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건국, 숨차게 달린 한국교육 35년 서럽고 쓰라린 일본의 식민 지배를 자력으로 벗어나지 못한 대가는, 정작 건국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해야 될 주인이 주도력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남과 북에 외국 군대가 진주하고, 종국에는 일 민족 두 개의 국가가 들어섰다. 이 민족에게 드리워진 국토 분단의 멍에는 대한민국 건국 60년이 된 오늘에도 우리에게 좌절과 각오를 교차시키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건국은 그 자체가 놀라운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 건국은 힘들었고, 건국 후에도 위기의 터널을 달려왔다. 건국초기부터 내외의 온갖 방해와 저항이 있었으나 건국 후에는 국제전으로 비화한 6·25 동족상잔으로 취약했던 경제기반 마저 잿더미가 된 피폐한 나라가 되었었다. 전후에도 안보위협을 계속 받았고, 선거부정, 학생유혈봉기, 군부독재, 시민유혈봉기와 같은 내부 진통이 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러한 대내외의 위기를 극복해왔고, 서구 사회가 200여 년에 걸쳐 이룩한 산업화를 불과 40여 년 만에 이루는 경제적 기적을 낳았다. 민주화도 달성했다.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하게 OECD 회원국, G20 그룹에 속하는 경제대국이 되었다. 이제 대한민국의 국가 발전 경험은 많은
학교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이래, 그러니까 여덟 살 이래 나는 줄곧 학교에 다니고 있다. 초로에 이른 여태까지 학교에 다니고 있다. 신작로 옆 측백나무 울타리 초등학교로부터 소읍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그리고 도회의 대학교를 거쳐 다시 그 도회의 중학교에 이렇게 다니고 있는 것이다. 어릴 적, 야트막한 단층 교사(校舍)는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이었다. 학교 운동장은 세상에서 가장 넓은(?) 마당이었고, 그 운동장 가장자리에 줄지어 선 플라타너스는 세상에서 가장 장대한(?) 나무였다. 어디 이뿐인가.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도 학교를 통해서 만났다. 한 분 한 분 어떤 인간형의 전형으로서 큰 바위 얼굴처럼 우뚝 서 계시던 여러 선생님을 만났고, 또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여러 벗을 만났다. 학교는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였고, 그 세계를 딛고 또 다른 세계를 꿈꾸게 하는 거대한 창(窓)이었다. 그랬다. 학교는 온전히 하나의 세계였다. 세상 그 여느 풍경과 마찬가지로 사람살이의 애환이 간단없이 굽이쳐 흐르는 현장이었다. 저마다 자신의 삶을 위해 흘리는 땀과 눈물이, 탄식과 환호가 끊이지 않는 바로 그 삶의 현장이었다. 어른이 되어서는 어린 벗들에게 우리말과
젊은 시절엔 버스를 타고 긴 여로(旅路)에 오르는 것이 설렘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좁은 공간에 갇혀야 하는 그 시간이 지루함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무엇보다도 낯선 사람을 옆자리에 앉힌 채 긴 시간을 함께 자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다란 무게감을 지닌 채 다가오는 법이다. 그런 만큼 나이가 웬만큼 든 승객들은 차에 오르며 혼자 앉게 되기를 갈망한다. 김명자 씨도 그런 바람을 가지고 고속버스에 올랐다. 가는 곳은 같되 그곳을 향하는 목적은 서로 다른 승객들이 이미 열댓 명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승차권에 기재된 번호를 확인한 뒤 자리에 앉았다. 바랐던 대로 옆자리가 비어 있었다. 의자를 뒤로 젖히며 등을 깊숙이 묻었다. 온몸이 물에 잠긴 솜뭉치처럼 무겁고 나른했다. 눈을 감자 심신이 심연으로 가라앉는 듯 풀어졌다. 종아리에서 찬바람이 일도록 일분일초를 아끼며 하루 종일 뛰어다닌 노력의 결과가 건더기가 전혀 건져지지 않는 장국처럼 멀겋게 쑤어져 피로감은 더했다.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모두는 보호 시설에마저 조금의 정도 나누어주려고 하지 않았다. 운전석 위의 전자시계를 바라보았다. 아직 출발 시각이 10분 정도 남아 있었다. 그녀는 버스가 출발
훌쩍 떠나기, 그리고 쥘 베른의 ‘경이의 여행’ 지구본을 손가락으로 돌려본다. 비스듬히 누워 있는 지구가 돌아가면서 둥글게 세상이 펼쳐진다. 익숙한 지명들 사이로 조금만 비켜가도 낯선 곳.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어느 누군들 그러지 않으랴. 아침 출근길에서 또는 답답한 교실에서 문득 먼 하늘 바라보면 어느새 마음은 어디론가 떠나고…. 어느 계절인가 훌쩍 떠난 길. 한적한 강원도의 산간 도로를 미끄러지듯 차로 달릴 때, 온몸에 파고드는 듯한 떨림에 놀란 적이 있었지. 문득 대학 시절 걸었던 긴긴 옛길들, 떠오르고, 하늘 가득 쏟아질 듯 은하수, 젖어 있고, 그 아래 터벅이던 발자국들, 가슴 쿵쾅거리고, 철썩거리던 파도 소리, 발끝을 간질이고, 백두대간의 산맥들에서 뿜어 나오는 나무들의 숨소리. 작은 새의 호흡처럼 이어지던 길. 끝 모르게 펼쳐지던 생각들. 누구나 일상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그러나 누군가는 벗어나 마침내 돌아오고 또 누군가는 벗어나지 못한 채 사라진다. 쥘 베른(Jules Verne·1825~1905).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작품이 번역된 작가. 그는 인류의 가슴에 영원한 여행의 꿈을 심어 준 작가다.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