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의 닻이 올랐다. 교육부 장관의 오랜 공백과 함께, 여소야대 형국에서 열리는 이번 국회 상황을 보는 국민의 우려는 크다. 상생의 교육협치보다는 피아 구분의 교육정쟁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교육 문제가 컸다는 점에서 야당은 교육을 놓고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게 뻔하다.
돌이켜 보면, 지난 5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유독 교육 분야에서 적지 않은 국민적 혼란과 갈등이 표출됐다. 이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교육부 폐지 논란 등 교육 홀대론이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예견됐다. 교육 거버넌스의 기본 축인 교육부 장관의 도덕성 문제가 계속해 도마에 오르고, 또 교육수장의 공백도 길어졌다. 정통 교육 관료가 아닌 국무총리실 인사가 차관으로 직무를 대신하면서, 굵직한 교육현안의 책임 있는 추진은 불가능했다. 위상과 역할이 모호해진 대통령실의 교육정무라인 역시 현안을 적극적으로 풀어가기보다는 수세적 방어에만 급급했다.
초유의 장관 없는 국감
급기야 논란 끝에 임명된 교육부 장관의 설익은 만 5세 취학연령 조기 입학 강행 방침으로 국정운영의 기반마저 크게 흔들렸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공식 출범 두 달을 넘기고서야 모양새를 갖추고 있으나, 교원단체 추천 몫 2명은 전교조의 발목잡기로 유·초·중등교원이 배제된 채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교육 거버넌스의 형성과 사회적 교육 협력, 그리고 국회 차원의 협치는 이미 붕괴된 지 오래다.
박순애 장관 사퇴 이후 또다시 장관 공백이 40일 이상 이어지고 있다. '장관 없는 국감'은 부처 역사상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 같은 ‘교육무정부’ 상태가 계속되고, 그나마 교육적·사회적 숙의와 합의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는 오히려 교육 갈등만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여야 추천 위원의 면면을 보면 국민과 교육보다는 정파를 대표할 인물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야당은 교육을 정권 먹잇감으로 여기고, 교육 정파적 강공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또 이를 방어하느라 정쟁의 방패를 내세우며 맹렬히 반격할 것이다. 결국 본질이 아닌 정파 놀음에 볼썽사나운 모습만 보일까 걱정이다.
대통령은 이런 정국 상황에서 교육부 장관 임명을 두고,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으로 정책민감성이 가장 높은 분야는 교육이기에, 오랜 기간 ‘교육무정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교육민생을 포기하는 것이자 교육민심 이반을 불러올 것이다. 교육전문성 못지 않게 정무적 감각이 뛰어난 정치인 출신의 장관 임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루 속히 책임 있는 교육 국정운영과 정치적 협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방향에서 인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
정쟁 아닌 상생 보이길
이렇듯 이번 정기국회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엄중한 국면에 열린다. 특히, 정치적·정파적 사안과 연계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고등교육 지원 문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이념편향 문제, 자사고·외고 존치 문제에서는 교육적 본질적 해결에 앞서 여야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해마다 반복되는 교육퇴행적 정기국회가 재연될까 걱정이다. 또 정치적 교육현안에 몰두하는 사이, 교원들의 정상적인 교육활동 보장과 교육력 회복을 위한 ‘생활지도법’ 등 현장 밀착 교육법안이 뒷전으로 밀릴까도 우려된다. 교육현장을 지원하고 교육력 회복을 위해 국회가 챙겨야 시급한 법안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 국회 교육위원들은 현장의 절박함에 귀 기울이고,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상생의 교육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국회가 그 어느 때보다 솔선하는 교육모범을 보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