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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2022 교단수기 동상] 꽃보다 아름다운 내 인생의 참 스승

 

초등학생 시절, 저는 전체적으로 공부를 잘하지 못했고, 특히 수학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많이 부족한 학생이었습니다. 동기가 부족하고 의욕이 없어서 학습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지요. 과연 앞으로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앞날이 정말로 어두웠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5학년이 끝나가도록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늘 삶을 부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6학년에 올라가면서 만난 저의 담임선생님은 평소에 엄격하게 학생들을 지도하셨지만, 학생들을 지도하실 때는 학생들의 의사를 존중해서 합리적으로 학급의 일을 결정하셨습니다.
 

6학년에 올라가서도 아무것도 잘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 우연히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의 일기장을 매일 꼼꼼하게 검사하시는 것이 제 눈에 띄었습니다. 당시에는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일기장 검사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다른 친구들은 사생활이 노출될 것을 염려해서 일기를 형식적으로 대충 작성해서 일기장을 제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날에 있었던 일을 거짓 없고 솔직하게 최선을 다해서 매일 매일 일기를 작성하고 일기장을 제출했습니다. 당시에 저는 담임선생님이 모든 학생의 일기장에 칭찬 혹은 좋은 말만 써주는 것으로 오해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보니까 저처럼 매일 매일 정성스럽게 써서 일기장을 제출하는 학생에게만 칭찬과 격려의 말을 적어 주시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잘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저는 담임선생님의 칭찬을 통해 글쓰기 분야는 다른 학생보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매일 매일 일기장에 써주신 칭찬 덕분에 저는 일기 쓰기가 즐거워지고 담임선생님의 칭찬이 늘 기대가 되었지요.
 

"우진이는 자신의 감정을 일기에 솔직하고 정직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참 뛰어난 것 같아. 처음에는 선생님도 매일 제출하는 우진이의 일기가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제법 일기를 잘 쓰는 것 같아. 참 잘 썼어."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동아리 활동을 문예반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동아리 활동 담당 선생님께서도 제가 글을 제법 잘 쓴다고 칭찬을 해 주신 덕분에 경북 상주시 초등학생 글짓기대회에도 학교 대표로 참가해 입상하는 영광도 얻었습니다.
 

담임선생님과 방학 동안에 주고받은 편지는 아주 든든한 힘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편지에는 담임선생님이 나중에 제가 진로를 결정할 때를 대비한 진심 어린 충고와 조언을 적어 주셨습니다.
 

"우진이는 수학적인 재능보다 국어(문과) 쪽에 소질이 있고, 그쪽으로 소질과 노력을 계발하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 해요. 지금은 아직 자기 소질을 섣불리 단정하고 다른 것을 포기하면 안 되지만, 사람인 이상 모두를 다 잘할 수는 없고, 또 모두를 잘하기를 기대하면 자신감을 잃기 쉽거든. 그래서 우진이가 나중에 노력한 만큼 결과가 안 좋아 혹시 노력을 게을리할까 봐. 선생님이 조언해주는 것이에요."
 

이렇게 담임선생님과 일기 쓰기를 통해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 학교생활에도 자신감이 점점 붙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성과는 친구들이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늘 친구들보다 체격이 왜소하고 수업 시간에도 조용하게 생활하는 아이가 담임선생님의 수업 시간에 일기를 솔직하게 잘 쓴다고 칭찬을 받고 수업 시간에도 발표를 잘하기 위해 예습과 복습을 실천하기 시작했습니다.
 

꾸준한 노력 덕분에 1학기에는 발표도 많이 해서 모범상도 받게 되었고, 2학기 때는 착한 어린이 상도 받게 되었습니다. 일기장에는 다음과 같은 칭찬이 듬뿍 적혀 있었습니다. 
 

"우진아, 모범상에 이어 착한 어린이 상까지 받은 것 축하해, 앞으로도 지금처럼 묵묵하게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렴. 선생님도 우진이를 마음속으로 항상 응원할게."
 

