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미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하 KERIS) 원장은 “오는 6월 개통하는 4세대 나이스는 지능형 요소를 도입해 교사들의 단순반복 업무를 해소하고, 원패스 기능 등 편의성을 높였다”며 “디지털 플랫폼 정부에 걸맞는 무결점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2025년 선보이는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고도의 기술력을 집중, 학생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지난해 2월 KERIS 11대 원장에 취임, 1주년을 맞은 그는 올해 초 교육데이터센터를 신설, 교육분야 데이터의 통합적 관리와 분석·활용 촉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각종 교육정책 수립과 추진 등에 교육데이터를 활용, 적합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서 원장은 <새교육>과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챗GPT와 관련, “AI를 기반으로 하는 에듀테크 물결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다”며 교육계의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하는 정책연구에 나설 뜻을 밝히기도 했다.
시원시원한 성격에 합리적 일처리로 공직사회 신망이 두터운 서 원장은 전북 전주 출신으로 전주여고와 서울대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32회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1988년 행정고시 합격자 100명 중 유일한 여성 합격자로 당시 중앙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이후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에서 교육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교육부 국제협력관·대학정책관, 부산부교육감, 교육부 차관보, 교원소청심사위원장을 거쳤다. 국내 최초 여성 교육차관보 기록도 가지고 있다.
2월 28이면 꼭 취임 1주년이다. 지난 1년 정말 바쁘게 보냈을 것 같은데 소감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 교육의 저력을 확인했다. 이렇게 발 빠르게 원격교육으로 전환하고 공백 없이 수업을 진행할 것으로 어느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K-에듀에 세계가 감탄하고 부러워한다. 최선을 다해준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울러 우리 KERIS도 e학습터 등 원격교육시스템을 비롯 다양한 수업콘텐츠를 제공, 교육현장을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이제 위드 코로나와 함께 디지털 대전환 시기를 맞아 디지털교육을 활성화하고 현장교사들에게 도움을 주는 정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
지금은 디지털 대전환의 시기다. KERIS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부가 2025년 선보이기로 한 디지털교과서가 성공할 수 있도록 고도의 기술력을 집중할 생각이다. 또 디지털 플랫폼 정부에 맞춰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정책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덜어주고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인 4세대 나이스는 6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 아울러 대학교수나 연구진들에게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RISS의 질적 수준도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다.”
가장 관심이 많은 것 중 하나가 디지털교과서이다. KERIS가 3월부터 4차례에 걸쳐 교사 대상 설명회를 열기로 했는데 주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
“디지털교과서는 AI 기반 코스웨어를 만든다는 취지에서 새롭게 달라진다. 종전 서책형교과서의 보조교재 수준이 아니라 AI를 도입해서 학생들의 학습활동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기초로 학습수준과 성향에 맞춰 진도를 관리하는 맞춤형 교육을 구현하는 교과서이다.
인공지능 에듀테크를 활용해 어떻게 살아있는 교실수업을 만들어 나갈지, 교사들의 역량은 어떻게 개발할지, 또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등을 함께 고민하며 교사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수업에 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계획이다.”
디지털교과서가 등장하고 에듀테크가 수업현장에 들어오면 교사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지나.
“AI를 활용한 디지털 기반 교수·학습방법은 교사에게 수업준비 부담을 경감시켜주고, 학생들의 학습격차 완화 및 학습결손을 예방함으로써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 보장에도 기여할 것이다. 교사의 역할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학생들의 성취동기를 높이고 정서적 지원을 하는 그런 고차원적인 교육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본다.”
최근 챗GPT가 열풍이다. 교육부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체험활동을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
“정말 AI 기반의 에듀테크 기술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 같다. 챗GPT도 조만간 우리 교육에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 같다. 얼마 전 간부회의에서 챗GPT가 교육현장에 도입됐을 때 우리 교실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한 정책연구를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원장 취임 이후 교육데이터 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초 조직개편을 단행해 교육플랫폼본부를 정비하고 교육데이터센터를 신설했다. 교육데이터센터는 교육정책을 개발하거나 의사결정을 할 때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교육행정을 선진화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오는 2024년 8월까지 교육데이터의 발굴·수집·가공·활용을 지원하는 교육데이터통합관리시스템을 신규로 구축해 교육현장에 보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유·초·중등학교 데이터를 살펴볼 수 있는 정보공시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 개인정보가 가명 처리된 교육데이터를 연구자·민간산업계 등에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세부 모델 및 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다.”
