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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지도권 보장이 필요한 이유는

 

왜 서로 다른 사안을 동일한 절차로 처리하는가?
고등학교 시절 필자는 여름방학 내내 수학의 난제에 도전하던 수학자 지망생이었다. 지금은 「교육법」을 포함한 법을 연구하는 연구자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수학과 법학은 서로 잘 통하는 분야이다. 어쩌면 수학의 난제에 무모하게 도전하던 고등학생 시절의 열정 덕분에 우리 교육과 「교육법」의 난제에 도전하는 연구자로서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집에서 풀었던 수학문제의 해가 학교에서 풀어보니 해가 아니라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많은 분이 수학에서 그런 문제가 발생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며, 그것은 문제를 제대로 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할지 모른다. 그런데 집에서 풀었던 수학문제의 조건과 학교에서 풀었던 수학문제의 조건이 서로 달랐다면 어떨까?

 

그러면 사람들은 그건 동일하지 않은 다른 문제로 봐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 동일하지 않은 문제이다. 가정이나 시설 등에서의 아동학대 신고 사안과 학교에서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에 대한 아동학대 민원 또는 신고 사안은 조건과 목적이 전혀 다른 사안이다. 동일하지 않은 사안이라면 그것을 처리하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

 

「아동복지법」 등에 규정된 아동학대 사안 처리의 목적
먼저 「아동복지법」 등에 규정된 아동학대와 그 사안 처리에 대해 살펴보자. 「아동복지법」은 아동에 대한 보호자의 유기·방임, 건강한 출생과 행복 및 안전을 위협하는 폭력·가혹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 및 개정되었다.


「아동복지법」은 1961년 12월 30일에 제정되었으며, 제정 당시의 목적을 살펴보면 ‘본법은 아동이 그 보호자로부터 유실·유기 또는 이탈되었을 경우, 그 보호자가 아동을 육성하기에 부적당하거나 양육할 수 없는 경우, 아동의 건전한 출생을 기할 수 없는 경우 또는 기타의 경우에 아동이 건전하고 행복하게 육성되도록 그 복리를 보장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현행 「아동복지법」은 2020년 12월 29일에 개정되었으며, 제1조(목적)는 ‘이 법은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하여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동의 복지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법 제2조 제7호)이다. 그리고 「아동복지법」 제17조는 금지행위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제17조(금지행위)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아동을 매매하는 행위
2.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
3.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
4. 삭제(2014.1.28.)
5.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가정폭력에 아동을 노출시키는 행위로 인한 경우를 포함한다)
6.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
7.  장애를 가진 아동을 공중에 관람시키는 행위
8.  아동에게 구걸을 시키거나 아동을 이용하여 구걸하는 행위
9.  ‌공중의 오락 또는 흥행을 목적으로 아동의 건강 또는 안전에 유해한 곡예를 시키는 행위 또는 이를 위하여 아동을 제3자에게 인도하는 행위
10. ‌정당한 권한을 가진 알선기관 외의 자가 아동의 양육을 알선하고 금품을 취득하거나 금품을 요구 또는 약속하는 행위
11. 아동을 위하여 증여 또는 급여된 금품을 그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

 

「아동복지법」은 2000년에 전부개정 되었으며, ‘아동학대에 대한 정의와 금지유형을 명확히 규정하고,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하는 등’의 조항이 다수 신설되었다. 이는 당시 심각한 사회문제로 지적된 바 있는 학대 아동에 대한 보호 및 아동안전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공고히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리고 2011년 8월 4일 전부 개정된 「아동복지법」에는 ‘아동학대의 예방과 방지, 아동학대 행위자의 계도를 위한 교육 등’에 관한 조항이 추가되었다. 또한 사회적으로 아동학대의 심각성과 방지 대책 마련 요구가 제기되어 여러 차례의 「아동복지법」 개정과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 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였다. 특히 「초·중등교육법」 등 교육법규에 따른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의 실시와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학대 사안 처리 간의 상충 및 경합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였다. 


입법 당시에 아동학대 실태가 엄중하고 상황이 긴박해서 제대로 고려되지 못하였다면, 입법 이후에 입법영향평가를 실시해서라도 점검 및 개선되었어야 했다. 이제라도 교육부 등은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를 대상으로 제기된 아동학대 민원 및 신고 사안에 대해 실태조사와 입법영향평가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와 아동학대 사안 처리의 구분 필요
「헌법」 제31조 제1항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였으며, 이는 개별 학생 자신만의 권리가 아닌 전체 학생(국민)의 권리 보장을 의미한다. 「교육기본법」도 ‘학생 인권 보장’뿐만 아니라 ‘학생의 의무’를 함께 명시하였다.

 
「교육기본법」은 학생을 포함한 국민의 평생에 걸친 학습권 및 교육을 받을 권리 보장을 규정하였으며(법 제3조), 교육에서 차별 금지 및 학생의 기본적 인권보장에 대해 규정하였다(법 제4조 제1항 및 제12조 제1항). 그리고 학생의 학교규칙 준수 의무, 교원의 교육활동 및 연구활동 방해 금지 의무, 학내 질서 문란행위 금지 의무를 규정하였다(법 제12조 제3항). 또한 교원에 대해 전문성 존중, 지위 우대, 신분 보장 등과 여러 가지 의무를 동시에 규정하였다(법 제14조). 학부모 등 보호자에 대한 권리와 의무도 함께 규정하였다(법 제13조).


