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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금 줄이자고요? 학교 한번 가보면 달라질 겁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마음이 무겁다. 내국세의 20.79%가 주어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부금)을 지켜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정부가 대학 재정지원을 목적으로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 신설을 추진하면서 재원의 일부를 초·중등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부금에서 떼어내겠다고 나선 탓이다. ‘동생 돈 빼앗아 형님 준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는 밀어붙일 태세다. 김 교육감은 지난 9월 대구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지방교육재정 교육감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우리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육감협의회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는데 어려운 상황이어서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최근 교부금 개편 논의를 보면서 유·초·중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17개 시·도교육감들은 심각한 우려와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꿈과 미래를 지켜주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감사원까지 나서 교부금 집행 내역을 감사하는 등 압박하고 있다. 정부의 공세가 만만하지 않은데.

“사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합하는 마음이다. 감사원 감사는 의도가 보인다. 국정감사 수준 이상의 자료요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청 직원들에게 당당하게 대응하라고 했다.”
 
초·중등분야에 투입되는 교부금을 줄이자는 주장은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부터 거론됐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대응이 늦은 것 아닌가. 
“교부금 축소 주장이 구체적으로 현실화된 것은 지난 7월 7일 기획재정부의 ‘국가재정 전략회의’부터다. 그 이후 교육부조차도 반대 입장을 내지 못하면서 지난 9월 유·초·중등예산을 예산을 대학으로 일부 전용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이 법이 발의된 이후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특위를 구성하게 된 것이다. 지방선거로 교육감들이 7월 1일자부터 업무를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경제부처에서는 학생수가 줄었으니 교부금도 줄이자는 논리다.
“이러한 주장은 근본적으로 유·초·중등교육의 재정이 ‘이미 충분하다’라는 오해에서 출발한 것이다. ‘돈이 남아돈다’라는 다분히 감정적인 프레임으로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사실 이번 사태는 재정 당국의 세수 추계 오류로 인해 일시적으로 재정이 증가한 데서 촉발됐다. 게다가 소위 ‘남는 돈’이라는 것도 세수 감소시기에 대비하는 ‘재정안정화기금’으로 적립된다. 일부는 예산 불용액을 문제 삼지만, 이 또한 바로 다음 해(익년도) 재원으로 활용되는 것이어서 ‘남는 돈’이란 지적은 착시에 불과하다.”  

 

일부에서는 교육당국의 현금살포 등 퍼주기 논란이 교부금 축소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란 지적을 한다.
“‘퍼주기 논란’과 관련해 학생 1인당 1스마트패드 지급 등을 언급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퍼주기가 아니라 미래교육을 대비하는 교육청의 노력으로 보아야 한다. 현 정부의 핵심 교육과제가 디지털 인재육성을 통한 미래교육 실현이다. 교실에서 미래교육을 실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1학생 1스마트패드 지급을 추진하는 것이다. DJ 정부가 추진했던 교육정보화사업이 토대가 돼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이 될 수 있었다. 이제는 AI 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려면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이주호 장관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초·중등 재정은 대학에 비해 잉여가 많다고 말했다. 
“밖에서 보면 그런 말 할 수 있다. 지난 10월 교육부 발표자료를 보면 국내 총생산 대비 초·중등교육의 공교육비 비율은 3.7%로 OECD 평균 3.4%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민간재원인 학부모 부담금이 OECD 평균보다 더 투입된 요인이 크다. 이제부터라도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체험학습비·앨범비 등 학부모 부담 경비를 없애 제대로 된 의무교육을 실현하고, 유치원과 고등학교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 재정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대학들이 주어진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 지도 살펴봐야 하는 것 아닌가.
“맞는 말이다. 교육청이 교부금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감사를 할 거면 대학들의 재정운용에 대해서도 감사를 해야 하는 게 맞다. 또 지난 14년간 대학등록금을 동결하면서 대학 재정을 악화시킨 정부가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나. 대학 재정지원을 위한 별도의 재원을 발굴하지 않은 채 이제 와서 교부금을 떼어가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교부금이 줄어들면 우리교육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예산이 줄어들면 노후건물 개축, 학급당 학생수 감축 등 미래교육을 추진하기 위한 교육환경 개선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한국교육시설안전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학교건물 중 40년 이상 된 건물은 총 7,707개 동이다. 비율은 19.3%에 달하고, 1급 발암물질인 석면에 노출된 학교가 전국적으로 6,636개교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얼마 전 충북 괴산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한반도가 이젠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하지만 내진설계가 안된 교실들이 지금도 많다. 만에 하나 학교가 무너져 아이들이 다치면 어떡할 텐가. 그때도 교부금 줄이자는 말이 나올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직접 학교현장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제대로 안 보니까 실정을 모른다.” 

 

정부의 압박이 심할 경우 고등교육특별회계에 3조 6천억 원 정도는 교부금에서 떼어줄 수 있나.
“그건 안 된다. 유·초·중등예산을 대학으로 전용하겠다는 논리는 어찌 보면 단순한 경제논리다. 부족한 대학예산을 그런 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누기’이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당장 많아 보이는 유·초·중등예산은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 필시 줄어들 것이다.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정책으로는 미래교육을 준비할 수는 없다.”

 

최근 들어 교육분야에 경제논리가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인다. 교육정책이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작동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때가 있는데. 
“교육분야에서 경제논리가 작동하는 대표적인 부분이 농어촌 작은학교에 대한 폐교 추진이다. 하지만 교육논리로 접근하면 전혀 다른 문제다. 농어촌 작은학교는 지방소멸을 막는 구심점 역할을 하기도 한다. 더불어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생각한다면, 교육부문에 경제논리를 함부로 대입하면 안 된다.”

 

교부금을 지키기 위한 전 국민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교육을 나무의 생장으로 비유한다면 유·초·중등교육은 나무의 싹·뿌리·줄기로, 대학교육인 고등교육은 꽃으로 비유할 수 있다. 꽃이 제대로 피지 못한다고 해서 뿌리로 가야 할 영양분을 바로 꽃으로 보낼 수는 없다. 일시적으로 꽃을 피울 수 있더라도 뿌리가 약해진 나무는 결국 위태롭게 될 것이다. 지금은 뿌리와 줄기의 자양분을 빼앗아 올 때가 아니다. 대학교육에 필요한 재원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별도로 제정해야 한다. 교육예산을 쪼개어 나누는 근시안적인 대처가 아닌 백년지대계를 바라보는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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