빅데이터를 교육정책 수립 및 추진에 활용한다면 시행착오와 같은 정책 오류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분야에서도 데이터 정보를 제공할 생각인가.
“그렇다. 데이터센터는 적극적인 데이터 수집·개방·공유·결합과 같은 것들을 좀 더 의욕적으로 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예를 들면 학생들의 키나 발사이즈 데이터를 산업체에 제공하면 의류와 신발생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정보 식별이 불가능한 단편정보들을 산업분야에 제공해 활용토록 한다면 경제적 효과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다. KERIS에 상설팀을 구성했으니 앞으로 신중한 검토와 논의를 해나갈 계획이다.”
올 상반기 4세대 나이스가 개통되는데 기대가 크다.
“먼저 6월 개통되는 4세대 나이스는 지능형 요소를 도입, 교원들의 단순 반복적 업무를 줄여줌으로써 편의성과 업무경감을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새롭게 구축된 나이스플러스 시스템은 학생의 교수·학습활동이 나이스와 연계된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세탁기를 돌릴 때 각 단계마다 필요한 버튼을 눌렀다면, 지금은 전원 하나로 탈수와 건조까지 가능한 시스템이다. 나이스도 이처럼 원스톱으로 모든 게 이뤄진다. 실제로 4세대 나이스에는 디지털 원패스 기능이 설치돼 학생과 교사들이 개별 플랫폼마다 아이디를 부여하고 일일이 접속해야 했던 불편함을 해소한다. 그동안 최선을 다해 개통을 준비했다. 디지털 정부에 맞게 무결점 나이스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KERIS가 운영하고 있는 에듀넷·티클리어·e학습터·지식샘터 등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원격수업이 가능하도록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현재 업그레이드가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KERIS는 교실수업 지원 중심의 평면적 온라인 교육서비스에서 AI 기반 교육서비스로 전환,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와 교육자료를 유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 아울러 ‘에듀넷·티클리어’, ‘잇다’ 등 초·중등 교육정보서비스들을 전면적으로 혁신해 교육현장의 디지털 대전환을 지원할 계획이다. 교원들의 에듀테크 활용역량 향상을 위해 교원 간 온라인 자율연수를 기반으로 하는 지식샘터서비스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육현장과 에듀테크 기업의 가교역할을 해 교육과 기술 간 선순환 생태계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어떤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나.
“교수·학습에 효과적인 에듀테크가 신속하게 학교에 도입되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 디지털시대 교육혁신의 성공에 중요한 열쇠라고 생각한다. KERIS는 2021년부터 에듀테크 기업들의 제품을 교사들이 사용해 보고 교육적 적합성을 평가하는 에듀테크 소프트랩을 대구·광주·경기 세 곳에 운영하고 있다.
또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유망 에듀테크 기업 90개사를 발굴, 교육현실에 맞는 우수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교사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신기술이 적용된 에듀테크를 수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교육부 사무관으로 출발해 차관보와 교원소청심사위원장을 거쳐 KERIS 11대 원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특히 대학행정 및 국제협력 분야에서 교육부 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면서 동시에 BK21 사업을 기획해 고등교육 정책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사무관 시절 BK21을 기획하고 이 업무를 과장·국장을 거치면서 계속 담당했다. 언론에 노출될 것을 우려해 산하기관 사무실을 빌려 작업했는가 하면 자정을 넘겨 1~2시에 퇴근했고 새벽에 출근하기를 반복했다. 수상히 여긴 아파트 경비아저씨가 뭐 하는 사람인지 탐문하기까지 하더라.
정말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다. BK21을 통해 대학원생들에게 장학금과 인건비를 지원토록 한 것은 당시로선 획기적인 일이었다. 또 BK21은 대학 특성화를 유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공직생활 중 가장 큰 보람이었지만 다시 돌아가라면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