이러한 「헌법」과 「교육기본법」의 원리는 「초·중등교육법」 등 모든 교육관계 법규에 반영되어 적용되어야 한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12월에 「초·중등교육법」을 개정(2023.6.28. 시행)하여 제20조의2(학교의 장 및 교원의 학생생활지도)를 신설하였고, 제18조의4(학생의 인권보장 등) 제2항을 신설하여 “학생은 교직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였다. 법률 개정 목적은 전체 학생의 학습권 보호 및 교내 질서 유지, 교원의 교육·연구활동 보호에 있으며, 이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헌법」과 「교육기본법」의 원리를 법률에 명시하여 구현한 것이다.


그런데 교원이 이번에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을 포함한 법령과 학칙에 따라 정당한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를 한 것에 대해 일부 학부모·학생이 아동학대 민원을 제기하거나 신고할 경우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적절할까? 학부모·학생이 학교(교장 등)에 아동학대 문제를 제기할 경우에 학교장 등은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등에 따라 경찰에 신고·고발하고, 해당 교사를 수업에서 배제시키거나 직무정지·직위해제 등의 조치를 취한다면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가 제대로 실시되기 어렵다. 


예를 들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0조처럼 신고의무가 있는 교원이 학교폭력 현장을 목격한 경우에 학교 등 관계기관에 이를 즉시 신고하기만 하면 교원의 역할을 다하는 것일까? 교원에게는 「교육기본법」상 (피해)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보호자를 대신하여 다른 학생의 안전 및 학습권을 보호해야 할 책무도 있다.

 

이 과정에서 「초·중등교육법」상 학생을 교육하며,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교원의 교육활동을 위하여 학생생활지도를 해야 할 책무도 있다. 이처럼 교육 관계 법규에서 정한 교원의 역할을 정당하게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아동학대로 민원 또는 신고하고 아동학대 관계 법규에 따른 사안 처리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 문제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법적인 측면에서 볼 때,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입법과정에서 학교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즉 생활지도 법규와 아동학대 법규 간의 상충 및 경합에서 발생한 문제이다. 서로 조건과 목적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가정 및 시설 등에서의 아동학대 사안 처리’를 ‘학교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 상황에 무리하게 적용하였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법적 상충을 방치할 경우, 그 피해는 전체 학생의 학습권 침해 및 인권 침해로 이어지고, 교권도 더욱 추락하게 될 것이다. 학생생활지도와 아동학대 방지는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을 위한 입법은 구분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사안처리도 각각 다르게 마련하여야 한다.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제21대 국회에는 「초·중등교육법」 제20조의2 제2항을 신설하여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부터 제6호까지에 의한 금지행위 위반으로 보지 아니하도록’ 하는 법률안,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 학생생활지도는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에 따른 아동학대로 보지 아니하도록’ 하는 법률안이 각각 발의되어 있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부터 제6호까지는 신체적 학대행위, 정서적 학대행위, 아동 유기 또는 방임행위에 해당하며,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에 따른 아동학대는 모든 금지행위를 포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생활지도 중에 교원이 위에 제시한 아동학대 금지행위를 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도록 하고, 모든 책임을 면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이는 법률안들의 제안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법령과 학칙에 따른 정당한 생활지도는 당연히 교원이 해야 할 책무이며, 교원이 그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교육 관계 법규에서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민원 제기나 무고성 신고만으로 수업 배제나 직무 정지가 되는 일을 방지하고, 교원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취지이다. 그러므로 정당한 교육목적에 위배되거나 관계 법령 및 학칙에 위반한 행위를 할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다양한 책임을 지게 된다.


이처럼 아동학대 관계 법규와 학생생활지도 관계 법규 간의 상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여 학교 및 교육청 등에서의 사안 처리기준과 절차에 대해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 학부모·학생이 민원을 제기하거나 관계기관에 신고할 경우, 시·도교육청 또는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전심기구(심의위원회)에서 해당 사안을 신속하게 심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심의위에는 학부모 등의 위원 참여를 의무화하고, 심의위가 내린 조치 결과와 그 사유를 공개하도록 하여 학부모의 신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심의위에서 신고 또는 고발 조치를 결정할 경우, 학교장·교육장 등은 지체 없이이행하여야 하고, 해당 교사에 대한 수업 배제 등 후속 조치도 지체 없이 이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심의위가 정당한 생활지도로 인정할 경우, 그 결정에 의의가 있는 학부모·학생은 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법률지원단 등이 법적 대응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는 2022년 12월에 국회가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한 입법 취지에 부응하며,  「헌법」과 「교육기본법」이 규정한 ‘학생인권 보장’ 및 ‘학생의 의무 준수’의 조화에 부합하는 입법 방안이다. 이 입법 방안이 잘 추진되어 생활지도 법규와 아동학대 법규의 법적 상충을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전체 학생의 학습권 보장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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