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각각의 수준에 맞게 지도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수업을 하다 보면 결국 제자리다. 학생들은 제각각 이해하는 정도가 다르고 생각하는 바도 다른데, 수업을 여러 번 반복해도 결국 나는 많은 아이를 커버할 수 없었다. 특히 수업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학생들은 질문의 수도 적기 때문에 수업 중 상호작용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2년 차 기본학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협력강사라는 제도를 알게 되었다. 협력교사와 협력강사1가 함께 수업한다면 나의 고민은 반으로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협력강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호기로운 나의 생각은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협력교사(나)가 수업하고 있을 때, 협력강사가 몇몇 학생에게 설명하게 되면 두 목소리가 섞이면서 수업의 방해요소로 작용했고, 협력강사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었다.
또한 협력강사가 다가가 도움을 줄 때, 몇몇 학생들은 도움받기를 꺼려 했다. 실제로 연구논문을 찾아보니 협력교사의 적절한 역할 분배에 대한 어려움과 학생들의 학습 내 부진에 대한 낙인효과를 고려할 필요성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었다(장재홍, 2022). 나는 이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수업을 바꿀 필요가 있음을 깨닫고, 수업의 틀을 바꿔보기로 하였다.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수업구성하기!
● 학생 중심 활동이 많은 수업으로 구조화하기
교실에서 2명의 교사가 동시에 지도할 경우 시선이 분산되기 때문에 오히려 강의식 수업이 교육적 효과가 떨어진다. 그래서 교사 중심의 설명을 줄이고, 학생 중심 활동을 수업 내 더 많이 편성하여 학생 활동 중 2명의 교사가 동시에 지도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조화하였다(<그림 1> 참조). 짧아진 교사 중심 수업부분은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개념과 원리를 핵심적으로 담아 학생들에게 전달했고, 협력강사는 협력교사의 수업을 방해하지 않고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획하기
학생 중심 활동시간에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게 형성평가를 풀이하고 이를 통해 내용을 좀 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를 준비해야 했는데, 첫 번째는 수준별 형성평가 활동지를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학생 수준을 여러 가지로 섞은 집단을 구성하는 것이다.
수준별 형성평가지는 학생들이 수준에 따른 비슷한 문제상황을 가지고 개념 위주의 문제풀이와 수학적 계산을 통한 문제풀이 등 다른 풀이방법이 들어가도록 제작했다. 이 네 가지 수준의 문제는 4명의 모둠에서 협의를 통해 문제를 나눠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다음은 수준별 학습지의 개발 예시이다.
① 내용정리 학습지: 교사 중심 이론 설명을 통해 학습지를 모두 해결한다.
② 선택문제풀이 학습지: 수준별 형성평가 중 학생이 선택한 형성평가를 붙이는 곳이다.
③ 수준별 형성평가지: 각 문제별로 학생들이 나눠가지는 수준별형성평가지이다.
본격적인 학생 수준 맞춤형 협력수업하기
협력수업의 장점은 두 명의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단원을 전부 협력강사와 함께 하는 수업을 구상해보기로 했다. 우선 실험이나 활동 위주의 수업은 항상 함께 여러 모둠을 돌아다니면서 지도할 수 있기에 딱히 변화를 두지 않았다. 대신 개념 및 이론수업의 경우에는 모두 ‘학생 수준 맞춤형 협력수업’을 하기로 하였다. 이제 1차시의 수업이 어떻게 진행했는지 4단계로 소개해 보려고 한다(<그림 2> 참조).
● 1단계
첫 번째 단계는 학생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를 교사 중심으로 수업하는 단계다. 최대한 핵심적으로 간결하게 설명함으로써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구성하고, 시간상으로는 15분 내외로 수업했다. 15분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받은 학습지의 첫 번째 페이지를 완성하고, 협력강사는 개념 이해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소극적으로 도와주도록 하였다. 학생들이 어려운 과학개념을 이해하기에는 상당히 짧은 시간이고, 개념이 확립되지 않을 수 있다.
