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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마음챙김 상담소] 우리는 어떤 부부인가? 정체성을 공유하자

건강한 부부로 사는 비결②

 

 

지난 원고에서는 불화 부부의 불안정성에 근본적인 원인이 될 수 있는 애착 문제를 다뤘다. 이번에는 실제 필자가 만난 부부들의 이야기를 통해 부부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나는 누구인가’하는 정체성은 자기가 자기를, 그리고 타인이 자기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남녀가 결혼해 부부관계를 맺고 가정을 꾸려갈 때도 부부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우리는 어떤 부부인가?’와 같은 정체성을 인지하고 공유하는 것이 많은 불만족의 순간과 갈등 상황에서 부부 문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키가 된다.
 

갈등하는 부부를 만나보면, ‘옆집 남자는 설거지도 잘해주는 데 우리 집 남자는 사정사정하면 죽상으로 겨우 한 번 해줄까 말까 한다’, ‘친구 와이프는 아무리 늦게 들어가도 밥을 차려주고 해장국도 끓여주는 데 우리 와이프는 타박이나 안 하면 다행’과 같은 일상적인 불만부터 ‘자기 발전에 열정이 없다’, ‘인생의 그림을 함께 그리기에는 차이가 너무 난다’ 등 삶의 가치관이나 이념 같은 추상적 영역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불만을 듣게 된다. 이들이 하는 말은 똑같다. ‘우린 너무 달라서 도저히 같이 살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르지 않은 부부가 어디에 있을까. 다름을 어떻게 이해하고 풀어가며, 어떻게 맞춰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들은 누구보다 배우자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나의 배우자는 이렇다’고 확신에 차서 말하며,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분명 도움받고 싶어 왔지만, 배우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필자에게 확인하고 싶은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남편에게 들은 대로 상상하며 아내를 만나보면 다른 여자가 앉아 있는 것 같고, 아내에게 들은 남편을 기대하며 만나보면 새로운 남자가 앉아 있는 것 같다. 세상에서 자신만큼 배우자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라 말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자의 생각과 행동 제대로 알아야
 
배우자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의 생각, 감정, 행동 패턴 등을 잘 알아야 행동에 대한 해석과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갈등 부부들은 배우자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과 그래서 ‘이 행동은 이런 의미’라는 것이 별개로 작동하는 것 같다. 즉, 배우자가 어떤 사람이냐는 것과 상관없이 상대의 행동을 자기의 욕망대로 해석하고 판단한다. 각자의 욕망에 따라 배우자의 행동을 파편적으로 해석하고 상처받는 것이다.
 

아내 A씨는 옆집 남자는 설거지도 잘해주는데 내 남편은 사정해야 겨우 해준다며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설거지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러 일상적인 일에서 남편의 배려 없고 무신경하며, 소위 가정적이지 않은 태도와 행동 때문에 힘들고 외롭다고 했다. 하지만, 남편 B씨는 아내와 아이들이 부족한 것 없이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행복하게 살게 해주고 싶어서 술자리는 물론 취미생활까지 반납하며 쉬지 않고 일한다고 했다. 그렇게 진이 빠지게 일하고 오면 집에서는 쉬고 싶었다. 그런데 아내는 고생을 알아주고 고마워하기는커녕, 일을 시키려고 집에 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 같다고 했다. 
 

아내와 남편 모두 서로의 노고를 알아주고 마음으로 함께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았다. 하지만 그 마음을 확인할 수 없는 방법을 썼다는 점에서도 둘은 똑같았다. 아내는 집안일을 도와주는 게 배려라는 생각의 틀 속에서 남편의 행동 이면의 마음을 해석했고, 남편은 가사 일을 하며 함께 한다는 마음을 느끼고 싶었던 아내의 마음을 그저 일을 시키려는 것으로 잘못 이해했다.
 

아내 C씨는 주말마다 뒹굴기만 하는 남편을 보면서 가족이 웃고 떠들고 활력 있게 살면 좋겠다 싶어 주말마다 이벤트를 했다. 다른 가족과 약속을 잡아 캠핑이나 야외로 외출하고 파티를 주선하기도 했다. 남편 D씨는 집에서 조용히 지내기를 원했지만, 아내가 나가서 놀면 한층 나아지는 것 같아 계획하는 일정을 따랐다. 그렇게 주말마다 여행을 다녀오면 가족들은 피곤해서 쉬거나 자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상황이 되지 않아 주말에 집에 머무르면 함께 있는 것이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이상하게 느껴졌다. 더욱이 다른 가족과의 모임에서 말이 없고 조용한 남편을 보면서 가족과 놀기 싫어하는 것 같아 못마땅했다. 그런 시간이 누적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적막하게 느껴지고 어색해졌고, 심지어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아내와 남편 모두 가족과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은 같았다. 그러나 아내는 웃고 떠들며 즐겁게 보내는 것이 행복이라 여겨 다른 가족과의 모임을 계속 계획했고, 남편은 조용히 집에서 가족들과 보내고 싶었다. 둘은 모두 가족과 보내고 싶었지만, 아내는 다른 가족과 적극적으로 어울리지 못하는 남편을 보면서, 그리고 남편은 다른 가족과의 모임을 쉴 새 없이 계획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나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원하지 않는다고 오해했다.
 

