔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후회한 적이 없다는 응답 비율은 2015년(42.8%)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학교를 그만둔 이유로는 ‘학교에 다니는 것이 의미가 없어서’라는 응답이 37.2%로 가장 많았고, ‘다른 곳에서 원하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29.6%로 뒤를 이었다.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특히 MZ세대에게 엄격하고 틀에 박힌 학교생활은 의미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면 나는 이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학교 다니는 거 별것 없어. 1층에서 4층으로 가려면 2층과 3층을 반드시 거쳐야 하잖아. 학교는 그런 거야. 내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통로에 거쳐 가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어. 학교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다니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러니까 학교를 다니면서 경험하는 부정적, 긍정적 모든 경험들이 다 의미가 되는 거야.”
사실 지식은 학원이나 인터넷 등에서 배우면 되고, 친구 관계는 동호회 활동이나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충분하다. 학교라고 하는 공간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와야 한다. 졸업이 목적이 아니라, 학교라고 하는 안전한 공간에서 충분히 연습하고, 실패를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성장할 때 아이들은 학교의 진짜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