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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마음챙김 상담소]‘행복해야 한다’는 강박…더 행복한 삶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 “SNS를 보면 다른 사람들은 행복하게 사는 거 같은데 저는 그렇지가 않아요. 다른 사람들은 늘 즐겁게 웃고 있거든요.”

 

#. “저는 좋지 않은 감정이 떠오르면 너무 불행해요. 왜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하나, 좋기만 할 수 없을까…. 부정적인 감정이 들지 않고 기쁜 일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 “아무리 친한 사람에게도 힘든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요. 가족들에게조차도, 제가 불행해 보일까 봐요.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요.”

 

어느덧 2022년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이맘때면 모두 한 해를 돌아본다. 지난해를 후회하며 자괴감과 죄책감에 빠지는 이들이나, 지난해보다 더 행복한 새해를 준비하느라 조급한 이들이나 연말을 즐길 여유가 없기는 매한가지다. 때로는 행복하지 않았던 한 해를 아쉬워하며, 연말이라도 행복하게 보내자고 연이은 파티를 계획하기도 한다. ‘모두 행복해지고 싶다’ ‘행복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필자는 행복해지고 싶다는 사람들, 또 스스로 불행하다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다수는 행복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대답하지 못한다. 자신이 바라는 행복을 정의 내리지 못하면서 행복해지고 싶다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잡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잡으려 하니, 무엇을 잡아야 할지 혼란스럽고, 잡아도 잡은 줄 몰라 만족이 없고, 계속 불행하다.
 

맹목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부정적 감정을 터부시하고, 긍정적인 감정만이 적절한 감정인 양 지나치게 긍정적인 감정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때문에 정서에 균열이 생기고 불균형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다시 말해, 부정적인 감정은 지나치게 억제하고 회피하는 한편 긍정적인 감정은 극대화하려고 애쓴다. 이들은 감정을 ‘좋다’, ‘나쁘다’로 이분화해 인식하고 표현한다. 이런 현상은 사람들이 얼마나 감정을 평가 차원으로만 인식하고 있는지, 그리고 감정을 얼마나 단순화시켜서 경험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긍정적 감정=행복’이며, ‘부정적 감정=불행’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되며 부정적 감정이 경험되는 순간, ‘나는 불행하다’고 해석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긍정적인 감정만 극대화하려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은 ‘화를 안 내고 싶다’, ‘불안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말한다. 필자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화가 느껴지면 화를 내고, 불안이 느껴지면 지나가게 내버려 두세요’라고 말이다. 당장 느껴야 할 감정을 외면하고 밀어내려고 하면, 반드시 희생이 따른다. 때로는 감정을 억제해야만 했던 그 순간의 기억 손실을 경험할 수 있고, 때로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감정둔화를 겪기도 한다. 
 

실상, 부정적인 감정은 매우 적응적인 기능을 한다. 위험이 인지되는 상황에서 공포를 느껴야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고, 상대방의 화난 얼굴을 인지할 수 있어야 화를 피할 수 있다. 이렇게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것은 적응에 유용하다. 행복은 기쁨이나 웃음과 같은 감정 차원과 무관할 수 있다. 크게 웃고, 크게 기쁘지 않더라도, 심지어 슬프고, 불안하고, 때로는 화가 나도 행복할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을 터부시해 억제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잘 표현하고 흘려보냄으로써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맹목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지나친 긍정 지향을 보인다. 감정을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으로 이분화하듯 인생을 낙관과 비관적 측면으로 이분화한다. 어떻게 인생에 낙관과 비관만 있겠는가. 이러한 시선으로 인생을 바라보면 양극단 사이에 여러 차원과 지점이 존재하는 인생에 대한 깊은 관여와 다양한 경험이 제한된다. 그리고 다양한 인생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어렵다. 그렇게 되면 행복에 중요한 요건이 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행복한 삶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공상을 멈추고, 평범한 삶을 누리며 최소한의 적당한 욕망을 추구한다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
 

다년간 행복지수가 높은 것으로 발표된 북유럽 사람들은 부정적인 정서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삶에 큰 욕심을 부리지 않으며,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큰 기대를 갖지 않는 문화적 특성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행복에 대한 강박을 지닌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상대적 박탈감과 갈망에서 비롯된 그 무엇이 아닐까 싶다. 가령, 저들은 웃는 데 나는 웃지 못하는 것, 저들은 가졌지만 나는 가지지 못한 것, 과거에는 누렸지만 현재에는 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갈망과 박탈감 말이다. 현재에 누리고 있는 것을 미래에도 누려야 한다는 강박이 행복의 기준이 된다. 때문에 그들의 시선은 늘 타인의 삶, 더 풍요로운 삶에 있다.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남들은 가졌지만 나는 갖지 못했으므로, 그것이 무엇이든 가져야 한다는 것이 강박 아닐까 싶다. 모두 사회적 비교에서 온 것이다. 물론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비교는 피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남들이 가지고 있는 걸 나도 가져서, 혹은 남들보다 더 가져서 행복하다고 착각하거나, 최소한 행복에 근접한 것 같아서 안심하는 인생이 아니라, 최소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으로 진정 행복한지 정도는 알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 정도는 알고 경주해야 하지 않을까.