벌써 30년이 훨씬 지났지만 일기를 통해 글짓기에 관심을 가졌고 담임선생님이 일기장에 적어 주신 작은 칭찬과 격려의 말씀 덕분에 상까지 받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그때 받은 상은 지금 다시 봐도 흐뭇한 웃음이 나올 정도로 학교생활 전반에서 아주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어린 시절이었지만 담임선생님께서 저의 재능을 발견해주시고 칭찬해주셔서 지금의 제가 교직에 몸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이셨던 권명숙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돌이켜보면 정말로 꽃보다 아름다운 제 인생의 참 스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30년이 지난 지금, 담임선생님과의 소중한 추억을 생각하면서 18년의 교직 생활하는 동안 꾸준하게 학생들의 글쓰기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글쓰기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학생도 있었지만, 차츰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면서 매년 전국 청소년 글짓기 공모전에서 제가 지도한 학생들이 입상하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보람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글짓기대회에 나가 입상하고 장학금을 받게 해 준 것입니다.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 글쓰기를 꾸준하게 지도한 결과 학생들에게 좋은 열매를 맺게 해줘서 교직 생활을 하면서 많은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제게서 소중한 재능을 발견해주셨던 것처럼 저도 글쓰기에 소질과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발굴해 꾸준하게 지도하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에 제가 경험한 것처럼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오늘도 교단에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담임 교사를 맡은 학급에서 글쓰기에 소질과 재능이 있는 여러 명의 학생을 발견해 마치 학창 시절에 저를 되돌아보는 것 같아서 흐뭇합니다. 앞으로도 저의 재능기부는 계속될 것입니다.
 

벌써 30년이 훨씬 지났지만 지금도 저의 마음속에는 초등학교 시절 일기 쓰기를 통해 담임선생님께 받은 진심 어린 칭찬과 격려가 고스란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되돌아갈 수 없는 그때 그 시절이지만 처음 담임선생님께 일기 쓰기를 통해 칭찬을 듬뿍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문예반에 들어가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때의 감동은 정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왠지 그 시간이 더 그립고, 그때 그 시절의 일기장이 계속 저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것은 아마도 너무나 빠르게 바뀌고, 손동작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지금의 시대에 느끼는 추억에 대한 갈증이라고 생각합니다.
 

권명숙 선생님과 함께 보낸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은 저의 마음속 깊이 영원히 간직해 둘 것입니다. 그리고 담임선생님께서 제게 주신 작은 칭찬과 격려는 평생 잊지 않고, 교사로서 사랑하는 학생들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지도해 나갈 생각입니다. 그래서 먼 훗날 학생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좋은 선생님의 길을 가고 싶습니다. 끝으로 지금까지의 교직 생활을 뒤돌아보며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도로시 로 놀테의 ‘생활 속의 아이들’의 글로 이글을 마칩니다. 

 

꾸지람 속에 자란 아이 비난하는 것 배우며
미움받으며 자란 아이 싸움질만 하게 되고
놀림 받으며 자란 아이 수줍음만 타게 된다.
관용 속에서 자란 아이 참을성을 알게 되며
격려받으며 자란 아이 자신감을 갖게 되고
칭찬받으며 자란 아이 감사할 줄 알게 된다.
공정한 대접 속에 자란 아이 올바름을 배우게 되며
인정 속에 자란 아이 믿음을 갖게 되고
두둔 받으며 자란 아이 자신의 긍지를 느끼며
인정과 우정 속에서 자란 아이 온 세상에 사랑이 충만함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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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소감] 일기 쓰기는 성장 기록이자 발자취

 

일기 쓰기를 통해 저의 재능을 알아보시고 많은 칭찬과 격려의 말씀을 해 주신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이셨던 권명숙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 글은 일기 쓰기의 장점을 소개하고 싶어서 시작된 글입니다. 일기 쓰기는 자신의 성장에 대한 기록이자 발자취입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일기를 꾸준하게 작성하면서 성장한 아이들은 나중에 대부분 글을 잘 쓰는 학생이 많고 몇몇은 유명한 작가가 되는 일도 있습니다.

 

글쓰기 재능을 발견해주시고, 항상 긍정적인 사고로 무엇을 하던 시간을 소중히 보내고 있다면 훗날 저의 인생도 성공할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던 담임선생님께 이 영광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도 선생님처럼 교직 생활 내내 글쓰기 지도를 통해 선생님의 가르침과 감사함을 잊지 않고 아이들에게 바르게 전하고자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좋은 상을 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담임선생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는 잊지 않고 똑같이 제자들에게 글쓰기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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