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꿈꾸는 행복한 학교란 어떤 모습일까. 누구의 관점이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학교’, ‘공동체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되는 학교’, ‘교육적으로 중요한 일을 선별하고 집중하여 교사와 학부모의 피로도가 적고 질 높은 교육을 하는 학교’도 그 안에 있을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서울장평초등학교가 바로 그런 학교이다.
학부모의 참여로 생기 넘치는 학교
활성화된 학부모회는 서울장평초등학교의 자부심이다. 어느 학교나 학부모회는 있지만 이렇게 교육활동에 자발적으로, 다양하게 참여하는 학부모회는 많지 않을 것이다. 장평초의 학부모회는 학부모회 학교참여 공모사업에도 참여하고, 생태전환 역량강화를 위한 학부모 생태동아리 ‘생동감’, 학부모의 독서지도 역량강화를 위한 독서동아리 ‘장독맘’을 운영하여 월 1회 이상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학교운영위원회·학년별 학부모회·녹색학부모회 등의 대표들이 모여 한 학기에 두 번 진행하는 학부모 간담회는 학부모회의 건의사항이나 제안을 교장·교사와 논의하는 장이 되어 학부모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스무 명이 넘는 학부모 대표는 학년별·조직별로 학부모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간담회에 참여한다. 의제와 의견은 사전에 받아 준비하고 학부모 대표와 교사 대표, 교감·교장까지 총 30여 명의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한다. 민주적인 바텀업(bottom-up) 의사결정의 좋은 본보기이다.
논의 시 반드시 고려하는 기준도 있다. 학생을 중심으로 볼 것,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어야 할 것, 교사와 학부모도 최대한 만족할 수 있는 방향일 것. 이 세 가지는 당연한 것 같지만 지키기 쉽지 않은 원칙들이다. 1,100여 명의 학생이 다니는 장평초는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에서 이 기준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학부모회 내부의 소통도 활발하고 학교와의 소통도 활발하니, 최근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을 난감하게 하는 ‘불통’ 민원이 장평초에는 거의 없다. 이병재 교장은 “학부모회에서 강한 의지와 책임감으로 학교교육에 참여해 주신 덕분에 학교교육활동이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구촌 살리기 앞장서는 학교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특히 높은 교육활동은 ‘학교스포츠클럽, 365+ 체육온활동 등 신체활동’과 2022년부터 생태전환연구학교로서 진행하고 있는 ‘생태전환교육활동’이다.
생태전환연구학교는 교사들의 높은 지지와 동의를 받아 신청했다. 방과후 생태동아리를 운영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생태전환교육이 될 수 있도록 ‘알파세대와 함께 GREEN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구촌 불 끄기 캠페인, 멸종위기 동물퀴즈 대회 등에 참여하며 학생들은 지구촌 살리기에 동참하고 자연스럽게 인성도 가꾼다.
학교 중앙현관에는 학생들의 생태전환 작품과 활동사진이 전시되어 있어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하는 활동의 의의와 진행과정을 알 수 있다. 생태전환연구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전후 인식 변화를 알아보기 위하여 진행한 사전 설문조사 결과도 중앙현관에 게시되어 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직접 참여한 설문결과를 보고 교육의 전후 효과를 체감하도록 돕기 위해 마련한 전시이다. 자신이 참여하는 교육활동의 모든 과정을 몸으로 겪고, 눈으로 보고, 이해하며 진짜 주인이 된다. 연구학교로서 진행하는 과정을 일부 교사가 처리하는 일거리로 여기지 않고, 학생부터 학부모까지 모두가 변화에 참여하고 실감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학교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학생들의 건강한 신체발달과 체력 회복은 공교육의 의무이자 과제이다. 장평초는 이 역할을 다하기 위해 학교스포츠클럽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참여 학생들은 8시부터 아침 운동을 하고 일과를 시작한다. 정규 체육 수업시간에는 365+ 체육온활동과 줄넘기 챌린지 같은 신체활동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며 운동에 빠져든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방과후까지 줄넘기·농구·킨볼·플로어볼 등 다양한 스포츠클럽에 참여하며 체력을 기르고, 스포츠 대회에도 출전하면서 얻는 도전정신과 성취감은 학생들이 얻는 소중한 열매다. 이렇게 장평초에서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체험 중심의 산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스포츠클럽이 활발하게 운영될 수 있는 배경에는 더 이른 시각, 늦은 시각까지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지도하는 교사들의 노력, 학부모의 응원과 지지,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학교의 의지가 있다.
학교의 조직문화를 바꾸는 민주적 리더십
학교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며, ‘교장선생님 훈화’라는 말은 소통 불가능한 지루한 이야기의 대명사로 쓰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수용’은 교장이라는 직책과 가장 멀게 느껴지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평초 교사와 학부모들은 자기 의견을 학교에 내면 진지하게 고려되며 수용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 교장이 2022년 9월에 부임하여 몇 달 동안 가장 먼저 한 일이 있다. 학년별 간담회를 열어 교사들의 고충과 고민을 진솔하게 나누는 시간을 가진 것이었다. “어떤 일에 대하여 의논하면서 교장이 수용할 마음이 없다면 애초에 협조를 구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자신이 정해놓은 정답을 합리화하거나 변명하지 않는 것이 교장의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교사는 “교장선생님이 간담회에서 교사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열린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서 교사들의 의견이 학교에 의미 있게 반영된다는 신뢰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보여주기식의 불필요한 교육사업들보다는, 학생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하다고 공감대가 형성된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어 교사들도 만족도가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견이 나오면 진지하게 고려하고 반드시 피드백한다는 점도 이 교장의 소통 원칙이다. 교사들의 제안 중 공감대가 형성된 제안들은 행정실의 협조를 받아 최대한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학부모 간담회에서 논의된 결과 또한 가정통신문으로 피드백하여 학부모의 관심과 열의에 응답한다. 장평초에서는 학교구성원이 모두 리더다. 모두가 주인이 되어 삶에 녹아든 교육의 힘, 가장 귀한 가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