 

개인의 주관적 안녕에 달린 ‘행복’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심리학은 인간의 부정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두던 것에서 점차 인간의 긍정적인 심리적 측면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인간의 성장과 행복에 관심을 두는 긍정심리학이 대두했고, 행복과 같은 인간의 밝은 측면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심리학에서 ‘행복’은 개인의 주관적 안녕(subjective well-being)이라고 정의한다. 다시 말해, 행복이란 매우 주관적인 개념이라는 것이다.
 

주관적 안녕에 관한 연구들에 따르면 성별, 나이, 교육 수준, 경제적 수입, 결혼, 종교, 건강 등의 인구 사회학적 요인들은 모두 주관적 안녕에 20% 정도의 영향만 미친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학벌, 경제력, 성별, 나이, 가족 배경, 건강 등의 인구 사회학적 요인들이 행복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가진 조건들에 대해 불평하며 무기력에 빠진다. 그러나 실상은 개인의 성격적 요인이 주관적 안녕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
 

개인의 성격요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경제적, 사회적, 교육적 상황 등의 객관적인 환경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즉, 개인이 처한 환경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평가하며 상호작용하는지’가 주관적 안녕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아무리 좋은 환경에 있더라도 그 환경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살아간다면 행복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상황과 시간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행복하려면, 상황과 환경을 스스로 어떻게 인식하고 평가하며 살아가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주변을 보지 말고, 자신의 내면을 보자. 당신은 무엇으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인가?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셀리그만(Seloigman, 1998)은 행복하기 위해서 ‘즐거운 삶(pleasant life)’, ‘관여하는 삶(engaged life)’, ‘의미 있는 삶(meaningful life)’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즐거운 삶이란 ‘지금 이 순간’의 체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몰입함으로써 유쾌하고 즐거운 경험을 하며, 미래의 삶에 대한 도전의식과 낙관적인 기대, 그리고 희망을 느끼며 살아가는 삶을 의미한다. 미래에 더 나은 삶을 위해 현재를 과도하게 희생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지금 이 순간’의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몰입하기를 즐기지 않으면 미래의 즐거움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토록 치열하게 희생된 현재의 삶으로 준비했던 미래의 한순간은 또 치열하게 희생되고 있는 현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관여하는 삶’이란 매일의 삶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활동들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몰입함으로써 자신의 강점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자기실현을 이루는 삶을 의미한다. 자신의 강점과 잠재력을 활용해 자기실현을 이루는 삶은 타인과의 비교에서 올 수 없다. ‘의미 있는 삶’이란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삶이 아니라 자신보다 더 큰 어떤 것에 공헌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는 삶을 말한다. 자신이라는 협소한 범위에서 이웃과 지역사회, 나라와 세계를 향한 공헌을 꿈꾸고 추구하는 삶은 코앞에 닥친 삶의 문제를 벗어나 더 큰 의미의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다.
 

어느 날, 상담 종결을 앞둔 남학생 내담자가 “선생님, 저에게 좀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길을 걷다가 하늘의 구름을 봤는데 너무 신기한 모양이 예쁘더라고요. ‘아~ 내가 이 구름을 보기 위해서라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필자는 평소 찍어 뒀던 구름과 노을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저녁노을 본 적 있어? 구름만큼이나 노을도 다양하고 멋져. 이제 노을까지 볼 수 있으면 하루종일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
 

우울감과 무기력에 빠져 살 이유가 없다던 내담자와 나눈 감동적인 대화였다. 그 순간 남학생의 얼굴에 번진 옅은 미소를 잊을 수 없다. 그것은 바로 시간이 변하든, 상황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일상의 행복이었다.
 

박장대소할 만큼의 기쁨이 있는 하루가 아니어도 좋다. 무표정한 얼굴이라도 괜찮다. 평범한 하루를 충분히 누려보자. 더 나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쫓기듯 오늘을 희생하지 말고, 지금-이 순간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보자. 그리고 누구나 추구하는 그 무엇이 아닌, 자신만의 빛을 발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가치를 찾아 공헌해보자. 새해에는 자신만의 진짜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김민녀 임상심리전문가·교권침해 교사상담, 반디상담센터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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