아내 E씨는 혼전 임신으로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남편과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 급하게 한 결혼이라 그런지 아내는 남편이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지 믿을 수 없었다. 아내는 ‘어떻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그때는 뭐가 뭔지 몰랐다’는 남편의 말이 마음에 꽂혀 상처가 됐다. ‘남편이 나를 사랑한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살게 됐다’는 생각이 들 때면 우울해졌다. 남편 F씨는 경제적, 직업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으로 결혼하게 되자 책임감에 시달렸다. 아이와 어린 아내를 어떻게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그리고 부모님은 어떻게 보필할지 현실적인 문제로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사랑이 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혔다. 
 

아이를 낳고 나니 겨우 적응이 됐다. 이제 정말 가장이 됐구나 싶고, 새로운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그즈음 되니, 자신이 정말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 인지됐다. 남편에게는 그것이 사랑이었다. 아내는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는 남편의 말을 남편의 사랑에 대한 의구심을 확증하는 말로 이해했다. 남편은 어린 아내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정신없이 살아온 인생의 결과가 사랑에 대한 의구심이라는 것에 맥이 빠졌다.

 

내 욕망은 배제하고 상대의 마음 보기

 

세 부부 이야기는 다른 가족들의 관계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모두 자기의 욕망에 메어 그 행동을 하는 배우자의 본마음에 대해 파편적으로 해석하고 오해하며 상처받는 모습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방식으로 주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쌓으면서 점점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이다. 배우자 행동의 의미를 알고 싶다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하고, 또 우리가 어떤 부부인지,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살고 싶으며,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알고 공유해야 한다. ‘내 배우자는 이런 사람이기에 이 행동은 이런 의미’라는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내 욕망은 배제하고 배우자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아내 A씨는 남편이 술자리와 취미생활을 미루면서 쉬지 않고 일하는 이유가 자신과 자녀들이 원하는 것을 부족함 없이 지원해주고자 하는 사랑의 마음임을,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사랑하는 사람임을 안다면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는 남편에게 서운함을 느낄 수는 있어도 상처받지는 않을 것이다. 남편 B씨는 아내가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사랑을 느끼기를 원하는 사람임을 알았다면, 자신을 기다리는 아내의 마음을 부담스럽게 느끼고, 가족을 위해 수고하는 자신이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며 상처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내 C씨는 웃고 떠들며 활기차게 표현해야만 가족과의 시간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남편 D씨는 조용히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더 행복하게 느끼는 사람이지만, 아내의 기분을 좋게 해주기 위해 모임에 따라 나섰다는 것을 알면 남편이 다소 조용히, 혹은 덜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해도 표현되지 않은 진심에 감동했을 것이다. 남편과 아내 모두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각자가 웃을 수 있는 방법만 생각한 것이 문제였다. 상대 배우자가 즐겁게 웃고 쉴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부부가 함께 즐겁게 웃고 떠들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 시간을 고민했다면 어땠을까. 남편도 쉴 수 있고, 아내도 즐거울 수 있는 우리 가족만의 주말이 필요했다.
 

아내 E씨는 임신을 해서 남편이 어쩔 수 없이 결혼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부부싸움 때마다 불안이 올라와 남편이 홧김에 하는 말들이 마음에 남았고, 때로는 의구심을 확증해주는 증거가 되기도 했다. 남편 F씨는 어린 아내와 아기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부지런하고 우직한 사람이었다. 알콩달콩 부드러운 말과 고백으로 아내의 마음을 안심시키지는 못했지만, 늘 열심히 일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남편은 어리지만 큰 일을 잘 감당하고 자신을 따라주는 아내를 의지하기도 했다. 아내가 남편이 사랑하는 방식을 알았다면, 남편이 아내가 사랑을 확인하는 방식을 알았다면 말 한마디로 오해하고, 서로에 대한 진심을 의심하며 불안해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나는 누구이며, 나의 배우자는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부부인가? 결혼생활은 사랑의 감정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나와 너의 정체성,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이 분명할 때, 나의 본마음을 투명하게 표현할 수 있고, 배우자의 사랑을 선명하게 읽을 수 있으며, 우리의 속이 가득 찰 수 있게 된다. 김민녀 임상심리전문가·교권침해 교사상담, 반디상담센터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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