● 2단계
두 번째 단계부터는 학생들이 직접 문제를 풀어보는 과정이다. 모둠별로 수준별 문제를 나누어 주었다. 사전에 라벨지에 인쇄하여 학생들이 스티커처럼 떼어낼 수 있도록 준비했다. 모둠에서 각 수준에 맞는 문제를 학생들이 협의하여 나누도록 했다. 학생들의 수준을 강요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나누도록 했고, 이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문제를 풀 수 있어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또한 학생이 선택한 문제는 수업 마지막에 모둠원에게 답과 해설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책임감을 부여토록 했다. 문제를 나눠가지면 자신이 맡은 문제를 학습지 2면에 붙이고 풀이과정과 답을 풀어보도록 한다. 다음은 수준별 문제를 나누어 학습지 2면에 부착하는 과정이다.
● 3단계
세 번째 단계는 같은 문제를 선택한 학생끼리 모이는 단계이다. 두 명의 교사가 있어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같은 문제를 푸는 학생끼리 모여 함께 그룹지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 중심 활동시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때 ‘하’ 수준을 선택한 학생들은 협력강사가 전담하고, ‘중’과 ‘상’ 수준의 그룹은 협력교사가 돌아가면서 지도하는 형식을 취했다.
기본학력지원을 위한 협력강사는 ‘하’ 수준의 그룹을 자연스럽게 지도할 수 있게 되고, 같은 문제를 푸는 학생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학생 간 멘토-멘티가 되어 문제를 해결한다는 장점을 가질 수 있다. 이때 자신이 선택한 문제에 대해서는 설명이 가능할 정도로 풀이할 수 있도록 하고, 문제를 해결하면 나머지 문제들을 풀도록 하여 결국 4가지 수준의 문제를 모든 학생들이 풀 수 있도록 하였다.
● 4단계
네 번째 단계는 학생들이 다시 원래 모둠으로 돌아와서 모둠원끼리 정답을 확인하고 설명하는 단계이다. 학생들은 모든 문제를 풀었지만, 정확한 해답은 자신이 선택한 문제만 알고 있다. 따라서 나머지 문제에 대한 해답은 다른 모둠원들에게서 찾아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모둠원들은 자연스럽게 멘토-멘티를 형성하게 되고, 모든 해답을 확인 후 수업이 종료된다.
협력수업을 지도하며
기존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 협력수업 후 협력강사의 만족도는 높지만, 담당교사의 만족도는 낮은 편이었다. 내가 담당했을 때,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협력강사는 수업준비에 대한 부담이 없지만 담당교사는 협력강사가 참여함으로써 수업준비에 대한 부담감이 높아지고, 수업변화 없이는 협력강사의 역할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협력수업의 성패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노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학생 수준 맞춤형 협력수업을 직접 수행하면서 느꼈던 장점과 기대효과는 다음과 같다.
(1) 학생 중심 활동이 많아지고, 문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생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고 학생에게 선택한 문제의 책임감을 가지도록 하여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2) 자연스럽게 문제 수준에 따라 학생이 모둠을 형성하게 되어 두 명의 교사가 담당하는 학생의 수가 줄어들어 학생의 개별지도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3) 기본학력학습지원 대상자와 그렇지 않은 학생의 구분 없이 수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모둠을 형성하기 때문에 낙인효과 없이 협력강사가 대상자를 지도하기가 쉽다.
(4) 형성평가문제를 해결 및 정답 확인하는 과정이 있어 자연스럽게 멘토-멘티를 형성하는 등 학습자끼리 상호작용이 활발하고 문제해결력 및 의사소통능력을 길러 준다.
맞춤형 협력 수업지도안 예시
● 교과 및 단원명: 과학 Ⅵ. 에너지 전환과 보존 / 2-3 가전제품이 사용하는 전기에너지의 양
● 목표: 가전제품에서 에너지가 전환될 때의 소비전력과 전력량을 구할 수 있다.
● 교수·학습지도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