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의 디지털 교과서와 교육 자료가 단순한 ‘전자책’을 넘어 AI와 학습분석을 결합한 맞춤형 학습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운영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국가 또는 주 단위의 공공 플랫폼을 중심으로 교과서와 교육과정 연계 자료를 통합하고 학습관리·상호작용·AI 지원 기능을 확장하는 것이 공통된 흐름으로 분석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은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디지털 대전환 시기의 디지털 교육 자료 국제 비교’ 연구 결과와 영상보고서를 공개했다. 김성혜 교과서연구검정센터장 등 연구진은 미국·독일·싱가포르·영국·핀란드·일본·중국 등 7개국의 디지털 교과서와 교육 자료 개발·보급 현황을 분석했다. 싱가포르와 일본, 독일은 현지 방문조사도 실시했다.
연구진이 확인한 가장 뚜렷한 세계적 변화는 디지털 교육 자료의 ‘플랫폼화’다. 초기에는 서책형 교과서를 PDF 형태로 옮기는 데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멀티미디어와 상호작용 기능에 AI 진단·추천·피드백·학습분석을 결합해 학생별 학습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 교과서 자체보다 이를 다양한 교육 자료와 연결하고 학습 전 과정을 지원하는 플랫폼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 플랫폼 구축도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독일은 주별로 Bayern Cloud Schule과 mebis 등을 운영하고 싱가포르는 국가 플랫폼인 Student Learning Space(SLS), 일본은 학습 e-Portal, 중국은 국가 스마트 교육 플랫폼을 활용한다. 이들 플랫폼은 디지털 교과서뿐 아니라 교육과정 연계 자료와 개방형 자료, 과제·평가·소통 기능 등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제공한다.
AI 활용에서는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SLS는 학생의 학습 결과를 토대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적응형 학습 시스템과 자동 피드백, 학습분석, 생성형 AI 기반 학습 지원 기능을 제공한다. 영어 쓰기에 문법과 표현 피드백을 제공하거나 단답형 응답에 점수와 피드백을 제시하는 기능도 운영 중이다.
미국 역시 디지털 자료 활용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초·중·고 교사 가운데 서책형 교과서만 사용하는 비율은 23%에 그쳤고 77%는 교과서를 보완하거나 대체하기 위한 수업 자료를 직접 제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AI 기반 독서 플랫폼은 학생의 읽기 수준을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개인별 활동을 추천하며 교사가 이를 소그룹이나 개별지도에 활용하도록 지원한다.
독일은 플랫폼 구축과 함께 품질관리·기술 표준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디지털 자료를 교육과정과 연계하고 개인정보 보호와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통 기술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AI 기반 맞춤형 학습체계 개발도 추진 중이다. 자를란트주는 디지털 교과서를 확대하면서도 서책형 교과서를 완전히 없애기보다 두 방식을 병행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영국과 핀란드는 현장 자율성을 보다 중시하는 유형이다. 학교와 교사의 자료 선택권을 폭넓게 인정하면서 국가는 공공 플랫폼과 품질 기준, 재정 등을 지원해 디지털 교육 생태계가 작동하도록 한다. 일본은 디지털 교과서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서책형 교과서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단계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 차원의 대규모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교재와 수업 자료를 전국적으로 보급한다. 2024년 5월 기준 국가 스마트 교육 플랫폼의 총 조회 수는 405억4000만 회였고 강의·교사연수·디지털 교과서 등 교육 자료 관련 콘텐츠 조회 수도 149억7000만 회에 달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국제적 흐름을 종합할 때 미래형 교과서가 더 이상 하나의 완결된 디지털 교재에 머물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학습 자료와 평가, 진단, 추천, 상호작용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하면서 품질관리 역시 교육과정과의 정합성뿐 아니라 기술 표준과 상호운용성, 개인정보 보호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센터장은 “서로 다른 교육 제도와 정책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는 국외의 디지털 교육 자료 개발과 보급 현황을 분석함으로써 디지털 대전환에 따른 미래 교육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시사점을 도출했다”며 “미래형 교과서와 교육 자료 정책 개선을 위한 연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